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나의 혁명이 지나간 자리

by Ehecatl

서문: 안개 속에서 시작된 한 해

2025년의 시작을 떠올린다. 그때의 나는 온통 안개 속에 있었다. 새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음속에는 '두려움'과 '도저히 안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가득했다. 몸담은 곳의 성장 동력은 보이지 않았고, 내가 걸어온 이 길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회의감이 나를 잠식했다.

결혼 후 맞이한 삶의 변화들도 버거웠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가장'으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답 없는 고민들이 1분기를 가득 채웠다. 그때의 나는 매일 밤, 보이지 않는 벽 앞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2분기: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의 교차

운 좋게도 2분기에는 큰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너무나 좋은 조건으로 우리만의 공간을 얻게 된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기세를 몰아, 오랜 시간 헌신했던 곳을 떠나 새로운 시작을 선택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새로 입은 옷은 소름 돋을 정도로 나와 맞지 않았다. 마치 상처 난 피부가 아물기도 전에 차가운 새벽바람이 표피에 그대로 닿는 듯한 통증이 매일 이어졌다. 계획되지 않은 인생의 경로 이탈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이었다. 건강은 무너졌고, 사회에서 아무 쓸모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공포가 나를 갉아먹었다. 내가 무얼 느끼는지,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던 암흑기였다.


전환점: 기록이 나를 구원하다

그 벼랑 끝에서 아내가 손을 내밀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다시 성장해보자"는 그 한마디가 나를 일으켰다.

반신반의하며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블로그에 지난 시간의 기록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를 증명하고 싶어 시작한 글쓰기였지만, 역설적으로 글을 쓰며 나는 나의 '모자람'을 똑똑히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다시 달려가야 할 명확한 목표가 보이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행위는 흔들리던 나를 붙들어 매는 닻이 되어주었다. 이전의 불안과는 달랐다. 이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할지 알고 있다. 외부의 흔들림이나 예기치 못한 도전 앞에서도 예전만큼 위축되지 않는다. 내 안의 중심추가 조금은 단단해진 덕분이다.


결문: 2025년, 나의 혁명기(革命記)

돌이켜보니 이 다사다난했던 1년은 내 인생에 다신 없을 '혁명의 해'였다. 나는 본래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고, 철저한 계획 없이는 움직이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스스로의 틀을 깨부수고, 물리적·정신적 한계를 넘어 마음껏 실패해 본 시간.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그 불확실성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한 시간이었다.

이제 2026년을 기다린다. 지난해의 슬픔과 불안, 두려움이 기쁨과 안도, 그리고 평안으로 치환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거창한 성취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하루하루를 성실히, 그리고 평온하게 맞이하고 싶다.

나의 혁명은 이제 파괴가 아닌, 평온한 건설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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