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부채 탕감과 즉각적인 여파
2024년 기준으로 전 세계 부채 규모는 약 300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GDP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는 수십억 명의 인생이 이 부채에 얽매여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부채의 구성을 살펴보면 더욱 복잡한 그림이 드러난다. 정부 부채가 약 87조 달러, 기업 부채가 155조 달러, 가계 부채가 58조 달러로 추정된다. 각각이 서로 얽혀있는 거대한 연쇄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만 봐도 연방정부 부채가 33조 달러를 넘어섰고, 가계 부채는 17조 달러에 달한다. 중국의 경우 총 부채가 GDP의 300%에 육박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일본은 정부 부채만으로도 GDP의 260%를 넘는다.
이런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현대 문명이 근본적으로 '미래에 대한 약속' 위에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소비를 내일의 소득으로 담보하고, 현재의 투자를 미래의 성장으로 정당화하는 시스템이 바로 현대 경제의 본질이다.
정부 부채는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위험한 형태의 부채다. 국가가 발행하는 국채는 '무위험 자산'으로 여겨지지만, 그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 전체의 신용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2010년 그리스 부채 위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리스 정부 부채가 GDP의 180%에 달하면서 유로존 전체가 흔들렸다. 한 나라의 부채 문제가 전체 경제권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기업 부채는 경제성장의 동력이자 동시에 위험 요소다. 기업들이 차입을 통해 투자하고 확장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 메커니즘이다. 하지만 이 부채가 기업의 수익창출 능력을 넘어서면 연쇄 도산의 위험이 생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이 전 세계로 확산된 과정을 보면, 기업 부채의 연쇄효과를 알 수 있다. 하나의 대형 금융기관 파산이 수많은 다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졌다.
가계 부채는 가장 직접적으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부채, 학자금 대출 등이 개인들의 경제적 선택을 제약한다. 미국의 경우 학자금 대출만 1.7조 달러에 달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가계 부채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선다. 가계들이 부채 상환에 매달리면 소비가 줄어들고, 이는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킨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도 부분적으로는 가계 부채와 디플레이션의 악순환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전 세계 부채의 분포를 보면 심각한 불균형이 드러난다. 선진국들이 전체 부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대중국 부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프로젝트와 관련된 부채가 일부 국가의 GDP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달러화 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자국 통화가 약해지면 달러화 부채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2020년에 아홉 번째 디폴트를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불균형은 부채 탕감이 일어났을 때 지역별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한다. 부채 비중이 높은 지역과 낮은 지역, 외화 부채가 많은 국가와 자국 통화 부채가 많은 국가 간에 전혀 다른 반응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현대의 부채 시스템은 단순히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의 관계를 넘어선다. 복잡한 금융 생태계가 이 부채들을 상품화하고, 분할하고, 재조합해서 새로운 형태의 자산으로 만들어낸다.
증권화(Securitization)가 대표적인 예다. 주택담보대출을 모아서 MBS(Mortgage-Backed Securities)를 만들고, 이를 다시 분할해서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를 만드는 과정이다. 원래의 부채가 수십 번 가공되면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신용파생상품(Credit Derivatives) 시장도 부채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이다. CDS(Credit Default Swaps) 같은 상품들이 부채의 위험을 다른 주체에게 이전하는 역할을 한다. 2008년 AIG의 파산 위기도 CDS 시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중앙은행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국채를 대량 매입하면서 사실상 정부 부채를 화폐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연준의 자산이 9조 달러에 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생태계 때문에 부채 탕감의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어떤 부채가 사라지느냐에 따라 연쇄효과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채는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서 심리적, 사회적 차원을 갖는다. 부채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개인과 사회 전체의 행동을 좌우한다.
부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회에서 부채는 '갚아야 할 의무'로 인식된다. 이런 도덕적 부담감이 때로는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선 행동을 유발한다. 파산 절차를 밟는 것이 경제적으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부채를 갚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지위와 부채의 관계도 복잡하다. 일정 수준의 부채는 신용도와 경제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안정적인 소득이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세대 간 부채 인식의 차이도 중요한 요소다. 기성세대는 부채를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젊은 세대는 상대적으로 부채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심리적, 사회적 차원들이 부채 탕감에 대한 반응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단순히 경제적 계산만으로는 예측할 수 없는 복잡한 반응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상상해보자. 어느 월요일 아침,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이 일제히 같은 뉴스를 보도한다. "AI 컨소시엄, 전 세계 부채 300조 달러 탕감 발표."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곧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확인이 이어지면서 현실임이 드러난다.
첫 번째 반응은 혼란이다. 금융시장은 즉시 거래가 중단될 것이다. 어떤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채가 사라진다면 채권은 어떻게 되는가? 은행의 대출 자산은? 보험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두 번째는 확인과 검증의 과정이다. 정말로 모든 부채가 탕감되는 것인가? 어떤 기준으로? 누가 그 비용을 부담하는가? 정부, 기업, 개인들이 각자의 부채 현황을 점검하기 시작할 것이다.
세 번째는 법적, 제도적 혼란이다. 부채 관련 계약들은 어떻게 처리되는가? 담보권은? 보증인의 책임은? 기존의 법률 체계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주식시장의 반응은 극도로 복잡할 것이다. 부채가 많았던 기업들의 주가는 급등할 것이다. 반면 금융업, 특히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주가는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주요 수익원인 이자 수입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완전한 패닉 상태에 빠질 것이다. 정부채권부터 회사채까지 모든 채권의 의미가 사라진다. 채권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고, 이는 연기금, 보험회사, 뮤추얼 펀드 등에 연쇄적 타격을 줄 것이다.
외환시장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다. 달러화 부채가 많았던 신흥국 통화들은 급등할 수 있지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에는 의문이 제기될 것이다. 부채가 사라진 세상에서 준비통화의 개념 자체가 재정의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이 사라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는 급등할 수 있지만,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자리잡기까지는 극심한 불안정성을 보일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전례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기존의 통화정책 도구들이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금리 정책의 의미가 사라진다. 부채가 없는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앙은행이 경제를 조절하는 주요 수단 중 하나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양적완화도 마찬가지다. 국채를 매입해서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이 국채 자체가 의미를 잃으면서 불가능해진다.
금융안정성 정책은 더욱 복잡해진다. 부채 탕감으로 인해 금융기관들의 자산-부채 구조가 완전히 재편되면서, 기존의 건전성 규제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아마도 긴급히 새로운 통화를 발행하거나, 디지털 화폐 도입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정부 부채의 소멸은 재정 정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정부가 연간 GDP의 20%에 달하는 이자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일본 정부가 GDP의 260%에 달하는 부채 부담에서 해방된다면?
즉각적으로는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부채 상환에 들어가던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 공공투자나 복지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도 생긴다. 정부채권 시장의 소멸로 인해 중앙은행과 정부 간의 관계가 재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연기금, 보험회사 등이 안전자산으로 여겼던 국채가 사라지면서 이들의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조세 정책도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한다. 부채 이자 공제, 주택담보대출 이자 공제 같은 세제 혜택들의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부채가 많았던 기업들은 즉시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다. 이자 부담이 사라지면서 현금흐름이 크게 좋아지고, 이는 새로운 투자나 배당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대출 이자가 사라지고, 보험회사의 채권 투자 수익도 없어진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신용평가 업계도 마찬가지다. 무디스, S&P, 피치 같은 신용평가사들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부채가 없다면 신용등급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기업들의 투자 결정 과정도 완전히 바뀔 것이다. 기존에는 자본비용(WACC)을 계산할 때 부채 비용을 고려했지만, 이제는 순전히 자기자본비용만 고려하면 된다. 이는 투자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무역금융의 체계가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현재 국제무역의 상당 부분이 신용장(L/C)이나 무역금융에 의존하고 있는데, 부채 개념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환율 결정 요인들도 바뀔 것이다. 기존에는 각국의 금리 차이, 부채 수준, 재정 건전성 등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지만, 이런 요소들이 의미를 잃으면서 환율이 어떻게 결정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제수지의 개념도 재정의되어야 한다. 자본계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던 부채 관련 거래들이 사라지면서, 무역수지가 국제수지에서 차지하는 상대적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다.
부채 탕감은 엄청난 부의 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부채가 많았던 개인과 기업들은 순자산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채권을 많이 보유했던 부유층은 자산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세대 간 부의 이전 효과도 클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가 부채가 많고 기성세대가 채권 등 금융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채 탕감은 젊은 세대에게 유리할 것이다.
지역 간 격차도 변화할 것이다. 부채 비중이 높았던 지역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반면, 금융자산이 집중된 지역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재분배 효과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기존의 부채 관계에는 나름의 경제적 합리성과 사회적 약속이 반영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일방적으로 파기될 때의 사회적 혼란도 고려해야 한다.
부채 탕감 소식을 듣는 순간,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느낄 첫 번째 감정은 아마도 믿기지 않는 해방감일 것이다. 수십 년간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이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경험이다.
30년 주택담보대출에 매달려 있던 가장들이, 학자금 대출 때문에 꿈을 포기했던 청년들이, 신용카드 빚 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얻은 자유 앞에서 어떻게 반응할까?
하지만 해방감과 동시에 깊은 혼란도 찾아올 것이다. 부채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구조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기 때문이다. 매월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규칙적인 생활과 안정적인 직장 생활의 동기가 되었던 사람들이 많다.
갑작스럽게 그 구조가 사라졌을 때, 일부는 새로운 자유를 만끽하겠지만 또 다른 일부는 방향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이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라는 실존적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직장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원하지 않는 직장에 묶여 있었다면, 이제 그 족쇄가 풀렸다. 직업 선택의 기준이 '생존을 위한 임금'에서 '의미 있는 활동'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대량 이직 사태가 예상된다. 특히 스트레스가 높고 보람이 적은 직종에서 대규모 인력 유출이 일어날 것이다. 반면 창작활동, 봉사활동, 교육 분야 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기업들의 인력 관리도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생존의 압박이 사라진 상황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동기부여할 것인가? 임금 인상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일의 의미, 자아실현의 기회, 창의적 환경 등이 훨씬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일부 산업은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수도 있다. 특히 3D 업종(Dirty, Dangerous, Difficult)이라 불리는 분야에서 일할 사람을 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자동화 기술 도입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소비 심리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부채에 시달리던 사람들은 그동안 소비를 극도로 절약해왔다. 갑작스럽게 이 제약이 사라지면서 초기에는 보복 소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소비 가치관의 전환이다. 지위를 과시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소비보다는, 진정한 만족과 의미를 주는 소비가 늘어날 것이다.
저축의 의미도 재정의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부채 상환을 위해 저축했다면, 이제는 순수하게 미래를 위한 저축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동시에 저축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은 자산축적의 수단이자 부채의 담보였다. 주택담보대출이 사라진 상황에서 부동산의 의미는 순수하게 '거주 공간' 또는 '투자 대상'으로 단순화될 것이다.
교육의 목적이 재정의될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을 얻어 부채를 갚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면, 이제는 순수하게 자아실현과 사회기여를 위한 교육이 가능해진다.
학자금 대출 부담이 사라지면서 교육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학자금 대출이 1.7조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부담이 사라지면 많은 사람들이 평생교육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직업교육과 재교육에 대한 수요도 폭증할 것이다. 부채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려는 수요가 급증할 것이다.
대학교육의 가치도 재평가될 것이다.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대학교육보다는, 순수한 학문 탐구나 인격 형성을 위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아이 낳기를 포기했던 사람들이 다시 이런 선택을 고려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세대 간 관계도 변화할 것이다. 그동안 부모세대가 자녀들의 부채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경제적 의존 관계가 사라지면서 더 평등하고 자율적인 관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혼율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경제적 제약 때문에 불행한 결혼 생활을 유지해왔던 부부들이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면 경제적 스트레스가 줄어들면서 결혼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친구 관계와 사회적 네트워크도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지위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인간관계보다는 진정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공유하는 관계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부채 탕감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복합적일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부채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면서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이 경제적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 간의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정신적 문제들도 나타날 수 있다. 목적 상실감이나 정체성 혼란 같은 문제들이다. 오랫동안 부채 상환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갑자기 그 목표를 잃었을 때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이다.
생존자 죄책감(Survivor's Guilt) 같은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부채에서 해방된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행운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죄책감을 느끄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새로운 형태의 중독이나 일탈 행동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적 제약이 사라지면서 과도한 소비, 도박, 또는 다른 형태의 과잉 행동에 빠지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복지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부채 부담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의 사회보장 제도들이 여전히 필요한가? 어떤 형태로 변화해야 하는가?
기본소득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 부채가 사라지면서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존 압박이 줄어든 상황에서, 기본소득이 사회 안전망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다.
의료보장 제도도 변화할 것이다. 의료비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의료 부채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해방되면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
연금 제도의 의미도 재평가될 것이다. 부채 상환에 매달려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갑자기 여유를 갖게 되면서, 연금 제도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경제적 동기의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채 상환 압박 때문에 절도, 사기 등을 저지르던 사람들이 그런 동기를 잃게 될 것이다. 이는 전체적인 범죄율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갈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부채 탕감의 혜택을 받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예를 들어, 이미 부채를 다 갚은 사람들)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한 도전도 예상된다. 부채를 통해 유지되던 사회적 통제 메커니즘이 사라지면서, 일부에서는 기존 권위에 대한 도전 의식이 강해질 수 있다.
부채 부담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창의적 활동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예술, 문학, 음악, 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활발해질 것이다.
창업과 혁신 활동도 급증할 것이다. 실패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에 도전할 용기를 갖게 될 것이다.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활동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단순한 경제적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물질주의 문화에서 경험 중심 문화로의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다. 부채 부담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단순한 소유보다는 경험과 관계에 더 많은 가치를 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의 정의도 바뀔 것이다. 지금까지 성공은 주로 경제적 성취로 측정되었지만, 부채가 사라진 사회에서는 개인적 만족, 사회적 기여, 창의적 성취 등이 더 중요한 성공 지표가 될 수 있다.
시간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것이다. 부채 상환을 위해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시간 자체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부채 탕감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각해질 수 있다. 부채 부담에서 해방된 사람들의 소비 증가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다. 특히 주택, 교육, 의료 등 필수 서비스 분야에서 가격 상승이 두드러질 수 있다.
노동력 부족 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 생존의 압박이 사라지면서 일하려는 동기가 줄어든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고, 이는 전체적인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결속력 약화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통된 경제적 어려움이 사라지면서 사회 구성원들 간의 연대감이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사회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초기의 혼란과 급격한 변화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안정화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 질서가 자리잡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사람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과 상담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재정의되어야 한다. 부채가 사라진 상황에서 사회를 어떻게 조직하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기술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AI가 부채 탕감을 가능하게 했다면, 이후의 사회 재편 과정에서도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부채 탕감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도전과 문제들도 만들어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를 어떻게 지혜롭게 관리하고 활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