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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keone Feb 01. 2016

눈물/터널/하늘/꽃

-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

내가 사는 동네는 언제 생겼는지도 모르는 오래된 천연호수가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가끔 낚시를 하러 가거나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찾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동네에 큰 사고가 생겼다. 동네의 아이 하나가 실종되어 버린 것이었다. 특별한 사고 한번 없던 동네에서 실종이라는 것은 큰 사건이었고 사람들은 모든 일을 제처 두고 아이를 찾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며칠 후 아무도 몰랐던 공간을 찾게 됐다. 호수 아래쪽으로 성인이 서서 들어갈 수 있을법한 터널이 있던 것이었다. 호수 한 가운데쯤으로 연결된 그 터널은 거의 완벽하다시피 숨겨져 있었고 그곳으로 아이가 들어간 흔적이 보인 것이었다. 그 공간에서 아이는 풀과 물을 먹고 건강하게 있었다. 호수 아래쪽에 그런 넓고 신비로운 공간이 있다는 소문은 우리 동네가 아니라 전국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얼마 되지 않아 방송을 타고 관광명소가 되어버렸다.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서 비가 오나 더우나 항상 티켓을 받기 위해 나는 땅 아래쪽에 있는 터널 입구 쪽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거의 살다시피 했다. 사람들이  밤낮없이 몰려들어서 나갈 틈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공간 안에는 빛도 거의 없으면서도 큰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신기하게 어떤 한 지점으로 투명한 돌을 통해서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줄기 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풍성하게 사방으로 뻗어가던 나뭇가지가 그 빛 쪽으로 일제이 향하고 있어서 마치 수천 개의 손이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그 나뭇가지들 끝에서는 아주 적은 양의 물이 떨어지고 있었고 그 물방울들이 한 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나무 모양과 그곳에서 나오는 물을 나무의 눈물이라고 불렀고 그것을 얻기 위해 거액의 뒷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소유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쏟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우리 동네는 점점 부유해져 갔다. 그런데 그곳을 처음 발견한 아이가 오랜만에 찾아와서 구경을 했는데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는 울음을 터트려버렸다.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아는 마을 사람들만이 왜 그런지  궁금해했고 다른 사람들은 울 든 말 든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를 모으기 바빴다. 


사람들은 아이에게 우는 이유를 질문했고 아이는 손가락으로 나뭇가지가 모여있는 곳 아래쪽을 가리키며 원래 그곳에 아름다운 꽃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그곳에 꽃이 있던 흔적조차 없었고 흙과 사람들의 발자국만이 가득했다.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돈을 버는 것이 맞는지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됐다. 그 고민이 들렸는지 빛이 들어오는 곳으로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곤 점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가 빨라졌고 곧 무너질 것 같다는 것을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느끼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호수 물이 쏟아져 들어올 수도 있는 그 순간조차 욕심을 내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기 위해 사람들은 입구가 아닌 나무로 달려들었고 아비규환이 됐다. 마을 사람들은 그 모습이 마치 호수가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도 관광객들은 나무를 훼손하여서 나무를 직접 가지고 나가기도 했다. 나도 그 소란을 듣고 밖으로 나오게 됐다. 사람들은 대부분 사고 없이 빠져나왔지만 아이가 봤던 아름다움은 영원히 가라앉아버렸다. 나는 그곳에서 며칠이나 지난지도 몰랐는데  노을빛에도 눈이 시큼 거리는 것을 보니 내가 얼마나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오랜만에 보게 된 하늘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사람들은 노을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이 얻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며 무시하고 그들에게 빨려들지 않기 위해 가만히 하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누구나 소재 신청 가능합니다. 

아래쪽 글을 참고하시고 신청해 주세요.


https://brunch.co.kr/@ehdwlsez4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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