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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승 Jan 31. 2024

병폐가 들어가는 사회

 나는 94년생이고 한국나이로 31살이다. 이제 어리다는 것 보다 젊다는 단어에 좀 더 가까운 나이인 듯 하다. 나를 포함하여 내 또래 친구들을 보면 순수함을 잃고 점점 현실에 순응해간다. 특히 결혼할 때가 되다 보니 집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물론 아직 결혼한 친구는 많지는 않다. 결혼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최근들어 안타까운 것은 남 눈치를 보지 않고 본인만의 소신을 잘 지킨다고 생각한 내 친구들이 남과 비교하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삶의 프레임 속에서 남과 자신의 삶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에 들어가 조직생활을 하고 어느정도 정형화된, 미래가 예측 가능한 삶을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점점 돈, 집, 차 등등 물질적인 것에 대한 주제가 많다. 친구들이 이런 물질적인 것에 집착한다는 것이 확 느껴지지만 그 앞에서 대놓고 말을 꺼내기는 어렵다.


 작년 11월 출산율이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아이를 갖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주위의 친구들은 많이 없는데도 이런 통계를 보면 다소 놀랍다.( 물론 여자인 친구는 많지 않다. )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결혼적령기에 있는 2030 청년들이 한국은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듯 하다. 현재 나의 삶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거나 더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없기에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 세대는 부모님 세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절대적 빈곤을 겪어본 적은 없다. 적어도 굶어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적당한 직업을 가지면 주말에도 내 취미 하나정돈 갖고 누릴 수 있다. 경제적인 면과 삶의 여유로움으로 봤을 때 이전 세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산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사실 이 문제의 원인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절대적 빈곤이 아닌 상대적 빈곤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코인, 주식 열풍이 불면서 순식간에 부를 거머쥔 사람들이 있다. 이 때문에 벼락 거지라는 말도 생겼다. 마치 내가 투자를 하여 단 기간에 큰 수익률을 내지 못하면 남들보다 못한 사람, 못난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행위지만, 코인과 같이 소수의 사람들만이 부자가 되는 구조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루저가 된다. 이런 끝 없는 남과의 비교, 물질에 대한 집착이 팽배한데 현실은 주식, 코인 혹은 스타트업 엑싯과 같은 한탕주의가 만연하다 보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본인의 삶을 루저라고 생각한다고 본다. 남과의 비교를 가속화하는 것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다. 나는 2015년도에 군대에 있었는데 그때 한창 주변 애들이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도 쯤 되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 출산율을 보면 그 시기부터 1.0 밑으로 떨어졌다. 물론 그 전에도 높지는 않았지만 SNS가 이런 비교사회를 만들고 출산율을 낮춘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값 문제 등등도 당연히 있겠지만)


 최근 슈카월드의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OECD 국가를 대상으로 본인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조사하였다고 한다. 뭐 놀랍다고 해야될지 모르겠지만 거의 한국만 유일하게 돈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뽑았고 그 외의 국가들은 가족이나 친구, 소명의식 같은 것들을 뽑았다. 모두가 돈이 있어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많은 돈을 가지는 것은 소수이기에 모두의 삶은 불행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은 굉장히 큰 문제이며 나라의 존폐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갖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교육 시스템이다. 어릴 때 부터 학생들을 줄 세워 평가하기에 누가 누구보다 잘난지 명확하게 구분이 된다. 경쟁에 너무 빨리 노출되며 나의 주관적인 판단 없이 이 피라미드에 편승하여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 피라미드에서 정점에 서지 못하는 학생의 삶은 사회에서 루저라고 평가받는다. 어릴 때 이런 사고 방식을 갖고 성장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달라질까? 그냥 학교 성적에서 돈, 명예, 직업 등과 같은 소스만 바뀌는 것이지 근간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의 삶은 없고 남과 비교하여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피라미드에서 어느 지점에 있는지가 내 삶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된다. 최근 캐나다에서 자란 외국인 친구를 만났다. 나는 다른 나라의 삶에 대하여 관심이 많기에 그 친구에게 고등학교때의 생활을 알려달라고 했다. 본인은 2시 30분에 학교가 끝나고 1~2시간 정도 Homework를 하고 나면 그냥 계속 게임했단다. 그래도 지금 스타트업의 AI 개발자로 연봉 1억에 가까운 돈을 받는다. 한국에서 이런 케이스가 쉽게 나올 수 있을까? 연봉 1억이 중요한게 아니다. 이 친구는 대학교 때 자연스럽게 AI에 관심이 갖게 되었고 컴퓨터 공학을 좋아하다 보니 열정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여 그렇게 된 것이다. 또한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알고 있고 전문가 수준으로 사진 촬영에 대한 취미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남과의 비교 없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런 사고 방식이 바뀌고 출산율이 반등할 수 있을까? 나는 아주 큰 변화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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