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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준 Nov 23. 2020

독재를 자초하는 국민

동물농장이 보여주는 부정부패의 요인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인간의 권력에 대해서 이런 말을 남겼다.

“Nearly all men can stand adversity, but 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
("누구나 거의 다 역경을 견디어 낼 수는 있지만, 한 인간의 됨됨이를 정말 시험해 보려거든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

권력이 존재하는 진정한 목적은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공공의 성취를 이뤄내기 위함이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권력이 공동체의 발전이 아닌 개개인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사용되는 사례가 수도 없이 나타났고, 이를 본 링컨이 위와 같은 말을 남긴 것이다. 이 “권력”이라는 주제를 다루는 대표적인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인데, 이 작품이 과거 러시아 혁명과 구 소련의 역사를 그려낸 것이라는 것과 사회주의의 한계성을 묘사하는 작품이라는 것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물농장”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단순히 독재정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만의 이야기이고, 민주주의 국가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여기는 것은 옳지 못한 생각이다. 민주주의로 구성되어 있는 대표적인 국가 한 곳을 말해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말할 것이다. 그만큼 미국은 자유민주주의의 표본으로 여겨지며, 국가가 탄생할 때부터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발전한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인들도 그들의 뿌리 깊은 민주주의에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정말 진정한 민주주의인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 또한 독재와 다름없는 과두정치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 주장한다. 과두정치란 자산,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 등을 지닌 소수의 사회 구성원들에게 권력이 집중된 정부의 형태를 의미한다. 미국의 역사와 헌법을 보면 미국은 민주주의 즉, 국민이 권력을 쥐고 있는 국가라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현대 사회의 여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치체제가 다수의 국민이 아닌 소수의 집단들에 의해 지배되는 독재정치의 일종이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오랜 시간 동안 뿌리를 내린 미국에서 이러한 비판이 나온다는 것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드러나는 독재정치가 단순히 사회주의 국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정치적 권력을 일정 부분 차지하고 있는 민주주의 속에서도 소수 집단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가 형성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어떤 국가나 공동체에서도 독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사회에 독재를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데, 이 질문의 해답 또한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




    동물농장에는 독재자 나폴레옹을 대변하는 스퀼러라는 돼지가 나온다. 스퀼러는 동물들 앞에 서서 그들의 생산량이나 성취도를 보고하고, 나폴레옹이 어떤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해 알려주곤 한다. 때로는, 여러 의심을 품는 동물들을 설득하거나 과거 농장에서의 역사와 나폴레옹에게 해가 되는 동물들에 대한 사실들을 조작할 때도 있다. 동물농장에는 계속해서 반복되는 하나의 사건이 있는데, 바로 권력을 쥐고 있는 돼지들이 반복적으로 동물농장의 헌법으로 여겨지는 “동물 7 계명”을 어기는 일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항상 스퀼러는 동물들 앞에 서서 그럴듯하게 돼지들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고, 이와 함께 교묘하게 기존의 “동물 7 계명”을 조금씩 깨고 있었다. 이 스퀼러라는 캐릭터는 바로 사회의 “언론”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언론은 정부의 행동이나 정책을 전해주는 매개체로 사용되며, 보통 라디오, 신문, 텔레비전과 같은 매체를 통해 언론활동이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 언론이라는 요소가 바로 사회에 과두정치가 형성되도록 하는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정보다. 국가의 정치적 상황이나 이슈에 대한 정보는 국민들의 정치적 방향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대부분 언론을 통해서 전해진다. 그러므로, 만약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보를 정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다면, 정부는 시민들의 정치적 관점이나 선택을 제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정보가 현 정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되면 정부는 언론을 제어하는 것을 통해 그 정보를 국민들로부터 숨기거나 그럴듯하게 해석해서 정당화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판단이나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을 우리는 “프로파간다”, 혹은 “선전행위”라고 부른다. 만약 이런 방식을 통해서 다수의 국민들이 정부가 원하는 정치적 생각이나 행위를 하게 된다면, 이는 앞서 언급한 소수의 집단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는 과두정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판단은 독자분들께서 하시길...




    동물농장에서는 나폴레옹의 독재를 통해서 많은 동물들이 착취당하고, 돼지들은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나폴레옹만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나폴레옹의 독재가 더욱 안정적이게 유지될 수 있었던 요인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동물들의 무지함이다. 동물농장에는 많은 양들이 있는데, 이 양들은 어딜 가던지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말을 쉬지 않고 말한다. 때로는 이 양들의 소음 때문에 동물들의 회의가 취소되곤 했다. 그러나 양들은 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 심지어 나중에는, 스퀼러로부터 교육을 받고 난 후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라는 말을 농장 곳곳에서 소리치고 있었고, 이에 다른 동물들까지도 양들의 말에 세뇌되어 돼지들을 다시 따르게 된다. 양들은 사회에서 언론과 정부에 쉽게 휘둘리는 무조건적인 지지층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도 많은 사람들은 실체나 행위에는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특정 정부나 정당을 지지하곤 한다. 때로는 다른 이들의 의견은 전혀 듣지 않은 채 지지하는 정부의 행위들을 모두 옳다고 주장하고, 이런 사람들에 의해 많은 사람들은 어느새 그들의 정치적 견해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따라가게 된다. 인간은 정보에 상관없이 다수의 선택에 따라가게 되는 심리적 현상인 군중심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단순히 무지한 것을 넘어 자신의 유능함을 이용해 특정 단체나 정당에 맹신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이들 또한 그에 의해서 쉽게 동요되고 만다. 이런 사람을 의미하는 동물농장의 한 인물이 있는데, 바로 복서라는 수말이다. 복서는 뛰어난 체격을 통해 동물농장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외양간 전투에서 크게 활약하여 훈장도 받으면서 오랜 시간 동안 거의 모든 동물들로부터 동경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복서는 나폴레옹이 어떠한 행위를 하던지 그것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내가 더 일할게”라고 말하며 더 일할 생각만 했다. 그리고 복서는 매일 “나폴레옹은 언제나 옳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데, 이런 유능하지만 무지한 복서가 나폴레옹을 신뢰하고 지지할 때면, 그를 따라서 다른 동물들도 그에게 동요되어 나폴레옹의 뜻에 따르곤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한 사람이 특정 단체를 지지하고 이에 맹신하는 모습을 보면, 몇몇 사람들은 그것의 옳고 그름에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행위를 함께 지지하게 된다. 유능함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데 정말 큰 역할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유능함에는 지식과 지혜가 함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동물농장에 모든 동물들이 무지했던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소수지만 머리가 좋은 동물들이 더러 있었으며, 그중 하나가 바로 벤자민이라는 당나귀다. 벤자민은 동물들 중에서 글을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물들 중 하나였으며, 나폴레옹과 스퀼러의 계획이 무엇이고, 여러 가지 사건의 전말이 무엇인지 거의 완벽히 꿰뚫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벤자민은 동물농장의 어떤 것이 문제점인지와 돼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던 지식 있는 동물이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동물들 앞에 나서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다른 동물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고, 뒤에서 무지한 그들을 조롱하기에 바빴다. 벤자민이 동물들 앞에 서서 돼지들의 계략이 무엇인지를 알리던 유일한 순간이 있는데, 바로 벤자민의 절친이자 가장 소중한 존재 중 하나인 복서가 도축장으로 팔려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다. 다른 동물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돼지들 또한 그들을 속이고 있었는데, 이에 분노한 벤자민은 동물들에게 이를 알려주며 함께 복서를 구출하기 위해 마차를 쫓아가지만, 결국 복서를 구하지 못했다. 현대 사회에도 벤저민과 같이 지식이 있지만 남들에게 알리거나 그들 앞에 설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많은 지식인들은 사회의 정책이나 정부의 행위가 어떠한 목적인지를 파악하고 있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들을 비판하고 조롱하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오직 그들의 소중한 것이 빼앗길 위기에 처했을 때만 그 무지한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그들과 지식을 나누려 한다. 이러한 무능한 지식인들은 복서 같은 유능한 무지인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과 같이 사회에 어떠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없다. 세상에 대한 지식과 사회를 바라보는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이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 가르칠 것에 대한 필요성과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요약하자면, 사회가 민주주의임에도 불구하고 과두정치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언론의 선전행위와 그에 의해 너무나도 쉽게 국가의 권위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무지한 국민들, 그리고 국가의 상황과 정책을 올바르게 해석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의욕이 없는 지식인들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가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히 정부 내에서 국가를 직접적으로 운영하고 이끄는 사람들이다. 나폴레옹의 독재와 스퀼러의 선전행위 없이 스노볼과 같은 올바른 지도자가 옳은 방향으로 국가를 이끌어 갔다면, 동물농장에는 다른 결말이 나타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지도자에게 반드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지지층이다. 나폴레옹이 동물농장에서 큰 위험 없이 독재정치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를 믿고 지지하는 많은 동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나폴레옹의 독재는 다른 동물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국민으로서의 책임감은 민주주의에서 더더욱 크게 요구되는데, 국가를 이끌 지도자들을 국민들이 직접 선출하고, 그들의 정치적 견해를 서로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만큼, 그들의 정치적인 지혜와 행위는 다른 어떤 정치체제보다 더 큰 대가와 영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권리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 권리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 권리의 잘못된 방향성이 온전히 권리를 받은 사람의 책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지식이나 능력 없이 그 권리를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자유와 권리는 단지 부정부패나 사회적 혼란을 도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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