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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도 두려워했던 그것

독룡동으로 가는 길에 생긴 일

by 도냥이

삼국지에 대해선 잘 모르는 사람도 제갈량이라는 이름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제갈량은 2세기 말부터 3세기 후반 중국 시대를 다루는 초 인기작인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다. 다방면으로 출중한 능력과 유비에 대한 한결같은 충심 덕분에 제갈량은 삼국지 인기투표를 하면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연히 그와 관련된 사자성어도 많다. 유비는 제갈량을 세 번에 걸쳐 찾아가 그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게 삼고초려다. 제갈량은 큰 실수를 저지른 아끼는 장수인 마속을 눈물을 머금고 참수한다. 이것은 읍참마속이다.


이런 그와 관련된 무수한 이야기 중 꽤나 비중 있게 다뤄지는 편이 남만 정벌이다. 남만 정벌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익주의 장수 옹개가 남만의 왕 맹획과 결탁해 남부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제갈량은 직접 군사를 이끌고 남만으로 진격하여 남만을 평정한다 이때 역도들의 수장인 맹획을 일곱 번 잡고 일곱 번 풀어주었는데 이를 칠종칠금이라 한다.


그런데 맹획이 일곱 번 붙잡히는 과정 중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바로 다섯 번째 잡히는 과정이다. 네 번째 풀려

난 맹획은 동생 맹우의 소개로 타사 대왕의 근거지인 독룡동으로 향한다. 그리고 가는 길에 독룡동으로 가는 길 중 안전한 길인 동북쪽 길을 바위로 막아버리고 적들을 서북쪽으로 밖에 올 수 없게 만든다. 서북 쪽 길은 산이 험하고 고개가 가파른데 길은 좁고 맹수들과 독충들이 득실득실한 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제갈량은 1차로 왕평을 독룡동으로 보내지만 그곳의 독한 기후로 인해 절 반이 죽고 구 할의 병력을 잃는다. 2차로 간 관 색도 마찬가지로 많은 병력을 잃는다. 그런데 과연 병사들의 구 할을 죽음으로 이끈 요인은 그곳의 샘, 맹수, 독충들 뿐이었을까? 다른 중요한 요인은 없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병사들을 죽인 숨은 암살자는 모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보통 모기에 대해 윙윙 소리 내는 우리를 조금 귀찮게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통계는 그 이상이다. 지금까지 인간을 가장 많이 죽인 생명체가 무엇인지 아는가? 호랑이, 사자 아니다. 바로 모기다. 통계적 외삽법에 따르면 모기가 죽인 사망자 수는 그동안 이 땅에 태어나서 죽었던 모든 인류의 절반에 달한다. 즉, 지금까지 태어난 1,080억 명의 인류 중 520억 명을 모기가 죽였다. 첨단 의학과 생명과학으로 무장한 지금도 지난해 직간접적으로 83만 명이 모기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


물론 모기 단독 범행은 아니다. 공모자가 있다. 모기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 등과 협업하여 여러 동물들과 (심지어 공룡마저) 인간들을 효율적으로 학살해왔다. 사인은 말라리아, 황열병,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지카 바이러스 등 그 밖에도 수 백개가 넘는다.


모기라는 요인을 추가하고 다시 독룡동으로 돌아와 보자. 맹획과 타사 대왕이 독룡동에 틀어 박혀 제갈량이 어찌할 빠를 못하던 시점은 음력 유월이었다. 양력으로 따지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다. 즉, 한 여름 날씨다. 다음 남만을 묘사한 시를 통해서도 당시에 얼마나 더웠는지를 알 수 있다.


적제 시권병(赤帝 施權柄)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음운 불감 생(陰雲 不敢生)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구나

운증 고학천(雲蒸 孤鶴喘) 더운 열기에 학의 숨길 거칠고

해열 거오경(海熱 巨鰲驚) 펄펄 꿇는 바닷물에 자라도 움츠리네

인사 계변좌(忍捨 溪邊坐) 시냇가를 차마 떠나지 못해

용포 죽리행(慵抛 竹裏行) 할 일을 잊고 대숲으로 들어가네

여하 사색객(如何 沙塞客) 사막을 지나는 길손 오죽이나 할까만

환갑 부장 정(擐甲 復長征) 다시 갑옷 걸치고 원정길에 나서네


이렇게 온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기에게 기온은 생존에 직결된 요인이기 때문이다. 모기는 냉혈동물인 탓에 포유류와는 달리 스스로의 체온을 조절할 수 없다. 그래서 10℃ 이하로 떨어지는 곳에선 살 수 없으며, 일반적으로 24℃ 이상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가진다. 그러나 40℃ 이상의 고열은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하지만 당시 남만의 날씨는 모기가 알을 낳고 활동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다.


이런 사실을 몰랐던 제갈량의 병사들은 모기 군단의 습격 속에 속절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물론 맹획이 일곱 번 잡혔다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결국 제갈량은 독룡동을 점령한다. 그런데 그 내막을 모기란 필터를 거치면 새삼 다르게 다가온다. 삼국지에 따르면 제갈량이 맹획의 형 맹절의 도움으로 해엽 운향이라는 독기를 정화해주는 풀을 얻어 병사들의 피해 없이 독룡동까지 진격할 수 있다고 나온다. 여기서 과연 해엽 운향은 무엇일까?

상상 속 이야기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묘하게도 2015년 중국의 화학자이자 약리학자인 투유 유가 노벨 생리학상을 받았다. 받은 이유는 개똥쑥을 이용한 말라리아 치료 성분인 아르테미시닌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이 두 가지 사실로 해엽 운향과 개똥쑥과의 연관성을 짓는 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참고문헌 :

책 <모기>_티모시 C. 와인 가드

https://ko.wikipedia.org/wiki/%EC%A0%9C%EA%B0%88%EB%9F%89%EC%9D%98_%EB%82%A8%EC%A0%95(제갈량의 남만 정벌)

https://namu.wiki/w/%ED%83%80% EC%82% AC% EB% 8C%80% EC%99%95(독룡동 전투)

http://www.jobgo.news/news/5369(당시 독룡동 환경)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1885546&memberNo=44470395&vType=VERTICAL(7~8 날씨)

https://ko.wikipedia.org/wiki/%ED%88%AC%EC%9C%A0%EC%9C%A0(노벨 생리학상 투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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