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래 블로그에서 철과 관련된 글을 봤다.
내용의 요지는 일시적이고 표면적인 쾌락보단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단단하게 내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태도를 그는 철에 빗댔다. 하지만 블로거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인상 깊었던 것은 철 자체였다. 아마 요즘 <세계사를 바꾼 화학이야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등 화학 관련 책들을 본 탓이리라.
<원소가 뭐길래>에서 철을 산업의 쌀로 비유한다. 현대 사회에서 쓰이지 않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강철, 스테인리스강, 초경량 합금을 비롯해서 수많은 제품들에게서 철이 다양하게 쓰인다. 심지어 철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몸에도 있다. 만약, 우리 몸에 철이 없다면 산소를 세포에 공급할 수 없어 생명이 유지될 수가 없다.
하지만 철은 녹슨다. 우리는 체감적으로 이 사실을 안다. 배를 타다가 적갈색 띤 철판을 보기도 하고 빈 공사장에 있는 못을 봤을 수도 있다. 또한 녹은 인간에게 좋지 않다. 파상풍의 위협이 있기도 하고 철원자 간의 결합이 약해져 철 자체의 강도를 떨어뜨린다.
그런데 녹슨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를 화학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공기 중에 존재하는 반응성 높은 원자인 산소와 철이 결합하여 산화물이 된다. 이걸 우리는 녹이라고 부른다.
반응성이 높다는 건 전자를 잘 뺏어온다는 거다. 산소는 욕심쟁이라 최대한 빼앗으려고 한다. 당하는 입장인 금속도 중요하다. 우리가 고등학교 화학 시간에 배우던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수구수은백금'이 내용이다. 뒤로 갈수록 전자를 안 놓으려고 한다. 전자를 내놓지 않는다는 건 잘 녹슬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변화가 적은 금, 백금은 귀금속이다.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처음엔 철 같은 순수한 상태로 태어난다. 그러다 살면서 산소와 물을 만나 조금씩 녹이 슨다. 여기서 산소와 물은 삶에서 우리를 안주하고 타성에 젖게 만드는 그런 것들이다. 여기서 생기는 녹은 내가 원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둔해지고 인생의 단단함이 떨어진다.
하지만 녹을 피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첫 번째는 합금이다. 다른 금속을 철과 섞어주면 된다. 대표적으로 철에 니켈과 크롬을 첨가하여 만든 스테인리스강이 있다. 이러면 덜 부식되고 강도도 강해진다.
두 번째는 도금이다. 이과를 나온 사람은 이미 알 것이다. 고등학교 화학시간에 배우는 아연도금이 바로 그것이다. 아연은 철보다 이온화 정도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전자를 철보다 덜 뺏긴다. 30배 정도 부식되는 속도가 느리다고 한다.
결국, 두 가지 다 기존의 것에 새로운 뭔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걸 사람으로 비유하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우리는 나 자신이 부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철도 사람도 녹슨다. 이를 피할 순 없다. 다만 늦출 순 있다. 그것이 자기 계발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독서나 글쓰기, 운동 등을 통해서 무뎌지는 걸 최대한 늦춰보는 것 말이다.
Image by Michal Jarmoluk from Pixabay
장홍제, <원소가 뭐길래>, 다른, 2017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바다출판사,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