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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한평 Mar 21. 2024

91년생, 다시 대학교에 가다.

프롤로그.

2024년 3월 4일.

내가 33살 되고 다시 대학교를 입학하게 된 날이다.

많은 분들이 "대학원 가는 거냐"는 말을 많이 했는데 애석하게도 대학원은 아니다.

그럼 "회사는 그만두고 가는 거냐" 또는 "신입생으로 왜 다시 들어가냐"는 돌아오는 말이 가장 많았다.

'그러게요, 왜 제가 이렇게 사서 고생하는지 참...'

웃프다는 말을 살면서 거의 써본 적이 없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웃프다.

다 잘되려고 결정한 거지만 막상 다녀보니 오는 회의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다.


학교를 다시 들어간 과정은 이렇다.

출판사 경력 5년 차가 되니 도저히 답을 못 찾겠어서 그만둔다고 질러버렸다.

매 해가 지날 때마다 한 사람의 몫이 아닌 프로젝트를 맡다 보니 어쩔 땐 숨이 턱 막히고 하루의 정해진 시간에 압박을 받다 보니 식은땀도 나고 절정이 다했을 땐 손도 떨렸다. '이러다 큰일 날 것 같아서 그만둔다고 했다' 그만둔다고 하니 속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근데 이제 다른 일자리를 구해야는데 여기서 문제가 됐다. 사실 출판사가 서울엔 많지 않아서 파주출판단지로 가야 는데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나로서는 무리였다. 결정적인 건 내 꿈은 출판사에서 일을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직종의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그렇다고 다른 직종의 일을 30대 중반인 사람을 신입으로 쓸 회사는 하늘의 별따기일 것이다.(그만큼 힘들다는 뜻)

반대 입장에서 내가 대표라면 뽑을 것인가?

뽑긴 하겠지만 경쟁력이 없으면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도전을 안 한 건 아니다. 나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이러던 와중 친척누나를 만나게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중에 누나는 반도체 업계에서 일을 하는데 이것저것 얘기하는 중에 결론은 "회사도 퇴사하고 마땅한 일을 못 찾겠으면 이쪽 업계로 다녀보는 건 어떻냐"는 말을 했다.

나는 "내가 반도체 업계에서 일을 해본 적이 없는데?"라고 했다.

"학교를 나오면 된다. 나이 먹고 다시 다녀서 온 애들이 많다."라고 누나가 말을 해줬지만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하고 웃어넘겼다. 이렇게 누나와의 만남은 끝나고 한 2주 지났나?

귀신에 홀렸는지 내가 지원서를 넣고 있었다.

넣을 때만 해도 정말 파이팅이 넘쳤다!

근데 지원도 학생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서 따로 서류를 떼서 등기로 보내야 한다고 학교 측에서 연락이 왔다. 입학부터 쉽지 않은 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정신이었는지 학교 가서 얼른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떼서 등기로 보냈다. 그러고 한 일주일? 이 지났나..

문자로 합격했다고 온 것이다!

취업 이후로 합격이라는 단어를 오랜만에 들어서 그런지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렇게 내가 대학을 입학하게 된 것이다.

입학 첫 주부터 우여곡절이 많은데 이후 이야기는 계속 들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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