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셀프>는 내가 본 책 중 대단히 특이한 편에 속한다. 끊임없이 나 자신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하게 만든다. 물론 이런 점은 책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이긴 하지만 이 책은 여기에 한 술 더 뜬다. 이 책은 읽기도 해야 하지만 그만큼 쓰기도 해야 한다.
마치 수학 문제집 같다. 만약 문제를 풀지 않고 읽고만 넘어간다면 그 개념을 제대로 알기 힘들 듯 이 책도 써야 한다. 이런 이유로 몇 장을 넘기고 생각하고 쓰고를 반복하다 보니 도통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책 읽는 속도가 평소 반에 반도 안 나왔다. 하지만 더 느려진 만큼 더 깊은 독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조차 잘 알지 못했던 나와 대면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최고 자아와 반 자아였다.
책에서 설명하길 최고 자아는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혹은 가지기를 원하는 최고 모습이다. 예를 들어 내 최고 자아인 이반이다. 이반이란 이름은 릴 때 즐겨 읽었던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그는 악마의 속삭임에도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주변 평판에 민감한 나로서는 그 모습이 그리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아무튼 내 최고 자아는 다음과 같은 특징 및 모습을 가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을 여유가 있다.
상황에 맞게 적절히 처신한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안다.
외부의 충격을 기회로 활용한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길 줄 안다.
최고 자아의 반대는 반 자아다. 우리의 어두운 면의 총체라고 생각하면 쉽다. 나는 평소 최고 자아로 거의 살고 있지 않다. 최고 자아보단 반 자아로써 살 때가 더욱 많다. 내 반 자아인 도비는 다음과 같은 특징과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해리포터의 그 도비가 맞다.)
다른 사람들이 날 싫어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날 무시할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날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잘난 척하고 싶어 하고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어 한다.
이렇게 쓰고 나니 마치 내가 성격파탄자처럼 느껴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삶의 통제력을 잃었다고 느낄 땐 반자 아가 내 마음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에 반해 마음이 평화롭고 자신감이 넘칠 땐 최고 자아가 내 중심을 단단히 지키고 서 있었다. 내 이런 생각이 저자의 핵심인 것 같다. 이렇게 구체화된 것은 나에게 통제감을 준다.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 법칙>에도 나오듯 중요한 실제 통제력이 아닌 통제감이다.
그리고 이런 개념을 적어보고 그려보라고 한 것도 참신했지만 내가 이 책에서 가장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최고 자아를 멘토로 삼으라는 말이었다. 저자인 코치 마이크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항상 당신 곁을 지키며 당신에게 필요한 결정을 조언할 수는 없다. 다라서 부분적으로 최고의 자아에게 라이프 코치 역할을 맡기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달리 말하면, 당신이 선택한 최고의 자아에게 내 역할을 맡기라는 뜻이다. /54p
이런 코치 마이크의 말을 내 삶에 실천해본 결과 나름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최근 반 자아는 나약해진 나에게 종종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네가 면접까지 갈 실력이 된다고 생각해?
동아리 선배들은 널 싫어해 네가 단톡 방에서 나가길 원해.
정말 독서모임에 네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아빠와 작은 누나는 널 탐탁지 않아해
여기에 대해 내 최고 자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붙을만하니깐 붙은 거야 이 좋은 기회를 잘 활용해봐. 너 인생에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갔다 온 것도 아닌데 네가 어떻게 알아 지레 겁먹지 마. 그리고 사람들은 다 자기 사느라 바빠.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 스스를 과대평가하는 거야. 그리고 사람들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한다면 어때? 그게 너의 가치를 낮추진 않아.
책 읽고 서평 쓰는 것 자체가 이미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거야 그리고 글을 못 쓰면 어때? 이 세상에 너는 한 명뿐이듯 너의 글도 오직 하나뿐이야.
마찬가지로 확인할 수도 없잖아. 그리고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내가 탐탁지 않은 인생이 되는 건 아니야. 그들에게 맞추면 너 인생 너대로 살기 힘들어. 넌 너대로 살 때가 가장 행복하잖아?
이렇게 나 자신에게 상담을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나 자신에게 상담받는다는 발상이 미친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날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고 마지막까지 나를 돌봐 줄 사람 또한 나뿐이다.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목표를 달성할 때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효과적이라 말한다. 아마 목표가 더욱더 선명하게 그려지기 때문일 것이다. 즉, 구체화시키면 불안감이 줄어들고 할 만하다는 마음이 차오른다. 그리고 이런 점은 계획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자기 내부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긍정성과 부정성을 구체화해보는 작업을 해보는 것이다. 쉽사리 근거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 <베스트 셀프>는 이런 당신의 최고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사진 출처 : Image by Scottslm from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