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읽는 시간>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건 “웅이사의 하루 공부”라는 유튜브 채널에서였다. 방송을 볼 때만 해도 “표지가 별론데” 하며 이 책에 대해 내용과 관련 없는 쓸데없는 생각만 떠올렸다. 그러다 온라인 교보문고에서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던 중 딱 이 책의 표지가 떠올라 구매하게 됐다.(지금 생각해보니 책을 구매할 때 생각나는 좋은 표지였다.)
이 책의 저자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인 문요한 씨다. 그의 전작 『여행하는 인간』을 여행 중에 즐겁게 읽었던 경험이 있어서 저자 이름을 보고 반가웠다. 책을 읽었을 때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한 변명을 제공해주셨던 고마운 분이셨다.
<관계를 읽는 시간>을 보며 내가 꽂힌 키워드는 ‘갈등’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갈등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갈등이란 이 책에도 잘 묘사했듯이 ‘관계의 단절’이자 ‘파국의 전조’였다. 이런 잘못된 신호를 받아들인 나는 파국을 막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었다. 친구가 의견을 주장할 때 내 의견은 다름에도 수긍하는 척했으며,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어떤 것을 부탁하면 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들어주는 식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들의 기저에는 갈등은 나쁜 것이라는 나에게는 당연했던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갈등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이렇게 까지 이야기한다.
갈등이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지불해야 하는 ‘친밀함의 수업료’ 같은 것이다.
지금까지 나에게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하는 ‘나쁜’ 것이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은 갈등”이라는 큰 차원에서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작은 차원인 나 자신에게는 그런 잣대를 들이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런 모순점을 인지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최근에 여자 친구와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이었다면 이런 갈등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데 섣불리 사과해서 이 상황을 빠르게 덮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게 몸에 밴 습관이 발동되려 할 때 잠깐 생각을 멈추고 이러한 갈등 상황이 우리 두 사람 간에 당연한 것임을 인지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우리 둘의 관계를 더욱 깊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 문제가 왜 일어났는지 대해 여자 친구와 그 전과는 다른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마냥 괴로우신 분, 아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