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정의"라는 글을 시작으로 내 브런치 작가 생활이 시작됐다.
그 글을 올린 그다음 날 121명이 내 글을 읽었다는 것을 통계를 통해 알게 되었고, 곧바로 브런치를 추천해준 친한 형에게 연락을 했다.
이때나 지금이나 121은 나에게 정말 엄청난 조회수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지금, 곧 있으면 텅 비어 있던 브런치북의 자리까지 채워질 예정이다. 구독자도 13명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 13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정말 큰 숫자다. 나를 구독해주신 분들한테 너무너무 감사하고,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가끔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신 분들의 구독자수를 보고 많이 놀라곤 한다.
'아니, 이런 분들이 내 글을 보신다고?'
그런 엄청나신 분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주시고, 또 기대해주신다는 사실이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지 못했던 색다른 기쁨을 주고 있다.
브런치는 여러모로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구독자나 좋아요 수를 통해서 어떤 글이 얼마만큼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으며, 거기에 더해 "브런치북"이라는 일종의 목적지가 있으니 그것을 위해서라도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내 통계를 볼 때면 여러모로 안타깝다는 감정이 가끔씩 나타나곤 한다.
이것이 지금 나의 일상이며, 어쩌면 나 이외에도 수 백명의 브런치 작가분들이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누구는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조회수 10만명을 넘어서면서 행복한 작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누구는 4개월째 2천명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꾸준히 글을 올려야 사람들이 읽지.'
'글이 별로인가보지.'
'자기가 부지런히 하지도 않았으면서 왜 다른 사람들이 자기 글을 읽어주길 바라는 거지?'
물론 맞는 말이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으며, 올린 글들의 수는 현재 20개를 넘기지도 못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내 글은 가독성이 정말 많이 떨어지고, 내 글의 제목도 그다지 유혹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노력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책에 대한 글들을 쓰고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을 법한 여러 가지 책들을 분석하고, 그것 안에 내포되어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찾으면서 사회를 향한 나만의 답을 내리는 글들을 쓰는 중에 있다. 내가 글 하나를 구성하는 것부터 완성하기까지는 적게는 5시간, 길게는 3주까지 걸릴 때도 있다. 일주일에 하나씩 쓰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렇게 공들인 시간만큼 생각보다 맘에 드는 글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여담으로, 이 글은 완성하기까지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이 글의 조회수는 또 얼마나 나올지가 정말 궁금하다. 사실, 조회수가 많이 나와도 씁쓸할 것 같고, 많이 안 나와도 씁쓸할 것 같다.)
이 분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정말 책에 관심이 없다. 이 분의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회사생활 혹은 삶의 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10배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다.
누굴 탓해야 할까. 사실 이건 탓할 대상이 없다. 딱히 잘못한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일상과관련된 글에 더 관심이 많을 뿐이고, 그렇기에 브런치는 자연스럽게 일상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을 더 밀어주게 되는 것이고, 애초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정의란 무엇인가?'따위의 질문에 관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