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나는 ‘개드립’이라는 이름을 가진 웹사이트를 수시로 들락날락했다. 하루마다 사이트에 리젠 되는 글은 전부 봤고, 그것도 모자라 하루 전부터 일주 전 게시물까지 보고, 그것도 성에 안차면 봤던 게시물을 반복해서 봤다. 매일 두 시간 이상 커뮤니티를 서핑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럼에도 다음 날이 되면 게시글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다. 왜 오랜 시간을 커뮤니티에 머물러도 내 머릿속에 남는 것이 없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3가지 이유를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1. 과도한 알림
문자와 메신저 등, 인터넷은 우리에게 또 다른 자동 알람 방식을 점차 다량으로 제공한다. …… 각각의 확인 행위는 짧은 사고의 중단, 일시적인 정신적 자원의 재배치를 의미하기 때문에 인지적 비용이 높다.
커뮤니티를 활동했던 당시를 머릿속으로 재현해보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게시글을 보면서도 중간중간에 PC카톡 알림이 울린다. 그러면 나는 메시지를 확인했다. 수시로 다른 사람의 글이 게시되었다는 블로그 알림이 뜬다. 그러면 나는 새 글을 볼지 말지 결정한다.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도중에 윈도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알림이 화면 오른쪽 아래에 뜬다. 그러면 또 잠시 고민한다.
물론 이런 과정 무의식적으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런 짧은 사고의 중단은 ‘전환 비용’을 발생시킨다. 전환 비용은 꽉 막힌 도로에서 차의 기름과 같은 것이다. 차는 멈췄다 섰다를 자주 하면 주행할 때보다 기름이 더 빨리 줄어든다. 이렇게 차의 기름이 금세 소모되듯 글 읽는데 필요한 인지 자원도 빠르게 고갈되는 것이다.
2. 문서를 보는 방식
대다수는 문서를 재빨리 훑었으며, 그들의 시선은 대략 알파벳 F의 형태를 띠며 페이지 아래를 향해 건너뛰는 식이었다.
게시글 전체를 본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이 책에 따르면 읽기 능력이 가장 훌륭한 사람도 4.4초 동안 읽을 수 있는 단어 개수는 18개 정도다. 하지만 게시물 당 단어 개수가 30개가 넘어감에도 내가 머무는 시간은 5초 미만이었다. 즉, 나는 글을 거의 읽지 않고 있었다.
3. 수많은 링크
온라인에서는 수많은 찰나의 감각적 자극을 처리하며 링크들을 평가하고, 또 관련 내용을 검색할지 말지를 선택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에, 방해가 되는 문서나 다른 정보로부터 뇌를 분리시키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정신적 조정과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커뮤니티 내부에는 여러 개의 링크들과 광고가 있다. 링크들은 나의 시선을 붙잡고 작업기억에 과부하를 준다. 과부하된 뇌는 휘발성이 강해진다. 내가 본 지식들은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된다. 결국 나는 내일이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커뮤니티를 활발하게 할 때 나는 인터넷을 통해 많은 양의 지식을 쌓고 있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실제로 많은 양의 정보를 커뮤니티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음 한편으론 “시험에는 써먹을 순 없지만 그래도 상식은 많이 알아”라며 자부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내가 섭취한 지식들은 냉동식품과 같았다.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허기를 즉각 채워 주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몸에는 악영향을 끼친다. 더 심각한 점은 내 뇌가 즉각적인 자극에 길들여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리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양질의 식사보단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냉동식품을 더 갈구하게 된다. 그리고 뇌 안의 시냅스와 뉴런들은 그런 신경 흐름을 강화한다.
결국 독서 같은 양질의 식사는 할 수 없어지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깊은 사고를 잃게 되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현재는 즉각적인 자극을 주는 짧은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양서를 읽고 쓰며 지속 가능한 공부를 하고 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명심하고 있다. 뇌는 우리 사고의 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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