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냥이 May 14. 2024

예민한 사람은 남들과 다르게 일해야 합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일을 하니 혼밥 할 일이 많다. 그래도 괜찮다. 내 절친 유튜브가 있다. 이 날도 여지없이 식탁에 아이패드를 세팅해 두고 뭘 볼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그때 유튜브 알고리즘에 새로운 영상이 눈에 띄었다. 정우열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신사임당 주원규 님을 인터뷰하는 내용이었다. 신사임당 님의 시니컬함을 좋아하고 정우열 선생님의 편안함에 이끌려 영상을 클릭했다.    

 

영상 시간이 오십 분이 넘는다. 이 정도는 유튜브 세계에서 대서사시다. 영화로 따지면 타이타닉 같이 러닝타임 세 시간이 넘어가는 급이다. 이런 분량에 보다 말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분명 편집이 유려하지 않은데도 이야기가 흥미로워 영상을 끌 수가 없었다. 

  

오십 분이 넘는 이야기에서 두 분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중 머리에 박혔던 내용은 신사임당 님이 일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예민하게 타고났고 거기다 체력까지 금방 방전됐다. 이런 기질 때문에 회사 생활할 때도 힘들었고 성과도 내지도 못했다고 한다. 바로 내 얘기였다.


하지만 아래 방법을 적용한 후로는 회사에서는 인정받는 직원이 됐고 퇴사해서도 네이버스토어 판매 및 183만 유튜버로써 크게 성공할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업무 난이도와 내 컨디션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모두 적는다. 

2. 그 옆에 일에 대한 주관적인 난이도를 숫자로 적는다.  

3. 내가 사용 가능한 시간을 모두 적는다.

4. 그 옆에 시간대 별로 집중도를 적는다. 

5. 일과 시간을 난이도와 집중도를 고려해서 매칭한다. 


이 과정을 내 식으로 따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적는다. 아래 항목은 실제로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다.


1. 부동산 강의 듣기

2. 브런치 글쓰기

3. 책 <사랑의 기술> 읽기

4. 내 방 정리하기

5. 기타 연습하기     


그다음은 이 일을 할 때 개인적으로 느끼는 난이도를 옆에 적는다. 난이도는 임의로 1~5라고 하자. 숫자가 커질수록 난이도가 높아진다. 참고로 이런 순서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본인이 느끼기에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드는 순서대로 적으면 된다. 감이 오지 않는다면 일단 해보고 나중에 숫자를 변경하면 된다. 


1. 부동산 강의 듣기 4 

2. 브런치 글쓰기 5

3. 책 <사랑의 기술> 읽기 2

4. 집 청소하기 1

5. 기타 연습하기 3     


이것을 난이도가 어려운 순서대로 다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브런치 글쓰기 5

2. 부동산 강의 듣기 4

3. 기타 연습하기 3

4. 책 <사랑의 기술> 읽기 2

5. 집 청소하기 1     


두 번째는 내가 사용 가능한 시간을 적는다. 내 경우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에 밤새고 온 다음 날은 쉬는 날을 기준으로 했다. 고정적으로 하고 있는 수면이나 식사 활동은 적어 두었다.    


09:00 - 퇴근

09:30 ~ 14:00 – 수면

14:00 ~ 15:00 – 식사

15:00 ~ 16:00 

16:00 ~ 17:00 

17:00 ~ 18:00 

18:00 ~ 19:00 

19:00 ~ 20:00 

20:00 ~ 21:00 

21:00 ~ 22:00 

22:00 ~ 23:00 

23:00 ~ 24:00 

24:00 ~ 01:00 

01:00 ~ 02:00 

02:00 ~ 03:00 

03:00 ~ 12:00 - 수면 


그 옆에 집중도를 적는다. 내 경우 1~5 순서대로 집중도를 평가했다. 숫자가 올라갈수록 집중력이 높은 시간이다. 

 

09:00 - 퇴근

09:30 ~ 14:00 – 수면

14:00 ~ 15:00 – 식사

15:00 ~ 16:00 – 3

16:00 ~ 17:00 – 4

17:00 ~ 18:00 – 3

18:00 ~ 19:00 – 3

19:00 ~ 20:00 – 2

20:00 ~ 21:00 – 1

21:00 ~ 22:00 – 1

22:00 ~ 23:00 – 2

23:00 ~ 24:00 – 3

24:00 ~ 01:00 – 4

01:00 ~ 02:00 – 3

02:00 ~ 03:00 – 2    

03:00 ~ 12:00 - 수면 


이걸 하기 위해선 본인이 시간대 별로 집중이 잘 될 때와 안 될 때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것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리추얼>이라는 책에선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등이 어떤 시간에 무슨 작업을 했는지 시간 대 별로 나온다. 놀랍게도 사람마다 작업하는 시간이 다 다르다. 공통점은 본인이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꾸준히 창의적인 작업에 열중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위처럼 적기 위해서 어떤 시간에 자기가 집중이 잘 되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건 알 수 있는 방법으론 데일리리포트를 써보면 된다. 귀찮다면 날 잡고 하루만 써보자. 내가 여기에 대해 쓴 글을 아래 링크에 첨부한다. 내 경우는 데일리리포트를 몇 년간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집중도를 평가할 수 있었다. 

    

세 번째는 위에서 적은 항목과 내가 가용할 수 있는 시간과 매칭하는 단계다. 기본은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집중이 잘 되는 시간에 가장 힘든 일을 배정하는 것이다.      


09:00 - 퇴근

09:30 ~ 14:00 – 수면

14:00 ~ 15:00 – 식사

15:00 ~ 17:00 – 브런치 글쓰기(4)

17:00 ~ 18:00 – 책 <사랑의 기술> 읽기(3)

18:00 ~ 19:00 – 운동(3)

19:00 ~ 20:00 – 식사(2)

20:00 ~ 20:30 – 기타 연습(1)

20:30 ~ 21:00 – 자유 시간(2)

21:00 ~ 22:00 – 자유 시간(1) 

22:00 ~ 23:00 – 집 청소하기(2)

23:00 ~ 24:00 – 브런치 글쓰기(3)

24:00 ~ 02:00 – 부동산 강의 듣기(4)         

 

내 경우 기상 후 점심을 먹기 전과 자기 전 두세 시간 전이 집중도가 높다. 그래서 난이도가 1순위인 글쓰기를 여기에 배치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위 설명대로라면 17시에는 난이도 2순위 부동산 강의를 둬야 한다. 하지만 독서가 배치되어 있다. 


그 이유는 내 특성 때문이다. 난이도 순서대로 연달아해 보니 지쳐서 잘 안 하게 됐다. 그래서 힘든걸 하나 하고 다음은 좋아하거나 쉬운 일을 하는 게 효과적이었다. 효과적이었다. 이른바 퐁당퐁당 전략이다. 힘든 일 – 좋아하는 일 – 힘든 일 – 좋아하는 일 순서대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본인 기질이나 상황에 맞게 일정은 적절하게 변형해 보자.


마지막으로 매일 잘하다가도 사람인 이상 계획이 어그러질 때가 찾아온다. 원인은 다양하다. 내 경우에는 외부 약속을 많이 잡거나 하는 일이 추가되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이럴 때도 방법이 있다. 영상에서 정우열 정신과 의사가 말하길 캘리최는 이럴 때 고개를 터는 모션을 취한다고 한다. 지금까지 실패하는 건 인정하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는 본인만의 의식이다. 멘털이 강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얘기를 들은 신사임당 님은 같은 본인 같은 멘털이 약한 사람은 이렇게 안 돼서 이 날은 아예 크게 망쳐버린다는 마음가짐을 먹는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다음 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건 금물이다. 날리려고 복구하다가 다음날까지 영향을 줄 바에는 차라리 오늘 쉬어버리고 다음날부터 하면 된다는 게 이 말에 포인트다. 내 경험으로도 이렇게 날린 거 복구하려다가 일주일을 망친 경험이 많다.     


내가 쓰는 방식은 일정이 어그러졌을 때는 난이도를 대폭 낮추는 것이다. 이렇게 망했다고 느낄 때는 이미 마음이 겪여 의지력과 에너지가 모자라게 된다. 그래서 원래 스케줄을 소화하려고 해도 일반적인 정신력으로 해야 하려야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글쓰기를 두 시간 해야 한다고 치면 한 십 분만 타자연습한다고 목표를 수정한다. 그리고 이걸 해버리고 난 후에는 독서나 기타 같은 좋아하는 활동을 위주로 한다.       


이렇게 하니 이 날을 아예 날리는 것도 아니고 다음 날에 영향을 덜 줘서 좋은 것 같다.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다.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내용을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해야 할 일을 적고 그 옆에 주관적인 난이도를 숫자로 적는다. 

2. 내가 사용 가능한 시간을 쓰고 그 옆에 집중도를 적는다. 

3. 집중도가 높은 시간에 난도가 높은 일을 배치한다.

4. 실패할 경우에는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날부터 다시 시작한다.     


위에는 개인적인 일들을 적었지만 회사 업무도 위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된다. 회사에서는 내 우선순위대로 일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회사나 상사가 원하는 순서대로 일해야 한다. 그래서 신사임당 님도 인터뷰에서 본인이 회사 생활 할 땐 이렇게 일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요즘은 재택으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업무환경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능한 사람은 이렇게 적용해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주말에라도 이렇게 해보면 훨씬 능률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시중에 보면 개인 각각에게 맞춘 웨어러블 기기들이 많아지고 있고 사람들 취향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일에 있어서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머지않을 미래에는 이런 개인들의 성향을 고려해서 일을 배치하고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러니 한 발 앞서 미리 이런 방식으로 일해보자. 꾸준히 해나간다면 미래의 본인만의 큰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림 출처 : Ai Copilo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