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냥이 Aug 27. 2023

공부가 어렵다는 당신을 위해서

박문호 박사 비용 제로 노력법

유튜브에서 박문호 박사 강연을 봤다. 이 분 텍사스 A&M대학교 대학원 전자공학 박사라는 비범한 이력에다가 자기 전공 분야가 아닌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학습한 지식을 통합해 <박문호 박사의 빅히스토리>란 책도 쓰셨다. 전부터 이 분 영상이 내 유튜브 알고리즘에 지속적으로 떴다. 거기에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썸네일은 내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난 그 영상을 보진 않았다. 오십 분은 훌쩍 넘는 분량은 내게는 커다란 장벽이었다.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은 읽는데 이상하게 강연 같은 영상은 이십 분도 보기 힘들다. 글이란 빠른 속도의 매체에 적응해 버려 이보다 느린 매체는 못 보는 몸이 돼버렸나 보다.       


그러다 참다못해 삼 일 전쯤 이 영상을 눌렀다. 공부법이란 주제는 내게는 누르지 못하고는 못 배기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내 이런 공부법에 대한 맹목적인 관심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됐다.   


난 공부를 썩 잘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전체 등수로는 전교 40~50등 안에 들었고 반에서는 4~5등 정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잘한 거 아니야?"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내가 다녔던 학교는 인문계이긴 하나 그리 공부를 잘하는 학교는 아니었다. 오히려 공부를 못하는 편에 속했다.

 

우리 학교에서 반에서 5등이면 인서울도 힘들었다. 난 공부를 잘하는 애들과 아예 포기해 버린 애들 사이 어딘가에 존재했다. 그 당시 나에 대한 평가는 '성실하긴 한데 썩 잘하지는 못하는 사람'이었다. 이런 어중간한상태에 벗어나고 싶어 공부법에 더욱더 집착했다. 필살 공부법을 찾으면 이 상태를 단숨에 벗어날 거라 생각했던거다.


다양한 공부법들을 섭렵했다. 조남호 대표의 케이스 스터디나 프랭클린 공부법 그 외에도 백지 학습법 등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했다. 이 시기 내 기분은 비트코인과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등락이 심했다. 공부법을 발견해서 써먹으려고 구상할 때는 기분이 하늘을 찔렀다. 이미 전교 10등 안에 든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러다 실제 잘 안 되면 기분은 바닥을 쳤다. 


최고의 공부법을 찾기 위한 내 여정은 계속 됐지만 꾸준함은 없었다. 한 방법을 한 달 이상 지속하는 법이 없었다. 당연히 결과는 안 좋았다. 성적은 같거나 떨어졌다. 꾸준함 없이 이런 감정의 희비 속에서 공부를 하니 잘 될 턱이 없었다. 주식도 잦은 매매가 실패의 원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고등학교 2학년쯤 성적이 전교 10등 정도로 수직상승했던 적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는 방법론법보다는 계속 공부만 하던 시기였다. 방법을 생각안 하고 단순한 몇 가지 원칙만 정해서 공부를 해나갔다. 이게 내 공부 전성기 마지막이었다. 왜 마지막이냐면 이런 단순함을 이어가지 못하고 나 스스로를 의심하며 성적이 원래 50등으로 회귀해 버렸던 것이다.     

      

차라리 방법을 정해서 성공해 버렸으면 아쉬움이 안 남았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공부법을 찍먹만 하다 보니 성인이 돼서도 아쉬움이 생겼다. 마치 어렸을 땐 엄마가 게임을 못하게 하면 성인이 돼서 재미보단 강박에 과도하게 하는 것과 같았다. 


심지어 지금은 더 이상 누군가 공부를 하라고 하지 않는 입장이 되었는데도 서점에서 공부법 관련 책들은 눈이 먼저 간다. 이런 관심 덕분에 <완벽한 공부법>, <학습천재가 되는 20가지 방법>,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등 다양한 공부법 책들을 섭렵했다.     

 

하지만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는 느낌은 잘 모르겠다. 여하튼, 영상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최고의 공부법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걸맞은 얼마나 훌륭한 방법을 이야기할까 싶어서 기대했다. 그런데 결론은 좀 허무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선 이런 행위를 비용 제로로 만들어야 한단다. 비용 제로라는 건 공부를 할 때 노력이 안 들어가는 상태다. 노력이 안 들어간다고 해서 에너지가 안 드는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숨 쉬는 걸 힘들어하지 않듯이 자연스럽게 되어야 한다는 거다. 


영상에서 그는 글쓰기에 비유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책을 보고 학원을 갈 것이 아니라 일단 일정한 시간에 자리에 앉아서 아무 생각 없이 타닥타닥 키보드라도 치라는 거다. 처음에는 십 분 그것도 힘들면 오 분이나 일 분을 치는 거다. 사람인 이상 빈 화면을 치고만 있긴 힘드니깐 뭔가가 나온단다. 그렇게 십 분을 할만하면 이 십 분을 한다. 이런 식으로 근육을 기르듯이 점진적 과부하를 해나가야 된다고 한다.   

   

처음엔 실망했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내 속에 깊이 박혔다. 아마 여러 가지 방법에도 크게 효과를 못 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이 영상을 본 후로는 회사를 다녀온 후에 밥을 먹고 무조건 내 자리에 앉아서 아래 그림 같은 내 세팅을 해둔 다음 노트북 자판을 타다닥 친다. 이렇게 한 지 삼 일차다. 지금 이 글도 이렇게 쓰고 있다.      


놀랍게도 효과가 좋다. 데드라인에 힘들어하면서 글을 써왔었는데, 이제는 크게 힘들지가 않다. 생각해 보면 이미 난 이 전략을 써먹고 있었다. 난 적어도 일 년에 책을 오십 권은 넘게 본다. 나 스스로 많이 읽는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사람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놀란다. 그러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묻는다. 이럴 때 솔직히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다. 의식적으로 책을 보려는 노력을 하진 않기 때문이다.     

 

지하철에 앉거나 카페에 가면 자연스럽게 독서대를 꺼내 책을 읽는다. 이 일련의 과정들은 내게는 숨 쉬듯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혀 힘들지 않다. 이런 자투리 시간들을 모아 보면 하루 한 시간은 된다. 일주일이면 일곱 시간이고 300페이지 자리 책 읽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다.      


큰 것 성취하기 위해선 꾸준함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런 꾸준함에 강제적인 힘을 들여서 하면 지치기 마련이다. 오늘은 열 시간 공부를 했다가 내일은 안 하는 것보다 하루에 한 시간씩 꾸준히 하는 게 낫다. 이런 흐름이 만들어져야 비용 제로가 되기 때문이다. 각자 비용 제로를 만드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다를 것이다. 자신 만의 방식을 찾아야한다. 다음 글에서 내가 비용을 0을 만드는 내 방식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Image by OpenClipart-Vectors from Pixab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