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윌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전기를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같은 작가가 작성한 일론 머스크를 올해 5월 쯤 읽었던 것 같다. 순서가 바뀐 느낌이지만 이 작가의 전기는 인물을 가감 없이 묘사하며 굉장히 사실적으로 글을 작성하기에 일론 머스크 책을 굉장히 몰입하여 재밌게 읽었고 스티브 잡스 책도 읽어야 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최근에야 읽게 됐다. 이 두 책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길어서 나처럼 책을 빠르게 못 읽는 사람이 읽는데 오래 걸린다는 것과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요즘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서 일론 머스크는 구매 했지만 스티브 잡스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완독까지 한달정도 걸린 것 같다. 물론 3일 정도 반납이 연체됐다.
유튜브 영상이나 짧은 아티클을 통해 스티브잡스의 일대기를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900쪽 가까이 되는 그의 일대기를 통해 그의 인생을 쭉 살펴본 것은 처음이다. IT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인 그의 일대기는 역시나 흥미로웠다. 사생아로 출생을 한 것 부터 그의 시작은 평범하지 않으며 유년 시절 부터 마지막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까지의 모든 부분들 하나하나 굉장히 역사적으로 보인다. 특히 마지막 그가 암 투병을 하며 애플의 경영권을 포기하며 그가 과거를 회상하며 인생을 뒤돌아 보는 장면은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본인의 열정을 다 쏟아내 이뤄낸 업적에 대한 자랑스러움, 후회와 아쉬움, 위대함, 미래 세대를 위한 걱정과 응원 등 스티브 잡스 만이 줄 수 있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 내가 IT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지는 모르겠다.
매킨토시부터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 까지 제품과 디자인에 대한 그의 광적인 집착이 지금 애플의 다양한 제품을 굉장히 아름답게 만들었다. 제품의 품질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휘둘리지 않으며 본인만의 제품에 대한 철학을 매우 강하게 밀고 가는 그의 여정은 위대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폐쇄성에 대한 강조, 제품의 출발은 엔지니어링이 아닌 디자인 부터 시작 해야 한다는 것,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 것 등 그의 방식과 철학을 그대로 구현하는 사람은 적어도 IT 업계에는 없으며 에디슨이나 포드와 비견된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나같은 범인은 스티브 잡스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의 채식만을 강조하고 소식 했던 식습관부터 선불교에 대한 믿음과 대학생 때 환각제의 일종인 LSD를 복용했 다는 것 등 그는 생활 방식조차 굉장히 독특했고 그런 집요하고 예민한 삶의 모든 것들이 애플이라는 기업에 투영된다. 단순하고, 가장 중요한 일만 굉장히 몰입하여 처리 했던 것들. 완벽 주의의 끝판왕.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당연하고 마케팅과 디자인까지 제품의 시작부터 고객의 손에 닿기까지 모든 것들을 통제하려고 했다. 얼마만큼 본인의 삶의 열정을 위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다 쏟았고 노력하고 몰입했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부끄럽지만 나도 비슷하게 이러한 몰입을 고등학교 수학 공부에서 경험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내가 고등학교 수학 부분에 있어서는 마치 신이 된 느낌을 받았었다. 스티브 잡스는 IT 라는 거대한 혁명 아래 이러한 느낌을 받았으니 세계 최고의 기업인 애플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에는 당연하게도 빌 게이츠에 대한 내용도 꽤 나온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사업가이자 뛰어난 기술자 이지만 스티브 잡스처럼 디자인에 대한 굉장한 통찰력은 갖고 있지 못하며 스티브 잡스가 이사회로 부터 애플에서 쫓겨 났을 때 경쟁자가 없어 마이크로소프트가 부흥한 것처럼 묘사 된다. 스티브 잡스가 GUI를 탑재한 컴퓨터 부터 시작해서 혁명적인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쏟아 낼 때 빌 게이츠는 그저 애플을 흉내내지만 소프트웨어를 제외하고 하드웨어에서는 번번이 실패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를 만든 빌 게이츠를 다소 초라하게 만드는 것은 스티브 잡스의 또 다른 위대함이라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과 테크의 교차점에 있었기에 이런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제품, 사업의 본질은 인문학이다. 결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불편해 하는지, 무엇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등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제품이 만들어 져야 한다. 또한 테크는 현 시점에서 확장성이 가장 높은 사업 무기 이다. 범용성이 굉장히 넓다는 말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테크를 제품에 녹여내는 것. 말은 쉽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은 그는 애니메이션 업계와 음반 업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그는 픽사를 경영하면서 우리가 어릴 때 한번씩 봤을 법한 토이 스토리나 니모를 찾아서 등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그는 디즈니와의 계약을 체결하는데 공헌을 했다.) 애플 하나 만으로도 너무 대단한데 픽사까지 만들었다니.. 너무 대단하다. 또한 아이튠스를 만들어서 음원을 공식적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을 열었다.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한 당시 상황에서 그는 창작자의 저작권을 강조하며 가수들이 합당한 수익을 가져가길 원했다. 이에 따라 아이팟도 매킨토시와 단방향으로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저작권 침해 방지에 많은 힘을 쏟았다.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싶이 그는 주변 동료, 직원들에게 폭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분법 적으로 사람을 판단하여 천재 또는 얼간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행동이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으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은 그가 죽을 때 까지도 계속 되었다. 또한 현실 왜곡장 이라고 하는 현실을 왜곡시켜 그 왜곡된 현실로 사람을 이끄는 방식을 주로 사용했었다. 어떤 직원이 아이디어를 내면 신랄하게 비판 하다가도 몇주 후면 마치 자기 아이디어 인 것처럼 말하고 다니곤 했다. 또한 피카소의 "보통 사람은 흉내를 내고, 천재는 훔친다" 라는 격언을 굉장히 좋아하였으며 애플 초기에 해적 집단으로 규정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장려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제록스의 GUI를 보고 컴퓨터의 미래를 내다 보아 그대로 매킨토시로 베껴왔었다.(빌게이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후에 다른 회사가 아이팟을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똑같이 베낀 것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GUI를 베낀 것, 구글이 IOS의 인터페이스를 베껴 안드로이드를 만든 것 등 본인이 훔침을 당한 것들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노하고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과 반대되는 행동을 그는 많이 했다.
그렇지만 그의 제품에 대한 열정과 완벽주의는 경이롭다. 책의 마지막에 그의 인생을 회고하며 모든 열정을 쏟았던 과거를 독백처럼 말할 때 나는 너무 감동적이라 눈물이 날 뻔 했다. 일이 너무 하고 싶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은 그의 꿈이 췌장암에 가로 막혀 이뤄지지 못할 때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고 슬프게 끝날 수 있는지 텍스트지만 그 모든 감동이 다 전해졌다.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세르게이 브린 등 다 너무 훌륭한 기업인이지만 기술 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스티브 잡스가 분명하다. 지금 격변의 AI 시대에 스티브 잡스가 있었으면 어땠을지 너무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