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리니

<동물농장>

by 도냥이

Q. 왜 이 책을 읽게 되었나요?

A.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이 선정되어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1984>를 감명 깊게 읽었음에도 잘 손이 가지 않는 작품이었는데 이번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되어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평소라면 안 읽었을 책도 읽게 되는 게 독서모임의 힘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Q. 이 책을 어떤 태도를 가지고 읽었나요?

A. 이 책이 공산주의를 비판하는 책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어설픈 지식이 이 책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을 방해했습니다. 자꾸 소설의 은유에 집착하다 보니 책이 주는 스토리에 빠져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반부터는 마음을 비우고 우화를 읽듯 가볍게 읽었습니다. 벌어지는 사건들이나 캐릭터의 매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이 책에서 나오는 캐릭터 중 최애캐(최고로 애정 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A. 저는 작품에서 말로 나오는 복서에게 가장 마음이 갔었습니다. 처음에는 인간들의 머리와 나폴레옹의 개들을 박살 낼 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구조를 뒤집기보다는 노동자로써 풍차를 만드는 데 쓰는 그의 모습이 많이 답답했습니다. 또한 그의 잘못이 아님에도 “내가 더 열심히 해야지”, “한 시간 일찍 일어나야지” 하는 모습을 볼 때면 “그게 문제가 아니야!”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걸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열심히 일 했음에도 복서는 결국 말 도축업자에게 끌려가 비참한 최후를 맞고 맙니다. 하지만 이야기에 후반에 이르자 그런 그의 모습이 어리석고 아둔하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경외감 숭고함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상황에 놓인다면 나라고 뭐 다를까 오히려 복서보다 못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아마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던 벤자민이 마지막 복서를 위해서 다른 동물들을 불렀던 것은 저와 같은 느낌을 벤자민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이 책을 읽은 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A. 책의 말미에 번역가분께서 여섯 번째로 읽었지만 또 새로운 부분이 있다는 말을 하셨는데 나도 내 상황이 바뀔 때마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마치 어린 왕자처럼. 그리고 좀 더 당시의 시대적 배경 같은 것을 공부하고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Q. 이 책에서 나오는 구절 중 마음에 드는 글귀가 있나요?

95p "이해가 안 돼. 저런 일이 우리 농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니, 생각도 못 해봤어. 분명 우리한테 뭔가 잘못이 있기 때문일 거야. 내가 보기엔 해결책은 더 열심히 일하는 거야. 이제부터 나는 아침에 한 시간 더 일찍 일어나야겠어."

A. 내 최애 캐릭터 복서가 계속해서 하는 대사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복서의 태도가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돼지인 나폴레옹의 잘못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사가 반복되면서 또 가슴 한 편으로는 다른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것은 숭고함과 경외심이었습니다. 이야기 중 복서는 머리가 똑똑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좋은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극 중에서 복서는 동물들이 존스 씨를 쫓아낸 후에 만들어 낸 일곱 계명조차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복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남을 탓하지 않고 우직하게 해 나간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저에게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류시화 시인의 에세이인 <좋은 지 나쁜 지 누가 아는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붓다는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묻는 제자에게 말했다. ‘어떤 길을 가든 그 길과 하나가 돼라’ 길 자체가 되기 전에는 그 길을 따라 여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서는 다른 길을 갔을지언정 잘못된 길을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는 그 길과 하나가 됐기 때문입니다.


Q. 당신은 어떤 동물입니까?

A. 저는 벤자민이라는 당나귀에 가깝습니다. 이 책에서 이 캐릭터는 동물 농장의 진실을 어느 정도는 간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바꾸려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방관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에서 제가 어두운 면을 보았습니다. 사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옳지 않다고 느껴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나와 상관없을 것 같으면 방관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도 방관한 대가를 받습니다. 풍차 건설에 동원되고 그가 가장 사랑했던 복서란 친구를 비참하게 잃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서 복서가 말 도살자에게 속아 끌려갈 때 그를 지키고자 처음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늦었습니다. 이런 장면이 저에게 섬뜩하게 다가왔습니다. 나 또한 방관자의 삶을 산다면 언젠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때 나를 보호해줄 것들이 남아있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 Image by Anne Kroiß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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