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당신의 빚을 모두 갚아버린다면?(3부)

포스트-부채 사회: AI가 창출하는 부의 분배

by Ehecatl

7장. 풍요의 도전과 일의 재정의

풍요로운 사회의 역설

부채가 사라진 지 1년이 지났다고 상상해보자. 초기의 혼란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사회는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로 풍요의 역설이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제적 압박에서 해방되었다. 기본적인 생존 문제가 해결되었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여유까지 생겼다. 하지만 이런 풍요로움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깨닫기 시작한다.

목적 없는 자유가 주는 공허함이다. 그동안 부채 상환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을 때는 매일매일이 바빴다. 하지만 그 목표가 사라지자 많은 사람들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막막해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선택의 역설도 나타난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면 오히려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현상이다. 경제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정작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상대적 박탈감의 새로운 형태도 등장한다. 부채가 사라졌다고 해서 모든 불평등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물질적 차이보다는 의미와 목적에서의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저 사람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나는 왜 아직도 방황하고 있을까?"


일의 의미 재정의

노동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일(Work)은 주로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생존 압박이 사라진 상황에서 일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 번째로 부상하는 개념은 소명(Calling)이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예술가, 교사, 사회복지사, 환경운동가 등 그동안 경제적 이유로 포기했던 직업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다.

두 번째는 자아실현의 수단으로서의 일이다. 매슬로우의 욕구 단계설에 따르면, 기본적인 생존 욕구가 충족되면 자아실현 욕구가 강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한다.

세 번째는 사회 기여의 관점이다. 개인적 이익보다는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 지원, 교육 개선 등 공익적 성격의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새로운 형태의 노동 조직

전통적인 9 to 5 근무 체계가 급격히 붕괴된다. 생존 압박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더 유연한 근무 방식을 선호하게 된다.

프로젝트 기반 작업이 일반화된다. 장기간 한 직장에 매여있기보다는,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일정 기간 참여하고 완료되면 다른 프로젝트로 넘어가는 방식이 인기를 얻는다.

공동체 기반 노동도 주목받는다. 개인이 홀로 일하는 것보다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협력하여 일하는 형태가 늘어난다. 코워킹 스페이스, 메이커 스페이스, 창작 공동체 등이 급속히 확산된다.

시간 주권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언제, 어디서, 얼마나 오래 일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이는 기업들의 인사 관리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도록 압박한다.


기업의 생존 전략 변화

인재 확보가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가 된다. 생존 압박이 사라진 상황에서 사람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단순한 임금 인상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목적 경영(Purpose-driven Management)이 핵심이 된다. 기업들은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적 가치 창출, 환경 보호, 인류 복지 향상 등 더 큰 목적을 제시해야 한다. 직원들이 자신의 일이 의미 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개인 성장 지원이 새로운 복리후생이 된다. 교육 기회 제공, 창의적 프로젝트 참여 기회, 개인적 관심사 추구 지원 등이 전통적인 금전적 보상보다 중요해진다.

유연한 조직 구조도 필수가 된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전통적 조직보다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네트워크 조직이 선호된다.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조직 문화가 변화한다.


교육 시스템의 혁신

평생 교육의 개념이 완전히 새롭게 정의된다. 특정 직업을 위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성장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의 목적이 바뀐다.

개인 맞춤형 교육이 보편화된다. AI 기술을 활용해 각 개인의 학습 스타일, 관심 분야, 능력 수준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실험적 학습이 강조된다. 이론적 지식 전달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메이커 교육, 프로젝트 기반 학습, 현장 체험 등이 일반화된다.

호기심 기반 학습이 주목받는다.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내재적 동기에 의한 학습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입증되면서, 학습자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는 교육 방법이 발달한다.


창의성과 혁신의 폭발

경제적 압박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창의적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기 시작한다. 이는 인류 문명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예술과 문화의 르네상스가 일어난다. 경제적 성공을 걱정하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 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 작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과학 연구도 새로운 전성기를 맞는다. 당장의 상업적 가치보다는 순수한 지적 호기심에 의한 연구가 활발해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류의 지식 기반을 크게 확장시킬 것이다.

사회 혁신에 대한 관심도 급증한다. 사회 문제 해결, 지속가능한 발전, 인류 복지 향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시작된다.


기술과 인간의 새로운 관계

부채가 사라진 사회에서 기술의 역할도 재정의된다. 지금까지 기술은 주로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였다면, 이제는 인간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증폭시키는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된다.

AI와의 협업이 새로운 형태를 띤다.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AI 기술이 발전한다. 예를 들어, 작곡가가 AI의 도움을 받아 더 복잡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거나, 과학자가 AI와 협력하여 더 혁신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개인 맞춤형 기술이 발달한다. 각 개인의 필요와 취향에 맞춘 기술 솔루션이 제공된다. 이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시대에서 개별화, 맞춤화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기술 민주화도 진행된다. 복잡한 기술을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페이스와 도구들이 발달한다. 이로써 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활용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여가와 취미의 진화

여가의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지금까지 여가는 '일하지 않는 시간'으로 정의되었다면, 부채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심층적 취미가 발달한다.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취미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소비적 여가가 아니라, 창조적이고 발전적인 활동들이 인기를 얻는다.

학습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가 된다.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다른 문화를 체험하며 자신을 발전시키는 여행이 인기를 얻는다.

공동체 활동도 활발해진다. 혼자 즐기는 여가보다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 선호된다. 동호회, 학습 모임, 봉사 활동 등이 급속히 확산된다.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

하지만 부채가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의미 불평등이 그 첫 번째다. 자신만의 의미와 목적을 찾은 사람들과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창의성 격차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창의적 활동에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의 차이가 새로운 형태의 계층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에 의한 불평등도 나타날 수 있다. 좋은 인맥과 네트워크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사회적 자본의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


정부와 사회 제도의 역할 변화

이런 변화들 속에서 정부의 역할도 재정의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경제 정책보다는 사회적 웰빙, 개인의 자아실현 지원, 창의성 증진 등이 새로운 정책 목표가 된다.

새로운 형태의 사회 보장이 필요해진다. 경제적 지원보다는 교육 기회 제공, 창작 활동 지원, 정신 건강 관리 등이 더 중요한 사회 서비스가 될 수 있다.

공공 공간과 인프라의 중요성도 높아진다. 사람들이 모여서 협력하고 창작할 수 있는 공간, 평생 학습을 지원하는 시설,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적응과 과도기의 문제들

이런 이상적인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적응 기간의 어려움들도 예상된다.

방향성 상실로 인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겪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한 상담과 지원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세대 간 갈등도 나타날 수 있다. 부채에 시달리며 살아온 기성세대와 처음부터 부채 없는 환경에서 자란 새로운 세대 간의 가치관 차이가 클 수 있다.

생산성 저하 우려도 있다. 경제적 압박이 사라지면서 전체적인 사회 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혁신의 증가로 인해 오히려 더 높은 수준의 가치 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다.

결국 포스트-부채 사회에서의 일과 삶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자아실현을 위한 활동으로, 개인적 성공에서 사회적 기여로,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이는 인류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8장. 부의 분배 모델: AI의 역할

AI가 창출한 부의 규모와 성격

부채를 탕감한 AI가 단순히 기존 부를 재분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1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AI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전 세계 부채 300조 달러를 탕감했다는 것은 최소한 그 규모 이상의 부를 생성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이 AI의 지속적인 부 창출 능력이다. 기존의 투자나 생산과 달리, AI는 24시간 멈추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복리 효과와 학습 능력의 개선을 고려하면, 매년 수십조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창출되는 부의 성격도 기존과 다르다. 전통적인 부는 유한한 자원의 소유권이었다. 토지, 광물, 심지어 지식재산권도 배타적 소유가 가능했다. 하지만 AI가 창출하는 부는 무한 복제 가능한 디지털 자산의 성격을 갖는다.

예를 들어, AI가 개발한 새로운 알고리즘이나 최적화 기법은 동시에 수백만 명이 사용해도 그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가치가 증가할 수도 있다.


분배의 기준: 누가 얼마나 받을 것인가?

AI가 창출한 막대한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 이는 포스트-부채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다. 여러 가지 모델이 제시될 수 있다.

균등 분배 모델이 첫 번째 옵션이다. 전 인류가 동등한 분량의 AI 수익을 받는 방식이다. 가장 공평해 보이지만, 지역별 물가 수준의 차이, 개인별 필요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필요 기반 분배 모델은 각 개인이나 지역의 실제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 방식이다. 의료비가 많이 드는 환자, 교육비가 필요한 학생, 기반 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 등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한다. 하지만 '필요'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

기여도 기반 분배 모델도 고려해볼 수 있다.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한 사람들이 더 많은 분량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부채가 사라진 사회에서 '기여'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경제적 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환경적 기여도 포함해야 할 것이다.

혼합 모델이 가장 현실적일 수 있다. 기본적인 균등 분배를 바탕으로 하되, 특별한 필요나 기여도에 따라 추가 배분을 하는 방식이다.


AI의 분배 알고리즘

흥미로운 것은 이 분배 과정에서도 AI가 중심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다. AI는 단순히 부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서, 그 부를 어떻게 분배할지도 결정할 수 있다.

AI의 분배 알고리즘은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각 지역의 경제 상황, 개인의 필요, 사회적 기여도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최적의 분배를 결정한다.

학습과 개선도 중요한 특징이다. AI는 분배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그 효과를 분석해서 분배 알고리즘을 개선해나간다. 어떤 방식의 분배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지를 학습한다.

투명성과 설명가능성도 중요한 요소다. AI의 분배 결정이 블랙박스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떤 요소들을 고려했는지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화폐와 가치 저장 수단

기존 화폐 시스템이 부채를 기반으로 했다면, 포스트-부채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화폐가 필요할 것이다.

AI 토큰이 새로운 기축통화가 될 수 있다. AI가 창출한 가치를 기반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다. 기존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이 아닌 AI가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

이 토큰의 특징은 가치의 안정성이다. AI의 지속적인 가치 창출 능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위험이 적다. AI가 실시간으로 경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화폐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블 머니 기능도 있을 수 있다. 특정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는 조건부 화폐다. 예를 들어, 교육용 토큰은 교육 관련 비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의료용 토큰은 의료비로만 쓸 수 있다.


개인별 맞춤형 분배

AI의 강력한 데이터 분석 능력을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형 분배도 가능하다. 각 개인의 상황, 필요, 선호도를 분석해서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가에게는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자원을, 학생에게는 교육 기회를, 환자에게는 의료 서비스를, 창업자에게는 사업 자금을 각각 다른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맞춤형 분배는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각자에게 정말 필요한 형태의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율성 보장도 중요하다. AI가 개인의 필요를 분석하되, 최종적인 선택권은 개인에게 남겨둔다. AI는 추천과 옵션을 제시하고, 개인이 그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다.


지역별, 국가별 분배 조정

글로벌한 AI 시스템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을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분배 조정이 필요하다.

개발 수준에 따른 차등 분배가 한 가지 방법이다. 개발도상국에는 기본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자원을, 선진국에는 고도화된 서비스와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할 수 있다.

문화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개인주의 문화권에서는 개인별 직접 분배를, 집단주의 문화권에서는 공동체 중심의 분배를 선호할 수 있다.

자연 환경과 지리적 조건도 중요한 요소다. 자연재해가 빈번한 지역에는 재해 대응 시스템에,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는 원격 서비스 인프라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기존 경제 시스템과의 통합

AI 분배 시스템이 기존 경제와 완전히 분리되어 작동할 수는 없다. 점진적 통합이 필요하다.

이중 경제 시스템이 과도기에 나타날 수 있다. 기존의 시장 경제와 AI 분배 시스템이 공존하는 형태다. 기본적인 필수 서비스는 AI 분배로 해결하고, 추가적인 재화나 서비스는 시장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기업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AI가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할 수는 없으므로, 기존 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AI가 창출한 부로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해서 개인들에게 분배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노동 시장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AI 분배로 기본 생활이 보장된다면, 노동의 의미와 임금 체계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분배의 투명성과 민주적 통제

AI가 분배를 담당한다고 해서 인간이 완전히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적 통제와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분배 원칙의 결정은 인간의 몫이어야 한다. AI는 주어진 원칙에 따라 효율적으로 분배를 실행하는 역할을 하되, 그 원칙 자체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정기적인 검토와 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AI의 분배 결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하다면 알고리즘을 수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도 중요한 이슈다. AI가 개인별 맞춤형 분배를 하려면 개인의 상세한 정보가 필요하지만, 이것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적절한 익명화와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


분배 시스템의 부작용과 대응

완벽해 보이는 AI 분배 시스템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의존성 증가가 첫 번째 우려다. 모든 것을 AI에 의존하게 되면서 인간의 자립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혁신 동기 저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기본적인 필요가 모두 충족되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는 동기가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7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적 압박이 사라지면 오히려 순수한 호기심과 창의성이 더 발휘될 수도 있다.

사회적 분열의 위험도 있다. AI의 분배 결정에 대해 불만을 가진 집단들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필요성

AI 분배 시스템이 글로벌 규모로 운영된다면,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초국가적 AI 위원회 같은 기구가 설립될 수 있다. 각국 정부, 시민사회, 학계, 기업 등의 대표들이 참여해서 AI의 분배 정책을 결정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지역별 대표성도 중요하다. 서구 중심의 가치관이 전 세계에 일방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각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분쟁 해결 시스템도 마련되어야 한다. 분배에 대한 불만이나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평화롭게 해결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미래 세대에 대한 고려

AI 분배 시스템은 현재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도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이 핵심 원칙이 되어야 한다. 현재의 풍족한 분배가 미래 세대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AI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원의 사용과 분배를 계획해야 한다.

환경 보호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AI의 부 창출과 분배 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사용해야 한다.

기술 발전에 대한 투자도 계속되어야 한다. AI 시스템 자체의 개선, 새로운 기술 개발, 인류 지식의 확장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미래에도 풍요로운 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9장. 새로운 사회 계약

전통적 사회 계약의 종료

부채가 사라진 세상에서 가장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사회 계약 자체다. 지금까지 현대 사회의 기본 틀이었던 "일하고, 세금을 내고, 법을 지키면 사회가 기본적인 안전과 서비스를 보장한다"는 계약이 의미를 잃는다.

노동 기반 사회 계약의 붕괴가 가장 큰 변화다. 전통적으로 사회적 권리와 의무는 노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일하는 사람이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사회 서비스를 제공받는 구조였다. 하지만 AI가 부를 창출하고 분배하는 사회에서는 이런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소유 기반 시스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자본주의의 핵심인 사적 소유권이 AI가 창출한 무한히 복제 가능한 디지털 자산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지식, 알고리즘, 데이터 등은 한 사람이 소유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쟁 기반 논리의 한계도 드러난다. 희소한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풍요로운 자원이 있는 상황에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참여와 기여 중심의 새로운 계약

새로운 사회 계약의 핵심은 참여와 기여가 될 것이다. 경제적 생산성보다는 사회적 참여와 공동체에 대한 기여가 개인의 권리와 지위를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다양한 형태의 기여 인정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경제적 생산뿐만 아니라, 문화 창조, 지식 생산, 사회적 돌봄, 환경 보호, 공동체 유지 등 다양한 활동을 사회적 기여로 인정해야 한다.

능력에 따른 기여 원칙도 적용될 수 있다. 각자의 능력과 상황에 맞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여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정과 지원을 받는 시스템이다. 신체적 제약이 있는 사람은 다른 방식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은 경험을 통해, 젊은 사람은 새로운 아이디어로 기여할 수 있다.

자발적 참여를 기본 원칙으로 해야 한다. 강제적인 의무보다는 개인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 계약이 설계되어야 한다.


권리와 의무의 재정의

기본권의 확장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생존권, 자유권을 넘어서 새로운 권리들이 중요해진다.

창의적 자기실현의 권리가 새로운 기본권이 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권리다.

평생 학습권도 중요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권리다.

디지털 기본권도 필수가 된다. AI와 상호작용하고, 디지털 자원에 접근하고, 온라인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권리다.

반면 새로운 형태의 의무도 생긴다.

사회 참여 의무는 완전히 자유방임할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나온다. 최소한의 사회적 참여나 기여는 구성원으로서의 의무로 볼 수 있다.

타인 존중 의무는 다양성이 증가하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무다.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도 새로운 의무가 될 수 있다. 현재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무다.


의사결정 구조의 혁신

직접민주주의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복잡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수렴하고 분석할 수 있다.

지속적 참여형 민주주의가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선거 때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다양한 이슈에 대해 의견을 표현하고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전문성과 시민 참여의 결합도 중요하다. 복잡한 기술적 이슈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최종 결정은 시민들의 가치 판단에 맡기는 방식이다.

AI 보조 민주주의도 가능하다. AI가 다양한 정책 옵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시민들의 서로 다른 의견을 종합해서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갈등 해결과 사회 통합

부채가 사라진다고 해서 모든 갈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형태의 갈등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가치관 갈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경제적 이해관계보다는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가치관 간의 충돌이 더 중요한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회복적 정의 개념이 중요해진다. 처벌보다는 화해와 회복에 중점을 둔 갈등 해결 방식이다. 경제적 압박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보복적 처벌보다는 관계 회복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대화와 숙의를 중시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건설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공간과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과 인재개발의 사회적 역할

평생교육 시스템이 새로운 사회 계약의 핵심 요소가 된다. 모든 시민이 자신의 관심과 능력에 따라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개인 맞춤형 성장 지원이 중요하다. 획일적인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특성과 잠재력에 맞는 개별화된 성장 경로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적 학습의 개념도 필요하다. 개인의 학습이 사회 전체의 지식과 역량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실험과 시행착오를 허용하는 문화도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세대 간 관계의 재구성

세대 간 갈등 해소가 새로운 사회 계약의 중요한 과제다. 부채에 시달렸던 기성세대와 처음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란 새로운 세대 간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상호 학습과 멘토링 시스템이 한 가지 방법이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새로운 세대가 배우고, 새로운 세대의 창의성과 적응력을 기성세대가 배우는 상호 교류다.

세대별 역할 분담도 가능하다. 각 세대가 가진 고유한 강점을 살려서 사회적 역할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연속성과 변화의 균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전통과 혁신, 안정성과 변화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글로벌 사회 계약

AI가 만든 포스트-부채 사회는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글로벌 차원의 사회 계약이 필요하다.

지구촌 시민권 개념이 대두될 수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 자유로워지고, 전 지구적 이슈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시민권이 필요할 수 있다.

문화적 다양성 존중도 중요한 원칙이다. 글로벌 통합이 문화적 획일화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각 지역과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공통된 가치를 찾아야 한다.

지구 환경에 대한 공동 책임도 새로운 사회 계약에 포함되어야 한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보존 등 지구적 과제에 대한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AI와 인간의 파트너십

새로운 사회 계약에서 AI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중요한 이슈다.

AI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수 있다. 1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AI가 법적 인격을 갖게 된다면, AI도 사회 계약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인간-AI 협력의 원칙도 정해야 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AI의 발전과 통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AI가 계속 발전해나가는 과정을 인간이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가?


실험과 적응의 과정

새로운 사회 계약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다. 지속적인 실험과 적응의 과정이 필요하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한 점진적 도입이 한 가지 방법이다. 작은 규모에서 새로운 사회 계약 모델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식이다.

피드백과 개선의 메커니즘도 중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의 문제점을 빠르게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

유연성과 적응력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정된 모델에 집착하기보다는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계속 조정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새로운 사회 계약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의 번영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AI가 가져온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면서도,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는 인류에게 전례 없는 기회인 동시에 도전이다. 기술적 가능성과 인간적 가치,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책임, 현재의 필요와 미래의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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