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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냥이 Aug 07. 2023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은 둘이서도 잘 논다.

인간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런 내 생각들은 글에도 반영된다. 최근 브런치 작성글이 관계에 대한 내용 일색이다. 정작 나는 요즘 다른 사람을 잘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와이프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한 달에 한두 번을 만날까 말 까다. 너무 가까우면 보지 못하는 것들이 거리가 있을 때 보임을 느낀다. 인간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인간관계가 오래가기 위해선 혼자 놀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이걸 양파 같은 사람이라고도 말하겠고 사색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고 말하기도 할 거다. 여하튼, 표현과는 별개로 아이러니하게도 자기와 잘 어울릴 수 있을 때 다른 사람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왜냐하면, 혼자 놀 수 있으면 상대방에게 덜 의존적이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진사회성을 기반으로 진화해 온 인간은 혼자 살 수는 없다. 본능에도 어긋난다. 하나의 분야를 전문화함으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자본주의체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그럼에도 이런 추세와 본능에 매몰되는 순간 개인의 나는 죽는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어울림만 가지고도 잘 살 수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나는 몰입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에 나에겐 친구 K가 있었다. 고등학교 동창인 그와는 간간이 안부를 묻곤 했다. 그러던 차에 이십 대 초반쯤 절에서 학생회를 하고 있던 어느 날 그에게 연락이 왔다.


어떠한 얘기를 했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 하지만 항상 자기가 먼저 연락한다고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던 기억도. “누가 먼저 연락해 달라고 했나”란 생각을 했다. 바로 쏘아붙일까 하다 이기적이여 보이기도 싫고 관계를 파멸까진 가고 싶지 않아 말을 아꼈다. 이 당시 상황은 어떻게든 넘어갔던 것 같다. 


그 뒤로도 가끔 연락했는데 결국 잘 안 보게 됐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나에게 문제가 있나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문제가 있었다면 모든 친구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 내가 낸 답변은 혼자 놀 수 있는 능력을 가졌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전자인 친구 K를 만나서 얘기하면 항상 나오는 얘기가 인생이 재미가 없다는 말이었다. 회사 일도 재미가 없고 개인적으로도 재미가 없단다. 그리고 나에게 재미있는 얘기를 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개그맨인가 하면서 기분 나빴던 기억이 난다. 이런 얘기를 듣고 이때는 넘어갔지만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친구는 혼자만 즐길 수 있었던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타인을 만나서 이런 재미를 채우려고 하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게 될 턱이 없다. 본인에게 가장 재미있는 건 본인만이 안다. 타인은 알 수가 없다. 물론 같은 취미를 공유하면서 서로 즐길 수 있겠지만 결국은 이 재미를 느끼는 건 오로지 혼자다.      


후자는 스스로 좋아하는 게 있거나 찾으려고 노력한다. 남한테서 이것을 찾으려 들지 않는다. 그러니 남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구걸할 필요가 없다. 끊임없이 자신을 탐색할 뿐이다.     


이런 이유로 타인과 잘 지내고 싶다면 자기와 먼저 잘 지내는 게 선행되야 한다. 본인이 어떤 행위를 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구해야 한다. 이건 머리로는 안 된다. 실제로 행동을 해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느껴야 한다. 남들이 다 좋다고 해도 내가 안 좋으면 안 좋은 거다. 이런 식으로 머리와 몸의 간극을 좁혀나가야 한다. 그럴 때 본인도 행복하고 주변과의 관계에도 이롭다.


Image by Arek Socha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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