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조직 (에이미 에드먼슨 著)
나는 11년차 HR 실무자다. 경력의 대부분을 리스크 관리에 쏟았다. 법률적 방어, 규정 설계, 통제 시스템 구축. 조직이라는 성의 벽을 높이 쌓는 일이 내 전문 분야였다. 그리고 솔직히, 그 일을 꽤 잘했다고 생각했다.
에이미 에드먼슨의 '두려움 없는 조직'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이 책이 외부의 경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조직을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팀이 시장을 거침없이 돌파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
완전히 틀렸다.
이 책이 말하는 두려움은 밖에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안에서, 그것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자라나는 것이었다. 실수했을 때 혼날까 봐 느끼는 두려움. 질문했다가 바보로 보일까 봐 입을 다무는 두려움. 새로운 의견을 냈다가 공격당할까 봐 삼키는 두려움. 에드먼슨은 이 조용한 두려움들이 조직을 병들게 하는 진짜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으면서 불편해졌다. 내가 있던 조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IPO를 준비하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한 적이 있다. 조직 규모에 비해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고, 성과에 대한 압박은 높았다. 문제는 그 압박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느냐다.
그곳의 리더는 모든 것을 자기 손으로 통제하려 했다. 보고서의 문장 하나, 메일의 어조 하나까지. HR 실무자인 내가 판단하고 실행해야 할 영역에서조차 사전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었다. 의견을 내면 반박이 돌아왔고, 질문을 하면 "그것도 모르느냐"는 뉘앙스가 돌아왔다. 나는 점점 말을 줄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돌아보니 팀 전체가 조용했다. 회의에서 이견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문제를 발견해도 스스로 "이유가 있겠지"라고 합리화하며 넘어갔다. 이슈는 늦게 보고되었고, 보고될 때쯤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 있었다.
에드먼슨은 이 상태를 '불안 존'이라고 부른다. 성과에 대한 기대는 높은데 심리적 안정감이 낮은 상태. 사람들은 실수를 숨기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며, 결국 조직은 가장 중요한 정보를 가장 늦게 알게 된다. 나는 그 불안 존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렇다면 이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 리더가 "두려워하지 마"라고 선언하면 될 일일까. 에드먼슨의 대답은 명확했다. 말로는 안 된다. 리더의 행동이 바뀌어야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에드먼슨이 제시하는 리더의 3단계 행동 방식이었다.
첫 번째는 '무대 설정'이다. 리더가 먼저 "이 일은 복잡하고,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미네소타 아동병원의 COO 줄리 모라스는 부임 첫날 직원들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입니다." 수백 명의 의료진 앞에서, 병원의 최고 운영 책임자가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고 선언한 것이다.
내가 있던 곳의 리더에게 이런 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그에게는 그만의 무대 설정이 있었다. 회의 중 팀원의 보고서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그는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던지며 말했다. "이걸 보고서라고 가져온 거야?" 그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얼어붙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보고서를 한 번 더 내려다보았다. 실수란 곧 공개 처형의 대상이었다. 그의 무대 위에서 실수는 학습의 기회가 아니라 무능의 증거였다.
두 번째는 '참여 초대'다. 리더가 스스로 "나는 모든 답을 갖고 있지 않다"고 인정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이다. 모라스는 COO라는 높은 직책에도 불구하고 직접 병동을 돌아다니며 간호사, 의사, 심지어 청소 직원에게까지 물었다. "환자에게 해가 될 수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내가 있던 곳의 리더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답을 내리는 사람이었다. 한번은 내가 조심스럽게 채용 프로세스의 개선안을 제안한 적이 있다. 나름대로 데이터를 정리하고, 벤치마킹 사례도 준비했다. 그의 대답은 짧았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 돼." 그리고 회의는 끝났다. 그날 이후 나는 새로운 제안을 준비하는 일을 그만두었다. 제안이 아니라 지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세 번째는 '생산적 반응'이다. 누군가 문제를 보고했을 때, "지금이라도 알려줘서 고맙다"고 반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보고를 바탕으로 실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 모라스가 이것을 실행하자, 병원의 의료사고 보고율은 급격히 올랐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실제 사고 발생률은 크게 줄었다. 문제를 빨리 발견하니까 빨리 고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있던 곳에서 문제 보고는 지뢰밭을 걷는 일이었다. 한 동료가 프로젝트 일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고한 적이 있다. 돌아온 반응은 이랬다. "안 된다는 말을 하려고 보고하는 거야? 어떻게 할 건지를 말해." 동료는 해결책을 가져오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해결책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를 꺼낼 수조차 없는 분위기였다. 그 이후 우리 팀에는 암묵적 규칙이 하나 생겼다. 나쁜 소식은 최대한 늦게, 가능하면 알아서 해결한 후에만 보고할 것.
여기까지 읽으면 "그래서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면 다 해결되는 거냐"고 물을 수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에드먼슨이 말하는 심리적 안정감이란, 내가 실수를 인정해도,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새로운 의견을 내도 이 조직에서 안전하다는 믿음이다. 무시당하거나 보복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그런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은 조직이 마냥 편안하고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오해다.
에드먼슨은 분명히 경고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도 성과에 대한 기준이 낮으면, 그 조직은 그저 편안하기만 한 곳이 된다. 아무도 도전하지 않고, 아무도 불편한 피드백을 주지 않는, 따뜻하지만 성장이 멈춘 조직. 반대로 성과 기준만 높고 안정감이 없으면 내가 겪었던 그 불안 존이 된다.
두려움 없는 조직이란 안정감과 기준이 함께 높은 곳이다. "우리는 높은 목표를 가지고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솔직한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상태. 이곳에서 조직원은 규율을 지키면서도 자유롭게 학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되 아무 실패나 용납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에드먼슨은 중요한 구분을 한다. 모든 실패가 같은 실패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알려진 절차를 무시해서 생긴 실패는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해본 적 없는 시도를 하고, 그 결과가 기대와 달랐을 때 — 에드먼슨은 이것을 '지능적 실패'라고 부르며, 이것만은 장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구글 X의 리더 아스트로 텔러의 말처럼, "나는 실패 찬성론자가 아니라 학습 찬성론자다." 심리적 안정감이 보호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지능적 실패, 학습을 위한 시도다. 그 외의 실패까지 품으면 그건 안정감이 아니라 방임이 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불편했던 깨달음이 있다.
나는 그 조직에서 피해자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돌아보면 나 역시 두려움 없는 조직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나는 눈앞의 일을 해결하고, 이슈를 법률적으로 방어하고, 시스템을 철옹성처럼 쌓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직원의 자율적이고 과감한 도전을 통해 조직을 개발해야 하는 분야와는 점점 멀어졌고, 수동적이고 통제하는 규정과 권한의 범위를 짜는 데 내 역량이 맞춰져 있었다.
내가 만든 규정들은 "하지 마라"의 목록에 가까웠다. 조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이 움츠러들고 있었을 수도 있다. 성과의 기준을 세우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그 기준 아래에서 사람들이 솔직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나에게 새로운 무기를 준 것이 아니었다. 내가 쓰던 무기의 방향을 돌려준 것이었다. 성벽을 높이 쌓는 것만이 조직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라, 때로는 성문을 여는 것이 더 강한 조직을 만든다는 것을. 규정을 만들되 침묵을 만들지 않는, 기준을 세우되 두려움을 세우지 않는 HR. 다음 조직에서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