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강인이 소속팀 발렌시아를 떠나 마요르카나 울버햄튼으로 이적한다는 기사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시청자들에게 귀여움을 어필하던 슛돌이의 어린아이에서 스페인 발렌시아 유스팀에서 성장하여 U-20 월드컵에서 골든볼을 수상하며 한국 축구팬들에게 차박손을 잇는 새로운 계보의 탄생을 알리는가 싶었지만 최근에는 소속팀과 국가 대표팀에서 이강인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아직 매우 어린 나이이고 성인 무대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천재라고 여겨졌던 이승우도 경기에 잘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며 이강인도 같은 길을 걷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이 있다.
반면 손흥민은 데뷔 이후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토트넘 이적 후 첫 시즌에는 EPL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으로 다시 독일로 돌아올 뻔한 상황이 있었지만, 현재는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월드클래스이며 EPL 내에서도 손꼽히는 윙어로 성장하였다. 특히 2019년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맨시티를 상대로 넣은 2골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이강인과 손흥민은 나이 차이도 있고, 포지션과 플레이 스타일, 장점, 단점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강인은 패스, 슈팅, 크로스, 터치 등 공격수가 가져야 할 대부분의 요소에서 좋은 능력을 보이는 '다재다능한' 선수, 손흥민은 양발 슈팅과 스피드면에서 월드클래스에 있는 '뾰족한' 선수라고 나누었을 때 두 선수가 보여주는 성과가 어떻게 상이한지 다루어 보고 싶었다. 축구를 넘어서 내가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데 어떻게 능력을 발전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두 선수에 비유하여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이강인을 2018년도쯤 처음 봤을 때 한국인이지만 스페인 선수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물론 이강인이 스페인에서 축구를 배우며 성장하긴 했지만 바르셀로나 출신 선수들이나 스페인에서 유학한 한국 선수들에게 볼 수 없었던 이강인만의 특유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 이강인의 특별함은 곡선을 그릴 줄 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곡선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말일까? 물론 축구의 정식 용어나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는 아니고 나의 방식대로 표현한 것이지만 이강인의 플레이를 보면 어떤 느낌인지 와닿을 것이다. 곡선의 움직임에 대하여 설명하기 전에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미드필더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꺼내보고 싶다. 바르셀로나 팬이었던 필자는 항상 사비와 이니에스타를 보면서 너무 신기했다. 그 둘은 포그바처럼 피지컬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스피드가 매우 빠른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나 둘은 중앙에서 공을 절대 뺏기지 않는다. 겉으로는 느려 보이는 느낌이 들기까지 하지만 터치 한 번에 선수들을 벗겨내고 완벽핸 패스를 찔러주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둘은 곡선을 그리는 축구의 정점에 있었던 것 같다. 상대방의 타이밍을 뺐고, 직선적으로 나아가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예측할 수 없는 공간으로 쉽게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상대방보다 한수 앞을 내다보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이고, 피지컬적으로도 굉장히 유연해야 한다. 이런 느낌들이 이강인에게 보였다. 스페인에서 축구를 배웠다고 해서 모두 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곡선의 움직임은 이강인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강인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모르지만 한국 축구의 고질병인 창의성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라는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러나 이강인의 최근 모습들을 보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무려 4살이나 월반하여 올림픽 대표팀에 뽑히기도 했고, 골도 넣긴 했지만 중앙에서 상대 선수들을 흔들며 우리 팀의 공간을 창출해주는 이강인의 본연의 역할을 보기가 힘들었다. 물론 펄스 9로 출전하여 미드필더의 역할을 해낼 수 없었겠지만 애초에 이강인이 올림픽 무대에서 미드필더로서 기량을 보여줄 만한 실력이었다면 감독이 이강인을 미드필더로 기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뉴질랜드전에서도 이강인은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그 경기는 무기력하게 패배했다.
이렇게 이강인이 팀에서 외면받는 가장 큰 요인은 수비라고 할 수 있다. 미드필더는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도 당연히 중요하다. 중앙의 한 공간을 차지하여 그 공간에서 만큼은 최대한 공이 지나가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이강인은 수비수로서 불안한 면이 많다. 상대의 전력이 약한 팀들과 붙을 때 우리는 수비보다 공격을 더 많이 하므로 이강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약체인 한국은 대부분의 경기는 한국보다 강한 팀 혹은 비슷한 팀과 붙으므로 수비를 못하는 선수는 애초에 뛸 수가 없다. 벤투 감독이 이강인을 스리랑카 전에서만 기용하고 김학범 감독은 뉴질랜드 전에서만 기용한 것은 수비 문제가 가장 큰 것이다.
두 번째로 이강인은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강인은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손흥민처럼 날카로운 슈팅과 스피드도 없으며 사비나 이니에스타처럼 타이밍을 뺐고 날카로운 패스를 줄 능력도 없다. 그렇다고 기성용처럼 안정적인 볼 키핑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남들보다 특별나게 잘하는 것이 없기에 팀에 잘 녹아들지 못하고 윙과 미드필더를 계속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스피드가 부족하니 윙을 보기가 애매하고, 키핑력과 수비력이 부족하니 미드필더를 맡기가 애매하다. 냉혹하게 말해서 특징점 없는 육각형 미드필더로 평가받는 것이다.
일단 남들보다 잘하는 혹은 내세울 만한 것이 1개는 있어야 한다. 그 1개만 있더라도 충분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그 1개를 잘하기도 굉장히 힘들 것이다. 손흥민처럼 슈팅과 스피드가 남들보다 뛰어나면 월드 클래스 반열에 들 수 있다. 물론 슈팅 연습을 땡볕 아래에서 하루에 4~5시간씩 해야 가능하다. 모든 면이 완벽한 선수는 메시다. 메시는 그냥 재능 그 자체이며 메시의 능력은 신이 내려준 것이다. 일반인들은 메시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프로 선수로서 경기에 뛰려면 잘하는 것 1가지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 그 1가지를 굉장히 잘하면 좋은 팀에서 뛸 수 있으며 다른 능력들도 자연스럽게 향상될 수 있다. 만약 내가 메시가 아니라고 한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1가지를 빠르게 파악하여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4년, 회사에서 1년 반 정도를 보냈지만 나의 커리어는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가 않는다. 처음에는 경영과 전자를 복수 전공하였지만 경영학과를 그만두고 전자과만 주 전공으로 선택하였고 코딩에 관심이 생겨 컴퓨터 sector와 개발을 하였다. 네이버에서 인턴을 하며 머신러닝을 하였지만 사업 해보고 싶다고 앱 개발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학교에 다시 돌아가서 졸업하고 뭐 할지에 대하여 계속 고민하다가 공학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아 컨설팅 회사에 취업 준비를 하였었고, 문과 공부를 하다 보니 스타트업에서 기획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나의 커리어는 취업시장에서 장점 없는 육각형 미드필더 취급을 받았다. 물론 나중에는 다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나만의 무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나는 메시는 아니기에 손흥민처럼 성공하려면 개발이라는 1가지만큼은 잘해야 한다. 일단 개발을 잘하면 다른 좋은 능력을 가진 동료들이 내 주변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진로 변경이나 흔들림 없이 개발자로 나아갈 것이다.
아무튼 이강인도 빨리 경기에 나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강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