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곡역 스타벅스 독서모임 후기

<가짜 노동을 읽고>

by 도냥이

일시: 2023. 11. 04. 토요일 14:00

장소: 마곡역 스타벅스

참석: 4명(K(도냥이), J, P, A)

선정책: 가짜 노동

저자 : 데니스 뇌르마르크, 아네르스 포그 옌센

발제자: K


Q. 갤럽은 노동 상태를 세 범주로 나타냅니다. 열심, 무성의, 적대적 이 세 분류 중 어디에 속하시고 이렇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도냥이 : 어디라고 딱 집어 말하기엔 어려운 것 같아요. 바쁠 땐 열심히 하기도 하고 한가할 땐 무성의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무성의 쪽에 가깝지 않나란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제 일 특성상 매년 똑같은 하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뭔가를 생산해 내는 것도 아니고요.


쓰고 보니 하는 일 자체가 기존 것을 유지보수 하는 게 주 업무라서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에겐 뭔가를 생산하는 일이 맞나 봐요. 특히 요즘 부서를 옮긴 후로는 더 회사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좀 개인 활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독서를 한다든지 글을 쓴다든지 하면서요.


Q. 본인이 과거에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가짜 노동이 있나요? 있다면 진짜 노동과 가짜 노동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도냥이 : 대부분이네요(웃음). 비율은 가짜 9 진짜 1입니다.


+Q. 그래도 현장에 돌아다니면서 점검을 하시는 걸로 아는데 그러면 가짜 노동은 아니지 않나요?

도냥이 : 완전한 가짜 노동은 아닌데 그런 건 있어요. 현장을 점검하다가 굳이 이런 시설물 손상 정도는 잡지 않아도 될 것을 잡을 때가 있습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기능에도 전혀 이상이 없음에도요. 그런데도 잡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부서가 뭔가 하고 있는 걸 다른 부서에게 보여줘야 하니까요. 이런 것들이 있어야 팀장도 자신이 뭔가 하고 있다고 다른 부서에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사실 이런 걸 문제 삼지 않고 이상 없음이라고 말하면 서류 처리 같은 행정적인 일을 안 해도 되는데 그러긴 싫은 거죠.


Q. 가짜 노동으로 인한 공허감으로 고통을 겪은 적이 있나요?

도냥이 : 요즘 엄청 큽니다. 새 부서로 이동했는데 그전에 있던 부서에 비하면 일이 너무 없어요. 행복한 고민처럼 느껴지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너무 힘드네요. 하루에 8시간을 보통 근무하는데 그중에 한 시간만 일하면 끝납니다. 나머지 일곱 시간 동안은 할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제출까지 아직 멀었는데 분기 보고서 같은 것도 미리 만들어 놓고 그래요. 그런데도 시간이 남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상사에게 일이 너무 없습니다. 일을 만들어주세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책에서 나왔듯이 상사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면 이제 사무실에서 눈치 보면 뭔가를 하는 척을 해야 합니다. 일을 하는 것보다 저는 이런 것들이 더 힘들더라고요.


Q. 330p 자기 인생에서 일을 뺀다면 본인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도냥이 : 지금 제 정체성은 독서가라고 할 것 같습니다. 매일 읽고 쓰니까요. 이런 이유로 작가라고도 말하고 싶은데 아직 단행본을 내진 않았으니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언젠가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획득하고 싶습니다.


Q. 341p 가짜 노동을 벗어나기 위한 제시된 방법들 중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까요? 그 밖에 다른 대안은 없을까요?


도냥이 : 저는 책에서 나온 방법 중에 일이 없다면 없다고 상사에게 말하라는 것을 작게나마 실천하고 있습니다. 까놓고 아직 팀장님에게 까진 말하지 못했지만 위에 대리님이나 과장님한테는 없으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노동을 안 하는 것이 특권이었던 시대에서 노동을 하는 것이 특권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미래 사회에선 노동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게 될까요?

도냥이 : 미래가 어떻게 될지 확신은 없지만 로봇들은 실질적인 일을 하고 인간들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역할을 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취미를 다양하게 하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목공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가끔 사람 만나서 떠들기도 하고 이렇게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거죠. 만약 이런 사회가 온다면 노동을 하는 것이 특권인 사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추첨하거나 남의 땅에 돈을 내고 주말농장을 하는 것처럼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석남동 도끼 독서모임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