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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보단 사람

<역사의 쓸모>

by 도냥이
“역사를 다시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공부하는 건 역사지만 결국은 사람을,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역사의 쓸모>의 마지막 구절이다. 만약 이 문장을 한 달 전쯤 봤다면 지금처럼 깊게 와 닿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주 전쯤 보았던 <책만 보는 바보>를 본 후 나는 이 문장에 깊은 동의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책만 보는 바보>는 역사 속 인물인 이덕무를 주인공 시점으로 하여 창작한 일종의 역사소설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인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과 그 외 관련된 인물들에 깊이 감정 이입되었다. 그들이 슬플 때 나도 슬펐고 그들이 기쁠 때는 나도 기뻤다.


그리고 이런 경험 후에 한국사를 공부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고 한국사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은 덕도 있지만 내가 지원하는 곳이 한국사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준다는 이유가 더 컸다. 그런데 시험에서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은 예전과는 전혀 달랐다. 억지로 외우지 않아도 그들이 생생했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단지 단순한 글자 나열이 아니었다. 실제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대동법을 위해 인생을 건 김육을 볼 때는 “왜 이렇게 까지”라며 안타까우면서도 그의 ‘애물 제인’ 정신에 나 또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다. 해상왕 장보고란 거창한 이름 아래 있던 어렸을 적 그인 소년 활보의 꿈을 지켜볼 때면 나 또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지금은 핫하지만 18년 귀양생활과 그 후 고향으로 돌아와 18년간 총 36년 간을 주류권 밖에서 떠돌면서도 500권의 저서를 저술한 정약용을 보면서는 진정한 졸꾸란 무엇인가를 되새겨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한 감정을 느끼면서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입장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순간이 닥쳐올 때 이제는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나 이전에도 무수히 많은 위인들이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테니깐.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준다. 이제는 내 선택에 ‘역사’란 옵션이 추가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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