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길거리에서 "세계 최고 부자는 누굴까?"라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먼저 빌게이츠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옆에서 그를 타박하며 "테슬라 몰라? 요즘엔 일론머스크지"라며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밖에도 아마존 CEO인 제프베이조스나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 이름도 나올 것 같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서 세계 최고의 투자자를 물으면 어떨까? 아마 전 질문과는 다르게 한결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백이면 백 워런 버핏이라고 말이다.
그는 경제계의 구루, 오마하의 현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도 그가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지고 있고 위대한 투자자인 것은 다 안다. 진정한 월클이다.
하지만 그의 업적은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 그의 옆에 사십 년 동안 서있었던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버핏에게 의도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는 악마의 변호인 및 투자 의사결정의 핵심 조언자 역할을 했다.
그의 이름은 찰리멍거다. 버핏은 그를 평가하길 “멍거가 나를 바로 잡아준 덕분에 담배꽁초 투자에서 벗어나 거대자산으로도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게 되었다”라고 책에서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 대단한 역할을 했음에도 경제에 관심이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 아마 우리나라 대다수 사람들은 이 분을 잘 모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경제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의 이름을 들었다면 멍게란 발음이 생각나 웃고만 말았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은 워런 버핏에 뒤에 서서 본인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가 쓴 책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가난한 찰리의 연감>이라는 책이 나와있고 그가 했던 말이나 강연들을 모은 <찰리멍거 바이블>이 있다. 나 역시 최근 <찰리멍거 바이블>을 보고 이름 알았던 이 분을 좀 더 자세히 알게 됐다.
책에서 본 그가 한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것은 역설적 사고법에 대한 것이다. 1986년 6월 13일 하버드 웨스트레이크스쿨 졸업식에서 그는 '어떻게 불행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역설적인 주제를 통해서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기서 그가 말한 불행해지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못 믿을 사람이 되고 약속을 지키지 말라
2. 자신의 경험에서만 배우고 남의 온갖 경험에서는 절대 배우지 말라.
3. 살면서 참패해 좌절할 때마다 주저앉아 더 망가져라.
그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 번째를 철저하게 지키면 다른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부진한 실적과 불행을 불러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세 번째는 이 방법을 사용하면 운 좋은 사람도 불행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역설적 사고법은 행복이라는 주제 외에도 여러 방면에서 적용 가능하다. 이 기법에 놀라운 점은 신기하게도 잘할까를 고민할 때 보다 못할까를 고민할 때 훨씬 더 구체적인 답변이 나온다는 점이다.
이런 것을 보면 인간은 무엇을 개선하는 것보다 망치는데 더 특화되어 있다. 올라가는 건 일평생이지만 망가지는 건 일 분이면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런 기법을 내 삶에 적용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사 년차 직장인인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평소에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하는데 이때 고민 방향을 찰리멍거 식으로 바꿔본다.
즉,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보단 어떻게 하면 일을 못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최악의 직원이라는 평판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아래 방법대로 하면 회사에서 내 평판을 망칠 수 있을 것 같다.
1. 늘 데드라인을 어긴다.
2. 동료나 상사의 말에 무조건 반대한다.
3. 했던 실수를 계속 반복한다.
4. 다른 사람보단 내가 편한 방식으로 일한다.
이 네 가지 방식을 꾸준하게 실천한다면 낮은 고과와 더불어 일을 못한다는 평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이상을 넘어 인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을 다음과 같이 거꾸로 바꿔보자.
1. 무조건 데드라인을 지킨다.
2. 동료나 상사의 말에 긍정한다.
3. 한 번 했던 실수는 다시 하지 않는다.
4. 상대방이 편한 방식으로 일한다.
써놓고 보니 감탄스럽다. 위에 네 가지만 잘해도 회사에서 일을 잘하다는 이야기를 듣기에 충분하다. 위 네 가지가 당연한 것 같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위 네 가지를 모두 지키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
어떤 사람은 뻔한 이야기 아닌가 할 수도 있지만 대다수 인간은 뻔한 실수를 뻔하게 저지른다. 이런 실수를 피해 가기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을 앞지를 수 있다. 찰리멍거 선생님도 책에서 강조하지만 뻔한 실수를 피해 갈 수 있기만 해도 인생이 훨씬 윤택해진다고 말한다.
삶을 살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에 마주할 때가 많을 때 이럴 때 그것을 역설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통하면 좀 더 해결방안이 잘 보일 때가 많다. 이것에 대한 증명은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가 그들의 삶으로 증명한다.
이미지 출처 : chat gpt-4o
참고 문헌 : <찰리멍거 바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