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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Jan 25. 2016

편지/공기

위의 단어들로 만든  이야기입니다. 

회사 업무에 지쳐서 투덜거리며 집으로 향한다. 받아주는 사람도 없는데 괜스레 죄 없는 돌멩이나 걷어차며 신경질을 부려본다.

집에 오니  난생처음 보는 이름이 적힌 두툼해 보이는 편지봉투가 내 책상 위에 있었다.

판촉물이라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던져 넣을 생각으로 집어 들었다.

순간 어떤 생각이 뇌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봉투를 조심스럽게 개봉했다.

벌써 오래전 일이었다. 그 당시 이메일이 편지를 대체하고 사라져 간다는 기사를 봤었다.

그 전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편지를 써 봤었는데 그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니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편지라는 게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내가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알 수 없는 사명감이 들어서 가까운 지인에게 편지를 써보기 시작했다.

욕심 부려 많이 사버린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모두 소모해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지인들도 몇 번은 받아줬지만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나는 방향을 바꿔 펜팔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지인들보다 차라리 실제로 모르는 사람들이 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편지를 써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외국어에 관심이 있던 것도 아닌데 무작정 시작한 일이라  상대방보다 내가 먼저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한동안 편지가 사라지면 어떻냐는 생각에 편지 쓰기를 그만두고 내 일에 집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어느 날 문득 집안 정리를 하다가 하던 정리도 멈추고 그동안 주고받았던 편지를 보고 키득거리기도 하고 향수에 젖어들기도 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제 딱히 받아줄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다 쓰지도 못하고 구석에 꼬깃꼬깃 구겨져 있는 편지지와 봉투를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남은 집안 정리를 하는데 먼지 쌓인 상자가 보였다.

상자를 열어보니 예전에 사놓고 많이 쓰지도 않은 먼지 쌓인 전자책이 보였다. 스마트폰처럼 생기기는 했지만 인터넷도 안 되고 단순한 기능밖에 없던.

그것을 보니 생각이 번뜩였다. 나는 바로 전자책의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에 앉았다.

한참 동안이나 생각에 빠져 있다가 결심을 하고 이력서마냥 내 소개와 편지를 쓰게 된 이유 같은 것을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랜만에 푹 빠져서 한참 동안이나 전자책에 충전기까지 꽂고 글을 써 내려갔다.

어느 정도 정리를 하고 전자책에 맞는 봉투를 사서 충전기와 함께 포장을 했다. 그 후에 누구에게 편지를 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 놓고 눈을 감고 아무 데나 찍어가면서 영역을 줄여나갔다.

받는 사람의 이름까지는 알 수 없어서 받는 사람에는 일부로 잉크를 번지게 해서 못 알아보게 만들었다.

그 편지는 아는 사람도 좋고 모르는 사람도 좋고 끊임없이 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편지를 보내는 사람의 주소와 연락처도 함께 전자책 안에 적어서 보내면서 돌고 돌다가 언젠간 다시 같은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고 설명도 해 놨다.

사람들이 얼마나 잘 지켜질지도 의문이었고 10명이 될지 100명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돌고 돌아 언젠간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수십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90%가 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편지가 지금 내 책상 위에서 나를 반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개봉하니 처음 보냈을 때처럼 깔끔한 전자책이 있었고 오히려 전보다 정성껏 에어 캡으로 포장되어 있었다.

전원을 켜보니 가장 처음 보이는 것은 사진들 이었다. 그동안 이동하면서 들어있던 봉투들이 차례대로 찍혀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니었다. 자세히 보니 전자책은 우리나라에서만 머문 것이 아니라 거의 전 세계를 다 돌아다닌 것 같았다.

다른 폴더에 드디어 사람들의 편지가 시작됐다. 누군가 중간에 정리를 한 듯 날짜와 이름이 정리되어 있었다.

처음 내 편지를 받은 분의 당황한 말투가 그대로 느껴졌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읽은 그 어떤 책보다도 재미있게 읽혀 내려갔다.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이야기와 웃지 않고 배길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넘쳐났다. 간혹 이 편지를 시작한 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머쓱해 지곤 했다.

편지들은 하루 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한동안 일을 하면서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읽어서 겨우 다 읽어 내려갔다.

내가 시작한 편지가 이렇게 거대한 이야기를 담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새로운 편지를 쓰려고 하다가 내가 처음 썼던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기분에 내가 쓴 글은 안 잃고 넘어가려 했는데 그러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편지를 시작한 이유와 편지를 이어갈 방법만 설명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가족들에 대한 생각들이 가득 적혀 있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불만이나 어떤 것을 하고 싶다거나 하는 너무도 개인 적이라 누구도 읽어 줄 것 같지 않은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그 순간 주방에서 어머니께서 나에게 밥을 먹으라고 이야기하신다.

많은 글 중에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내뱉었던 숨을 언젠간 다시 들이마시게 된다고.

정확히 그 공기는 아닐지 모르지만 과거의 그 분위기가, 마치 향기를 맡듯이 강렬하게 머릿속에 떠오르는 숨을 들이마시는 순간이 있다고.

지금이 그렇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짧은 순간 편지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예전의 우리 집의 모습이 그대로 떠올랐다.

투덜거리고 불평을 쏟아냈지만 우리 집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었다. 달라진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나는 잠시 전자책을 내려놓고 예전에 나의 영웅이었던 내가 존경하는 가족들에게로 다가갔다.

나도 모르게 뒤에서 조용히 안아드렸다. 어머니는 징그럽다고 저리가라고 하시지만 입가에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오랜만에 행복한 밥상을 마무리하고 책상에 앉았다.

지금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내 주위를 감싸고도는 공기가 있다. 언젠가 이 공기, 이 분위기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렇게 편지는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언제 돌아올지도 모를 기나긴 여행을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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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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