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 년간의 육아휴직은 경력의 공백을 감수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이긴 큰 결정이었다. 물론 남편의 월급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많은 리스크를 감수한다는 건 내 삶에서 정말 큰 용기를 낸결정이었다. 이 용기와 결단덕분에 나는 지금 꽤 만족하고 있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 속에서 조금씩 회복되고 또 성장하게 되어 그때 결정한 내가 많이 기특하다.
강원도 가족 여행을 앞두고 남편이 모델하우스를 가보자고 제안한다. 우리 지역 근처에 신도시가 계획 중이고 그곳에 들어서려는 신축아파트의 모델하우스였다.. 우리 부부는 이미 그전에 몇 번 신축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보았지만 대출 걱정에 이사 걱정 등 많은 걱정과 불안함으로 청약도 한번 넣어본 적이 없다. 시도조차 안 해봤던 우리 부부였다. 게다가 나는 지금 휴직 중인데.. 어찌하든 모델하우스 구경은 언제나 설레니 일단 가보았다. 지난번보다 구조도 잘 빠지고 훨씬 넓어 보인다. 게다가 신도시에 역세권에 GTX에 무슨 호재로 홍보에 열심히였다. 마침 미분양 상태에 괜찮은 동호수를 뽑아주셔서 당장이라도 계약을 하고 싶었지만 일단 자금 상태도 계산해봐야 하고 신중해야 하니 전화번호를 하나 남겨놓고 모델하우스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날부터 고민 지옥이 시작되었다. 바로 다음 날 미리 예약해 놓은 강원도 여행을 가면서 남편과 나는 가는 내내 그리고 여행 내내 집으로 오는 내내 계약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끊임없이 이야기하며 서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행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 들떠있는 상태에서 우리는 계약을 하기로 결정하고 마음은 벌써 그 아파트에 입주한 상태였다. 그리고 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우리 부부의 현재 자금과 늘어날 대출금과 이사비용을 계획하고 미래의 우리 생활비 또한 계산하면서 큰 부담감에 빠져들었다. 모든 돈 관리는 내가 하고 있어서 내가 결정을 번복하니 남편은 침울해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휴직기간이라 돈을 못 벌어오는데 남편이 시무룩해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은 더 복잡하고 요동쳐서 잠을 못 잘 정도로 고민에 빠졌다. 막상 계약을 하자니 두렵고 불안해 죽겠고 안 하자니 너무 아쉬웠다. 입주 시점에 큰 아이가 중학교 입학이고 작은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이니 지역을 옮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긴 고민 끝에 남편에게 계약을 하자고 다시 말했고 남편도 불안해하긴 했지만 우리 부부는 결국 모델하우스에 전화를 걸었다. 이미 일주일이 넘은 시점이라 남아있는 동호수가 있는지 물었고 마침 고층자리가 있어서 원하던 타입은 아니었지만 다른 타입으로 계약을 해버렸다.
내게 이 계약은 정말 엄청난 도전이고 용기였다. 금리도 올랐는데 지금 있는 대출의 두 배를 더 받아야 하고 아이들도 그때는 고학년이라 사교육비에 용돈에 지금보다 생활비가 훨씬 더 오를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걱정과 불안함보다 가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니 용기를 내서 계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녔던 회사가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였는데 그 회사를 어차피 퇴사하게 되었으니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있는 명분이 더욱 생긴 것이다.
내 삶은 휴직을 하고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그곳에서 벗어나니 더 나은 미래를 바라며 꿈을 꾸게 되었고 희망과 용기를 갖고새로운 도전을하게 되니 이제 앞으로 나아갈 힘이 더 생기게 되었다. 지금보다 더 좋은 곳으로 가야겠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러니이제는 이 꿈같은 휴식 시간을 접고 다시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다시 생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