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털고 갑시다.
최근 삼 개월은 나에겐 혹독한 시기였다. 나는 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다는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들었고 내가 생각 없이 벌려 놓은 일을 수습하기에 바빴다. 현재 나는 대학교를 졸업 후 집에서 머물며 공사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평소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온오프라인 독서 모임에도 각각 9개월, 6개월 동안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취업과 독서모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려움에 봉착할 때가 있는데 최근 3개월이 유독 그랬다. 내가 하고 온오프라인 독서모임은 서로 책이 같았는데 저번 기수를 시작하면서부터 읽어야 할 책 목록이 달라졌다. 나는 한 권의 책과 서평을 쓰는 데 보통 10시간이 걸리는 데 이 것이 하루아침에 두 배인 20시간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 좋아 보인다는 막연한 느낌에만 의지하여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하기로 했다.
초반에는 시작이라는 힘으로 그럭저럭 모든 스케줄을 해나갈 수 있었다. 취업에 필요한 토익 점수도 딸 수 있었고 독서도 하며 데드라인 안에 서평도 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지만 믿고 시작한 일은 오래 지속하긴 힘든 법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정이 한 달을 넘어가면서 눈에 띄게 지치기 시작했다. 서평을 아예 제출하지 못할 때도 있었고 서평 마감일은 눈에 띄게 늦어졌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이걸 메꾸려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독서와 서평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오래도록 어떤 일을 해나가려면 일종의 루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해진 장소와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은 머릿속에서만 맴돌았고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제출 날짜는 불규칙했고 마감에 급급해서 자연스레 글의 퀄리티도 떨어졌다. 자연히 이 일을 왜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임 그리고 취업 준비 제대로 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에 일이 많아지면 머리가 하얘지면서 어디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가고 싶어 하는 내 습성이 발휘되면서 아무것도 못하고 손 놓고 보냈던 시간도 수두룩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읽은 책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에서 사후 검토라는 개념이 인상 깊었다. 사후 검토는 업무 수행력을 개선하는 도구로서 미 육군에서도 활용하고 있는 유용한 사고 방법으로 다음 네 가지 단계를 따른다.
첫째,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했는지 기술하라.
둘째, 실제로 벌어진 일을 인정하라
셋째, 경험에서 배워라.
넷째, 행동을 수정하라
그리고 위 단계에 따라 내가 삼 개월 간 겪은 일을 사후 검토해본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첫째, 나는 내가 가려하는 회사의 필수적인 전공 개념과 그에 해당하는 문제를 풀 수 있다. 온오프라인 독서 모임에 모든 책을 읽고 마감 시간에 맞춰 스스로도 만족할만한 서평을 써낸다. 거기에 사람들의 서평을 읽고 댓글을 남긴다.
둘째, 독서와 서평에 너무 큰 비중을 둔 나머지 전공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 온라인 독서모임의 책과 서평을 모두 쓰긴 했지만 마감일을 놓친 날도 있었고 화상 모임에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쓴 서평도 거의 읽어보지 못했다. 오프라인 모임은 전부 참석했으나 서평을 못 쓴 책들이 대다수다. 지난 삼 개월 동안 쓴 서평 중 내 맘에 드는 서평은 거의 없었다. 독서에 대한 피로도도 커졌다.
셋째, 내가 실패한 것은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았다. 나는 현재 놓인 여건 상 취업공부에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어야 했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독서와 서평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 역이었다. 취업공부 시간을 빼서 독서와 서평을 했다. 둘째는 그 일을 하기 위한 실제 시간을 계산해보지 않았다. 단순히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에만 의존하여 결정했다.
넷째, 두 가지를 개선하겠다. 첫 번째는 나의 우선순위다. 지금 상태에선 나에겐 최우선 순위는 취업이다. 따라서 취업을 위한 공부에 대다수의 시간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이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온라인 독서모임을 그만두겠다. 그리고 독서와 글쓰기 시간을 정해 정확히 그 시간 동안만 그 일을 해나가겠다. 두 번째는 시간 계산이다. 앞으로 어떤 것을 시작할 때 그 일에 실제 들 시간을 대략적으로라도 계산해보고 수행해낼 수 있을지 판단하겠다.
사진 출처 : Image by DWilliams from Pixabay
참고 문헌 :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_마이클 하얏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