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다.
<작은 것들이 만드는 거대한 세계>를 함께 읽고.
이번 독서 모임 책은 <작은 것들이 만드는 거대한 세계>입니다. 책 선정 및 발제는 S님이 맡아주셨고 발제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에 대한 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책에 대한 느낀 점과 총평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인식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것조차도 잘 몰랐습니다. 자연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탓입니다. 모르는 것에 애정을 쏟을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런데 이 책에서 곰팡이나 버섯 같은 균사체에 대해서 알게 됐습니다. 그러고 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입니다. 공원에서 나무를 볼 때도 그 아래를 상상하게 됩니다. 나무뿌리와 곰팡이들이 서로 물질을 교환하는 장면과 이런 네트워크들이 땅 밑으로 넓게 퍼져있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두 번째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서 탈피하는 경험을 했다는 점입니다. 박테리아가 수평적으로 기질을 습득한다는 점, 목수개미를 조종하는 곰팡이들을 보면서 인간이 갖지 못한 혹은 능가하는 그런 특징들 보면서 인간을 좀 더 객관적인 관점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2. 책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새롭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곰팡이가 95%는 넘는다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세상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렇게 많구나라는 생각에 절로 겸손해집니다.
또한 트러플에 대해서도 향기 좋은 향신료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향기를 진화시킨 이유가 땅속에만 있어서 다른 동물들의 눈에 띄게 하기 위해선 이런 능력을 개발해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전과는 다르게 보입니다.
바위에 붙어 있는 이끼도 그렇습니다. 바위를 밞고 징검다리 삼아 건너갈 때 조심해서 밟아야겠다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제는 이 녀석들이 풍화작용을 통해서 미네랄을 흡수해서 인간에게 까지 전달하는 것을 알고 나니 새삼 대단해 보입니다.
3. 이 책에서 생명현상을 실체가 아닌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과정으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해 나누고 싶은 점이 있다면? <예,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것으로 채워져 있다>
오 년 전이면 취업 준비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때가 기억이 안 나서 와이프에게 저에 대해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오빠 그때 엄청 예민했지"
다행히 지금은 이때에 비해서 훨씬 나아졌다고 말을 덧붙이더군요. 저 스스로도 이 점을 느낍니다. 예전에는 스스로의 부족한 모습에 괴로워했지만 지금도 나도 다른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수용하려고 합니다. 제가 가진 모순에 대해서 인정하고 좀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일기를 쓴다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내외부로 받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다.
4. 곰팡이에 대한 지식이 인간의 삶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 수 있는지 이야기해 봅시다.
책에 보면 처음에 곰팡이는 모든 루트로 자랍니다. 그러다 나무토막 같은 먹이를 발견하면 거기에 대한 네트워크를 활성하고 나머지 부분은 미세하게만 남겨 둔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젊었을 때 여러 갈래로 탐색을 한 다음에 나에게 맞는 것을 찾은 후에는 중요한 몇몇에 집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5. 추가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자세히 이야기해 봐요.
실로시빈 투약자는 좀 더 세상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또한 금연과 금주에도 도움이 됐다. 이것의 원리는 우리 뇌의 디폴트 네트워크인 DMN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균근 곰팡이는 식물과 모종의 거래를 합니다. 곰팡이가 질소와 인을 식물에게 주면 식물은 탄소를 곰팡이에게 제공한다. 신기하게도 더 많은 질소와 인을 주는 곰팡이에게 식물은 더 많은 탄소를 줍니다.
공룡이 대멸종되고 난 후에 파충류가 지고 포유류가 우세종으로 등극한 것은 곰팡이 균에 대한 강력한 저항력이 있기 때문이다. 숲에서 가지마름병 때문에 죽은 나무들이 쌓이면서 병원균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포유류는 온도가 기본적으로 높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저항력이 높았기 때문에 우세종으로 등극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