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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Mar 15. 2023

그래요 나 각방 써요.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코골이에 각방 쓰자고 했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부부가 각방 쓴다는 거에 대해”같은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이런 글이 나타나면 뜨거운 반응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온갖 의견들이 댓글로 달린다.      



따로 살 거면 왜 결혼했냐는 말부터 각방을 쓰는 중인데 배우자와의 관계가 너무 좋다는 증언까지. 거기에 둘만 좋으면 되지 왜 괜한 오지랖이냐면서 다른 사람에게 신경 끄라는 사람까지 나타난다.     



각방이란 주제에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는 걸 보면 현실에서도 각방을 쓰는 사람이 꽤 될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당당하게 각방을 쓴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아니 커뮤니티에 그 많은 각방 쓴다는 사람은 어디로 간 거지?       



그래서 이 글을 썼다. 내가 각방 쓰는 사람이다. 오래된 부부가 아니라 결혼 1년 차에 따끈따끈한 신혼부부다. 먼저 밝혀두자면 내가 각방을 쓰게 된 건 배우자와의 사이가 안 좋아서는 아니다.     

 


HJ와 종종 싸울 때가 있지만 그럼에도 난 결혼생활 1년 차로써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다. 내 삶에서 이렇게 행복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다시 각방이야기로 돌아오겠다. 결혼 전에 난 부부라면 같이 자야지 한다는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따로 방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같이 자니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삼백만 원이라는 나름 거금을 주고 산 침대가 내게 안 맞았던 것이다.      



처음 잤을 때 허리가 아파 새벽에 두세 번 깼다. 이 때문에 아침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이런 불편함이 몸이 침대에 길들여지는 과정이구나 싶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같은 고통을 겪으니 더 이상 이 침대 위에선 잘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비싸게 주고산 침대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조그마한 방에 매트릭스를 깔고 거기서 자기 시작한 게 내 각방 생활의 시작이었다.     



대략 일 년 정도 각방을 쓰면서 느낀 점은 수면의 질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같은 방을 쓰게 되면 자면서 소리를 내거나 이불을 뺐는 등(맞다 내가 이불을 그렇게 뺐는다) 자다가 느껴지는 불쾌감에 깨는 일이 종종 생긴다.      


거기다 보통 부부 중에 한 사람 알람이 들리고 출근 준비하기 시작하면 그 소리를 듣고 상대방은 깨기 마련이다. 그런데 각방생활을 하니 아침에 한 시간 정도는 깨지 않고 더 잘 수 있다. 아침 한 시간이 얼마나 큰지는 아침 알람을 끄며 5분만 더를 속으로 외쳐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각방에 대한 장점은 나 혼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개인적으로 수면 관련 책 중 최고라 생각하는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하는가> 매슈 워커 교수님도 <이토록 멋진 휴식>이란 책에서 아래와 같이 각방에 대한 유익함에 대해 추천했다.  


   

“일은 아주 잘 풀렸다. 우리 둘 다 훨씬 푹 쉰다는 느낌이었고, 모든 면에서 관계가 개선되었다. 잠을 많이 잘수록 친밀감의 욕구가 커진다. 더 깊이, 더 오래 잘수록 남녀의 성욕 발동에 결정적인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수치가 올라간다. 나는 이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여 각방 쓰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의 관계뿐 아니라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한동안 이런 사실에 감명을 받아 주변 사람들한테 각방 쓴다고 당당히 얘기하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상한 열망 어린 호기심과 걱정 어린 시선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부부라면 같은 곳에서 자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어딘가에선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다.      



모든 사람에게 각방이 해답은 아닐 거다. 다만, 각방이란 옵션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이 방법이 아주 잘 맞을 수도 있다는 점도. 



사진: Unsplash의 Annie Spra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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