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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by 도냥이

대학생들에게 3학년 2학기는 본격적인 취업 고민이 시작되는 시기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내 미래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그러다 한 영역을 깊게 파 그 분야의 대가가 된다는 점에 반해 대학원에 진학하려 했었다.(그 당시 나는 무협지로 인해 고수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던진 “진심이야?”란 질문과 교수님과의 상담 끝에 나는 대학원의 길을 포기했다. 대학원 사람들과의 거리도 멀어졌다. 점심을 같이 먹던 사이에서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는 사이로 나중엔 그마저도 뜸해졌다. 그들은 내게 잊힌 사람들이었고 나 또한 그들에게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3학년 2학기는 아무 소득도 없이 지나갔다. 그때는 그렇게 느꼈다.


나는 4학년이 되었고 수업 후 계단을 내려가다 L이라는 여자 후배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학원에 가고 싶은데 마땅히 물어볼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말에 교수님을 찾아가면 되지 않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건 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아직은 절실하지 않군’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곧장 한창 대학원을 알아볼 때 만났던 대학원생 S형이 생각났다. 마침 S형은 L이 가고 싶어 하는 분야의 대학원생이었다.


그래서 바로 나는 S형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고, 그 형은 우리에게 점심식사를 제안했다. 그 형을 포함한 대학원생 2명과 L과 밥을 먹었다. 이야기를 하면서 그 연구실도 대학원생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L은 대학원생의 길을 걷게 됐다. 밥을 먹은 S형 연구실이 아닌 옆 연구실이었지만 말이다.


최근 책 <친구의 친구>를 보고 이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그 당시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는 이 책이 말하는 두 가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첫 번째는 양다리다. 나는 대학원생과 재학생이란 집단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집단 사이엔 틈이 존재했다. L은 대학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고 S형은 일해 줄 대학원생이 필요했다. 이를 <친구의 친구>에선 ‘구조적 빈틈(strcutural hole)’이라 한다. 그리고 이런 구조적 빈틈을 채우는 사람은 엄청난 가치를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승진도 빠르고 연봉도 훨씬 더 많이 받는다. 그 이유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사람은 여러 집단의 아이디어를 제공받을뿐더러 그 아이디어 상대적인 가치를 평가할 수 있게 된다. 즉, 양질의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눈과 그 정보를 갖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휴먼 인맥이다. 휴먼 인맥이란 기존의 알고 있는 인맥이 아닌 장기간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말한다. 보통 사람들이 중요한 선택(이직, 구직, 커리어 바꾸기)등을 할 때 주변에 사람들에게만 연락하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이 책은 휴먼 인력에게 조언을 구할 때 훨씬 더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우리는 종종 스스로가 가진 것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특히 과거 맺은 관계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자신과 친하진 않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당신은 큰 성공을 누리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이 쌓아온 관계는 중요하다. 어쩌면 그 무엇보다.


사진 출처 : Image by analogicu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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