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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승 Apr 01. 2024

사업은 타이밍이다?

프로덕트가 잘 안되는게 타이밍 문제일까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당연한 거지만) 굉장히 바쁘게 보냈다. 첫번째 프로덕트를 만들 때 외주로 디자인을 맡겼었는데 그 디자이너 분과 의기투합하여 2번째 프로덕트인 AI 프로필 사진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미 스노우나 에픽과 같은 네이버 계열사들이 시장은 만들어 놓은 상태였고,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기존에 그들이 사용하던 기술과는 다른 기술을 사용하였는데 일반적으로 적게는 3~5장의 사진, 많게는 10장 이상의 셀카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야 했지만 우리가 사용했던 기술은 단 1장의 사진으로 유저의 사진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앱에서 차별성은 테마(컨셉), 싱크로율, 사진의 미적 아름다움, 사진 개수, 사진이 만들어 지는데 걸리는 시간 등이 있다. 우리는 그 당시에 기존에 없던 컨셉(바디프로필, 증명사진, 커플사진 등)을 내놓아 차별성을 가져가려고 했다.


 약 2달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11월 말에 앱스토어에 앱을 런칭했다. 파급력은 크지 않았지만 오가닉하게 들어오는 유저들이 있었고 결제도 간간히 발생했다. 이 앱에서 내가 가장 주요하게 보는 지표는 재 결제율이다. 최초 결제한 유저가 만든 사진이 마음에 든다면 계속해서 결제할 것이고 이건 어느정도 워킹하는 프로덕트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재 결제는 꽤 발생했었고 유저는 같은 테마(보통 바디프로필)에서 본인의 인풋 사진을 바꿔가면서 사진을 만들었다. 리텐션은 아예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시 방문하는 유저도 종종 있었다. 솔직히 남자인 나로서는 이해가 잘 안되는 유저의 이용 패턴이었지만 뭐가됐든 유저의 재결제가 발생하는 것은 꽤 긍정적인 신호였다. (이런 종류의 사진 앱들은 95%가 여성 유저이다.) 당시에는 IOS만 냈었고 한국에만 출시했었는데, 안드로이드와 글로벌 영어 혹은 중국어 버전까지 번역하여 출시한다면 빠른 시간에 성장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라이센스, 라이센스, 라이센스..

 

 그러나 이 기술의 가장큰 문제는 라이센스가 확보가 안된다는 것이다. SD의 module에서 코드만 긁어다가 그대로 사용 했었는데, 알고보니 라이브러리가 깃헙 페이지가 따로 존재했고 여기서 저자는 상업적 이용은 안되고 연구용으로만 가능하다고 명시해 놓은 것이었다. 급한대로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다른 회사의 API를 가져다 쓰려고 하였지만 기술적 미완성과 우리 앱 유저의 데이터가 다른 회사에서 갔다 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꺼려졌다. 그쪽에서는 데이터의 보안을 철저히 한다고 하지만 잘 아는 회사도 아니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거 기술을 외주로 맡겨서 우리가 확보하고 그 기술을 기반으로 다시 사업을 하기로 했다. 기술 사용료도 아낄 수 있고 Privacy 이슈에서도 완전하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앱이 중단되고 디자이너분은 몸이 안좋은 나머지 도중에 하차하셨다. (내가 푸시를 많이 하긴 했다.) 뭐가 됐든 나는 기술만 갈아 끼우기만 하면 됐고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으므로 기술을 외주 맡겼다. 그리고 외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나도 외주를 받았다. 이때가 올해 1월초다. 외주를 하면서 외주 맡긴 기술의 성능을 계속해서 점검해야했고, 모델 서빙 구조를 다시 만들었다. 1달이면 충분할 줄 알았던 기술 개발이 2달로 밀리면서 3월 중순에서야 사용할 만한 수준이 되었다. 그렇게 1월, 2월 그리고 3월 초까지 보냈다.


 그 사이에 이런 종류의 좋은 퀄리티 앱들이 많이 나왔다. 차별점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테마도 다른 앱에서 출시를 했다. 또 시간이 지나 AI 사진 퀄리티에 대한 유저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무엇보다 이런 앱은 트렌드에 민감하여 (스노우가 작년 여름에 매출이 급등하고 그 후에는 저조한 것 처럼) 시기가 조금 지나면 유저의 관심도가 급격하게 낮아진다. 이런 많은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매몰 비용과 시간이 비교적 컸기에 3월 중순에 어찌저찌 출시를 하긴 했다.


 반응은 내 생각보다도 더 안좋았다. 글로벌로 출시하고 안드로이드 버전도 만들었지만 자연 유입으로 들어오는 유저의 수가 줄어들었고 결제율 또한 줄어들었다.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릴스 마케팅과 같이 몇몇 마케팅을 집행하면 잠깐 유저가 더 들어오긴 했지만 ROAS 100%를 넘지 못하였다. 기본적인 앱 스토어 서치 마케팅을 제외하고 다른 마케팅은 현재 중단한 상황이다.


 12월에 서비스를 중단하기 전 까지 앱의 대부분의 지표가 우상향을 그리고 있었기에 마케팅이나 여러 테마 추가 등으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때 우상향 그래프가 계속 이어졌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사업은 타이밍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지금 내 상황에 맞는 말인 것 같다. 이러한 사업 타이밍을 내가 예측하여 맞출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내 앱의 부족한 점들이 주효한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12월에 계속해서 사업을 유지했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은 다소 남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현재 외주로 같이 일을 시작한 AI 연구원 분과 앞으로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로 했다. 나는 이상하게 외주를 하고 나면 외주 했던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게되는 경향이 있다. 일하다 보니 잘 맞아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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