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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한평 Apr 08. 2024

91년생, 다시 대학교에 가다.

운수 나쁜 날

입학하고 학교를 다닌 지 3주가 넘어가니까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7시에 첫차를 타고 1시간 20분 정도 소요하여 버스를 타고 내려서 20분 정도 걷는다. 사실, 지금도 적응이 안 되지만 상황에 마주하니까 하게 된다.

3월 어느 화요일엔 비가 제법 오는 날이었다.

적어도 48분에 나와야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다. 그런데 그날따라 늦게 일어나 버린 것이었다!

설상가상 배도 아프다.. 큰일이었다..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나 버렸다..!

버스를 바로 앞에서 놓쳐버린 것이다.

멘붕이 와서 순간 택시를 타고 가야나 싶었다. 그러기엔 택시도 안 잡히는 상황이고 잠실역 횡단보도 가운데서 왔다 갔다 하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어이가 없었다.

그때, 생각난 게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근처까지 가는 버스가 10분 뒤에 오는 것이었다!

버스를 탔는데 바지가 다 젖은 것도 모른 채 해결하려고 한 거 보니 '어지간히 급하긴 했나 보다'속으로 생각하며 안도를 한지 몇 분이 지났나..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다.

비가 와서 버스 도착예정 시간이 계속 밀리는 것이었다..!

이 정도 거리면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데 더 늦어지는 것이다. 자리에 앉아서 불안에 사로 잡혔었지만 체념하기로 했다.

버스가 안 가는데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지각을 많이 해보지도 않았고 학점에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출석이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다.

불편한 마음으로 우여곡절 끝에 도착했다.

사실 버스 안에서 같이 다니는 한 친구가 "자기는 집이 가까워서 최대한 시간 맞으면 픽업해서 갈게요"라고 해줘서 희망이 보이나 싶었는데, 도착시간이 애매해서 친구도 늦을 것 같아서 먼저 가라고 했다.

세 번째 시련은 도착해서도 찾아왔다. 버스와 택시가 안 잡히는 것이었다.

카카오 택시를 세 번 정도 부른 결과 12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서 잡힌 것이다!

9시 수업인데 9시에 픽업 장소에 도착 예정인걸 보고 '망했구나' 체념을 하고 기다려서 택시를 탔다. 가면서 기사님께서는 여기는 택시가 잘 안 잡힌다고 하신다. 그래서 나는 "멀리서 기사님이 잡 아 주셔서 그래도 가요.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결국엔 4분 정도 늦게 되었다.

들어가면서 교수님 얼굴을 마주쳐서 "죄송합니다"라고 조그맣게 말을 하면서 들어갔다. 이렇게 한교시를 듣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 와서 "오빠, 이래서 기숙사 들어와야 돼요.", "형, 언제 들어오실 거예요?"라며 기숙사라이팅을 당했다. '정말 기숙사를 들어오는 게 맞는 것 같나'싶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 다시 가서 "늦어서 죄송합니다."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출석부를 보았는데 지각표시가 안 되어 있는 것이었다!

바지와 양말이 젖고 택시를 탄 덕분에 교통비 두 배 지출에 정말 오전부터 운수 나쁜 날이었지만 그래도 지각은 면해서 어떻게든 등교하려고 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은 것 같은, 아주 찝찝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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