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멸 얼마 남지 않았다.
<자살하는 대한민국>을 읽고.
한 번 본 책을 다시 보려고 하는 편이다. 저자가 삶을 통해 집대성한 지식을 한 번 보고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재독 할 때는 전반적인 내용도 알고 있고 문체도 적응되기 때문에 맛있는 알맹이만 골라 먹을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두 번째 읽는 게 진짜 독서라는 생각도 한다.
재독에 명확한 기준이 있진 않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와 이 책 진짜 좋은데?"라는 생각이 들면 한다.
그럼에도 읽을 책은 항상 무더기로 쌓여있기 때문에 재독은 미뤄지기 일쑤다. 하지만 읽고 있으면서도 이 책 빨리 다시 읽고 싶다고 느껴지는 책이 있다. 내겐 <자살하는 대한민국>이 그랬다.
처음엔 자살이라는 단어까지 쓴 제목에 거부감이 들었다. 감성으로 호도하는 글이 아닐까 싶었던 거다. 그런데 전혀 아니었다. 거의 모든 주장에 탄탄한 근거를 가진 데이터들이 등장한다.
단순한 경험에 근거한 주장이 아닌 데이터를 보여주며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글의 신뢰감이 산다.
아마 이런 점들은 저자가 대기업 금융 계열사에서 육 년간 펀드 매니저로 일한 경험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지에 대하여 우리나라 현 상황과 그에 대한 진단을 거침없는 필치로 그려나간다.
반면 이점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지기도 한다. 데이터가 많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글의 흐름이 끊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대한민국 소멸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내용들이 나와서 집중력이 분산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장점들이 훨씬 많다.
인터넷 커뮤니티발로 횡행하는 루머들에 대한 팩트를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지방 차별 문제, 남녀 차별, 대기업 중소기업 차별, 교육 등 거의 대한민국에 현존하는 모든 문제들을 훑고 지나간다.
이런 점들 덕분에 누구나 이 책을 관심 있게 볼 수밖에 없다. 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거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많구나를 실감했다. 이런 내용 둘을 세 개만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1.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 대비 크지 않다.
2. 빈곤층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이 절 반이 넘어간다.
3. 국민연금이 국민의 노후를 100%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OECD기준으로 25~30%를 커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세 번째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되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점은 기존에 알고 있던 내 생각과는 전혀 달라서 충격적이었다.
정치 세력들이 이 사실들을 알면서도 본인의 이득을 위해서 이용한다. 알아야 당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절감한다.
이 밖에도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높다는 점 이를 위해서 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 가격을 낮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 우리나라가 대중교통 요금이 저렴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커뮤니티에서 각종 논쟁들을 보고 “정말 이게 진짜인가?”란 생각이 든 적이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대부분 의문이 해소 됐다.
나름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사는 게 빡빡하지?"라고 느낀다묜 이 책을 통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