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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Apr 07. 2024

나는 내일 죽었다.

<80년생들의 유서>를 읽고

※ 이 글은 홍글 작가님의 <80년 대생들의 유서>를 읽고 저만의 인터뷰와 유서를 미리 써본 내용임을 미리 밝힙니다. 


Q. 무슨 일을 하고 계세요?

지하철 시설물을 유지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론 레일이나 주변 부속품들이나 벽이나 기둥 등 시설물을 점검하고 손상이 있다면 유지보수하는 업무를 합니다. 보수는 필요하면 직접 할 때도 있고 업체를 부를 때도 있습니다.     


Q. 가장 최근에 했던 일은 뭐였나요?     

일적으론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일 특성상 매년 하는 일을 다음 해에도 똑같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좀 더 기억에 남는 일이 많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삼일에 한 편 정도 써서 올리고 있고 책도 한 주에 두 권정도 봅니다. 독서모임도 두 개 정도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건강관리 목적으로 헬스나 러닝도 하루 삼십 분 정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렇게 쓰고 나니 뭔가 많은 것을 하는 느낌이네요. 가장 최근엔 기타 강습도 받고 있고 부동산 강의도 듣는 중입니다. 얼마 전에 유튜브에 책 리뷰를 하나 업로드하기도 했습니다. 


쓰다 보니 일적인 부분과 개인적인 부분이 열정 차이가 많이 나는 게 느껴집니다. 회사에서 느끼는 헛헛함을 개인적 활동으로 채우는 것 같기도 합니다.     


Q. 요새는 뭐 할 때 즐거우세요?    

“이건 못하면 괴로워”이런 건 없습니다. 뭐 하나에 집착하진 않는 성격이라서요. 그럼에도 최근에 행복할 때를 상기해 보면, 아내와 퇴근 후에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는 것도 좋아하고 독서모임 후에 분위기 좋은 이자카야에 가서 맛있는 안주와 비싼 술을 먹으면 행복합니다. 또 새로운 장소에 있는 독립서점에서 책을 사서 그 근처 카페에 가서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쉬는 날이나 연차를 쓴 평일에 HJ와 함께 카페에 들러서 각자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데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가기 전까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카페에 가서 각자 테이블에 앉아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는 행위가 좋아요. 


예전에는 독서는 철저하게 혼자서 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물론 책 한 권을 두고 같이 읽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행위를 같이한다는 것만으로도 주는 즐거움이 분명 존재하는 것 같아요. 사람은 변하나 봐요. 


Q. 죽고 싶은 생각이 든 적은요?     

초등학교 때 일 년간 학교폭력을 당하면서 가해자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습니다. 예전 글에도 밝혔듯이 학교에 식칼을 가져간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스스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네요. 유전자든 환경의 영향이든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점은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죽고 싶다고 하면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이 먼저 듭니다. 예전에 작은누나가 18층 아파트 거실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충격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전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거든요. 이런 누나가 지금은 어엿하게 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으니 인생 참 모를 일입니다.


Q. 죽음이 무서워졌던 계기가 있었어요?     

싱글일 때는 없었습니다. "죽으면 말지"란 생각이 강했어요. 근데 결혼하고 소중한 사람이 생기니 죽음에 대한 공포가 생겼습니다. 내가 죽는 게 무섭다기보단 HJ가 사라지고 그 공백을 견디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 무섭게 느껴졌어요. 정리해 보면. 제 죽음보다는 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무섭네요.     


Q. 만약 중병에 걸리게 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지금이랑 그리 큰 차이는 없을 것 같은데요. 어떤 류의 중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보단 힘이 없을 것 같고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 가거나 치료를 하는 곳에 쏟아야겠죠. 아마 여행 갈 기력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글을 쓸 것 같아요. 내가 현재 느끼는 고통과 심정을 여과 없이 적어내고 싶어요. 짬짬이 책도 읽을 것 같고요. 아마 장르는 이런 중병 투병기나 죽음을 다룬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죽기 전 하루는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들 모아놓고 파티를 하고 싶어요. 맛있는 음식과 술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먹을 겁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고 고마웠던 것들을 이야기하겠죠. 아마 행복감에 이런 죽음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것 같아요. 파티가 끝난 후 마지막은 아내와 함께 그동안 찍었던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추억을 나누고 싶어요.      


그리고 죽음을 앞둔 심정이 어떤지 쓰고 싶어요. 이상하네요. 죽으면 어차피 사라질 거 왜 쓰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쓰고 있을 것 같아요. 이유는 잘 모르겠네요. 


<자기만의 방>의 마루셀 프루이트도 죽기 전에 느끼는 감정이랑 자기가 쓴 거랑 다르다는 이유로 죽기 전까지 자기 글을 퇴고했다는 에피소드에 멋있다고 생각해서일까요. 


Q. 다음 생이 있다면 또 인간으로 태어나서 살아보고 싶어요?     

아뇨.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습니다. 인간 너무 힘든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서 그런가 모르겠는데 성인 된 이후로 생각할 게 너무나 많습니다. 


내 미래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야 하고 노후에 어떻게 보내는 것에 대한 경제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지 생각도 해야 되고요. 만약 인간으로 살 수 있다면 좀 더 생각을 안 해도 살 수 있는 경쟁이 덜한 곳으로 가서 살고 싶어요. 뇌 비우고 살고 싶어요.

 

Q. 쉬는 날에는 어떻게 지내요?     

아내가 일하고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아침 먹고 복호두 앙버터 호두과자 두 개를 챙겨서 독서실에 갑니다. 도착해서 공용석에 앉고 노트북을 열고 한글 파일을 켭니다. 그리고 삼십 분에서 한 시간가량 브런치 글을 씁니다. 나머지 삽 십 분은 책을 읽습니다. 


후에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거나 집 근처에서 러닝을 합니다. 이렇게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거의 3~4시쯤 돼서 집에 가서는 밀린 집안일이나 잡다한 업무 등을 하는 것 같아요.    

  

7시 넘어서 와이프가 오면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하다가 8시쯤 각자 개인 활동을 하러 들어갑니다. 아내는 도시계획기사 실기 도면을 그리거나 책을 보고 저는 부동산 강의를 듣거나 유튜브로 책 리뷰를 올립니다.     

아내가 집에 함께 있는 날은 같이 아침을 먹고 근처 카페에 가서 각자가 읽고 싶은 책이나 글을 쓰거나 하는 것 같아요.      


Q. 90년대생 하면 떠오르는 게 있나요?     

폭력의 시대를 살았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특히나 제가 살았던 곳이 인천에서도 낙후된 지역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초중고등학교 때 주변 또래의 폭력이 만연해서 항상 눈치 보면서 학교 생활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별놈이 다 있었습니다. 뒷자리에서 앞사람 가방끈 커터칼로 자르는 놈, 횡단보도에서 갑자기 다른 친구 발길질하는 놈도 있었고요.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는데 타 지역에 살았던 친구들은 이런 얘기에 놀라더라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참 폭력이 만연한 시대에 살았다는 걸요.     


그리고 정보 과포화 사회라는 생각도 합니다. 정보가 너무 많으니깐 개인이 뭔가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경제 실험 중에 아이스크림 맛을 20가지 넘게 했더니 오히려 사람들이 판단하기를 어려워한다는 실험결과가 있는데요. 그런 것처럼 요즘엔 알아야 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든 것 같아요. 

    

알뜰폰이나 보험, 연금, 전세 이런 것들도 알아야 할 게 많고 회사에서도 나름 일을 해나가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연애랑 결혼 이런 것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할 게 너무 많아서 가끔은 질릴 때도 있어요. 이런 것들을 어렸을 때부터 알려줬다면 지금은 좀 더 힘들 것 같은데 지금은 바뀌었나 모르겠습니다. 


성인이 된 지금 어떻게 꾸역꾸역 해나가는데 앞으로는 이러다가 못 견뎌서 경쟁이 덜한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제 위시리스트 중에 해외에서 6개월 이상 살아보자는 게 있는데 이 게 여기서 나온 소망인 것 같네요.   

  

Q. 앞으로는 어떻게 살고 싶어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미루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으니 아 이건 못해봐서 아쉽다. 친구들에게 아 이거 해볼걸 이런 말은 하지 않는 삶을 살려고 합니다. 최근에 <40대에 읽는 니체>를 보고 영원회귀사상에 꽂혀있습니다. 영원회귀사상은 지금 하는 행동을 앞으로도 수없이 똑같이 할 거라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행위를 수없이 많이 한다면 나는 지금 이 행동을 할까를 고민하게 되어 살아가는데 유익한 프레임인 것 같아요. 



※ 주의 ※    

미리 작성해 보는 유서입니다.     

현재 상황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HJ에게     

여보 고마웠어. 냥냥! 나 자기 덕분에 이 세상 좀 더 자유롭고 재밌게 놀다가는 것 같아. 혼자였다면 누리지 못했을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줘서 고마워. 


자기랑 만나고 지금 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 가장 큰 행운이었어. 자기가 아니었다면 나는 좀 더 내 안으로만 파고들어 현실감각이 없는 불행한 사람이 되었겠지. 아마 별 고민 없이 회사에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후에 지방이나 해외로 떠났지 않았을까 싶네. 


이 치열한 대한민국에서 어찌어찌 살 수 있었던 건 자기 덕이 커. 사람에게 치일 때도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도 집에 자기가 있다는 생각 덕분에 버틸 수 있었어. 다시 한번 고마워. 


죽는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 자기랑 해외여행을 좀 더 많이 다닐 걸 그랬나 살짝 아쉽네. 원래도 그렇지만 이상하게 자기한테 글을 쓸 때면 두서없게 쓰게 되는 것 같아. 그만큼 다양한 감정들이 많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아. 


늘 사랑했고 앞으로도 사랑할 거야. 나 가끔 그리워하고 행복하게 살아 여보. 내가 하늘에서도 자기편이 돼줄게. 그럼 이만 냥냥!


가족들에게     

엄마 아빠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볼 일 없는 저를 늘 높게 봐주셔서 고마워요. 이런 부모님의 밑에서 클 수 있었던 점은 저에게 큰 행운이고 생각합니다. 자식이라 가끔은 생각나시겠지만 그래도 너무 슬퍼하진 말아 주세요. 저는 이 세상에서 나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합니다. 건강하시고 사랑합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나를 직간접적으로 아는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택에 지금 제가 있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생각 없이 행동해서 여러분 마음을 다치게 했다면 모두 사과드립니다. 일부로 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여러분들 덕분에 조금 나은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아마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조금 더 삐뚤어지고 불행한 제가 되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친구 A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내 맘대로 에 제멋대로인 나를 품어줘서 고맙다. 전생에 네가 내 아빠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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