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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시대에서 살아 남기

우리는 무엇에 의지해야 하는가

by 도냥이

2019년에는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다. 4월에는 진주 가좌 주공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으로 5명이 사망했다. 다음 달인 5월에는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8월에는 장대호가 사람을 토막 살인한 사건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했다. 뉴스 등 매체를 통해 살인 사건들을 종종 접하는 시대에 살다 보니 “세상이 점점 더 각박해지고 무서워지는구나"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이런 사건들이 내 주위에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내 느낌은 과연 얼마나 현실에 얼마나 부합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느낌이 틀렸다. 우리나라는 점점 더 안전해지고 있다. 아래 있는 2007~2017년도 사이 우리나라 범죄율 통계를 보면 주요 형법 범죄인 살인, 강도, 절도의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성폭력과 폭행의 수치는 올라갔지만 이것은 이러한 범죄가 실제로 더 많이 발생한다기보다는 전에 비해 성폭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올라간 것 때문에 신고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또한 아래 두 번째 통계를 보면 범죄 피해율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형범 범죄율>

<범죄 피해율>


하지만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뉴스에서 위와 같은 소식을 접할 때면 우리는 숫자보다는 이미지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인류의 진화와도 깊게 연관되어있다. 책 <팩트 풀리스>에서는 이를 공포 본능이라고 칭한다. 공포 본능은 아래와 같은 것들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예전에는 이런 본능이 우리가 삶을 헤쳐나갈 때 대단히 유용했을 거라고 얘기한다. 과거 우리의 먼 조상이 불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뱀을 보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독초들에 예민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랬다면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것들을 두려워한 사람들의 자손들이다. 따라서 이런 본능은 우리 DNA에 깊게 각인되어있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런 두려움들은 이익보다는 해를 줄 때가 많다. 이에 대해 저자인 한스 로울링은 이렇게 일갈한다.


'공포'와 '위험'은 엄연히 다르다. 무서운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정말로 위험한 것에 진짜 위험 요소가 있다. 진짜 위험한 것보다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즉 공포에 지나치게 주목하면 우리 힘을 엉뚱한 곳에 써버릴 수도 있다./173p


예를 들어 우리 주변에 살인 사건이 일어날 까 봐 위험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실제 흔하게 우리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원인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2017년 타살로 인한 사망자는 인구 10만 명 당 1.7명이다. 그리고 같은 해 암으로 사망한 환자수는 인구 10만 명 당 78,863명이고 심장질환으로 사망하는 환자수는 인구 10만 명당 30,852명이다. 그 각각 약 46000배, 18000배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이런 병들에 대해 이 차이만큼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공포 본능을 극복할 수 있을까? 한스 로슬링이 제시한 방법은 아래와 같다.


<공포 본능에 휩싸일 때 실천강령>


이런 방법으로 우리는 공포 본능을 좀 더 수월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는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에 대해 통계를 찾아봐야겠다. 올바르게 걱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참고 문헌 : <팩트 풀리스>_한스 로슬링

https://www.index.go.kr/unify/idx-info.do?idxCd=4262&clasCd=7(국가지표체계)

http://kostat.go.kr/portal/korea/index.action(통계청)


참고 사진 : Image by Herm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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