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읽고.
가끔 저녁이 되면, 하루 종일 물건을 사거나 게임을 하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 활동에 시간을 쏟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럴 때면 "오늘 하루 뭐 했지?"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중요한 활동을 먼저 하고, 잡다한 일들은 나중에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얼마 전, 이런 취지로 아 지금 유튜브 볼 때가 아닌데.라는 글을 브런치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그 사람처럼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종의 롤모델인 거죠. 문득 예전에 북구도서관 추천 코너에서 보았던 책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가 떠올랐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책 제목처럼 기본을 충실히 하며 삶을 단출하게 사는 사람일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손웅정 감독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이자 그의 코치로 잘 알려져 있어요. 때때로 한국 축구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그의 진면목 중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감독님에 대해 몰랐던 면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손웅정 감독님도 실력 있는 축구선수였고, 국가대표로 경기에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의 삶에는 축구에 대한 고생담이 가득합니다. 축구를 반대했던 아버지를 설득해야 했고, 시대적 상황 때문에 도망 다니며 축구를 해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세계적인 선수를 키우기 위해 코치로서 몇 시간씩 일찍 운동장에 나와 준비했던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이 책은 손웅정 감독님이 축구를 통해 경험한 인생과 그 소회를 담고 있습니다. 전반부는 축구선수로서 느꼈던 점들, 후반부는 손흥민 선수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자신이 이런 책을 내도 될지 고민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손흥민 선수를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키운 엄청난 성과를 올렸음에도, 성공의 공을 아들에게 돌리는 모습에서 그의 높은 메타인지 능력을 느꼈습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삶을 한 단어로 '담박(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이라 표현합니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차리고, 청소를 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그의 생활은 단순하면서도 충실합니다. 운동, 독서, 축구 이 세 가지로 하루를 채우는 모습은 마치 구도자의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의 모습을 통해, 단순함이 오히려 깊은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막연히 생각만 하던 모습들을 실제로 구체화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의 삶을 보며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었고, 동시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히 말하는 그의 태도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신념을 굳건히 지키는 그의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져가고 싶은 문장들과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31p 소유한다는 것은 곧 그것에 소유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내가 무엇을 소유한다'라고. 하지만 그 소유물에 쏟는 에너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도리어 뭔가를 자꾸 잃고 있는 것이다.
내가 주기적으로 물건을 버리는 이유다.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줄여서 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한다. 이렇게 아낀 에너지를 내가 해야 하고 잘할 수 있는 곳에 쓴다.
52p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이고 규칙적인 일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힘을 준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가난과 고통도 배가된다.
루틴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움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나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어두운 터널을 좀 더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다. 루틴은 터널 끝을 비춰주는 랜턴이다.
89p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가의 문제,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선택, 그런 건 내 삶에는 자리하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좋은 것이 진짜 좋은 것이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얼마 전 독립서점에서도 여러 번 들어서 훌륭해 보이는 책 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골랐다. 이런 내 선택들이 하나하나 쌓여서 나를 결정한다.
124p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
불안과 초조한 감정이 올라올 때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음을 깨닫자.
사진 출처 : chat-gpt 4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