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복귀를
그러나 저는 한 달 후에 떠납니다...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딱 6개월을 쉬고 결국 바쁜 시기에 한 달간 복귀하게 되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두렵긴 했지만 새로운 곳도 아니고 다니던 곳이었으므로 익숙하게 출근하여 비어있었던 내 자리에 다시 앉았고 업무를 파악했다. 내 자리에 경력자가 안 구해져서 신입을 채용했기에 내 자리는 온전히 비어있었다. 내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었다면 복귀 제의가 오지도 않았겠지만 얼마나 속이 쓰렸을까 상상을 해본다.
세금 신고를 위해 거래처에 연락을 돌렸다. 내 목소리를 바로 알아들으시고 복귀한 거냐며 무척 반가워하신다! 반겨주시는 말투에 너무 감사했고 안도가 되었다. 생각지도 않게 거의 모든 거래처에서 그렇게 반갑게 맞아주셨다. 심지어 상호만 봐도 기분이 안 좋아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던 진상 거래처까지도....
어리둥절하면서도 그동안 나의 빈자리를 느꼈을 거래처분들께 죄송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뭔지 모를 감정들이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을 함께 했던 내가 휴직하면서 처음 인수인계받던 분은 잘렸고 그 이후 담당은 신입이었기에 많이 답답했을 거라 몇 분의 하소연을 통해 짐작해 본다.
걱정이 무색하게 환대를 받고 나는 내가 할 일을 충분히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손쉽게 끝낼 수 있었다. 역시 그동안의 경력은 사라지지 않았고 일은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다. 거래처도 물론 나를 신뢰하였고.. 나는 오랜만에 하는 일에 신이나기도 하고 그동안 푹 쉬면서 운동도 했더니 뇌가 예전보다 빨리빨리 돌아가는 게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일을 잘했었나? 싶을 정도로 복귀 한 달 동안 즐겁게 일하고 돈도 벌었다. 이때 일하면서 나는 한 가지 확실히 느낀 감정이 있다. 마치 전 연인 같은 느낌이었다. 그동안의 상처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잊고 싶은 기억까지 불쑥 떠오른다. 시간을 갖고 다시 만났으나 이제는 정말 서로를 응원하며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내야 할 존재.... 그 한 달 동안 내가 새로운 곳을 가야 할 이유에 정점을 찍으며 6년간 함께 한 이 회사와의 인연은 이제 끝이 왔음을 결론지었다.
그렇게 그동안 함께 했던 거래처들과 한 달간의 일을 마무리하고 이만 이곳을 떠난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휴직 소식을 전할 때와는 달리 좀 더 아쉬우면서도 홀가분한 심정으로.. 곧 퇴사자로서 더 이상의 인연은 없음을 알렸다. 그리고 정말 감사했고 앞으로도 항상 잘 되시라며 진심으로 그들을 응원할 수 있었다. 그중 몇 분들은 다른 회사로 가는 건지 정말 궁금해하시면서 일개 직원인 나를 따라올 것처럼 말해주셔서 더욱 감사하고 죄송했다. 이 아름다운 이별을 통해 내가 그동안 인정을 못 받고 일했던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동안 속상하고 억울했던 감정이 많이 회복되었다. 그리고 한 달간 일을 하면서 어찌나 일이 재미있고 나와 잘 맞는지 나는 내가 조금 이상하고 어색한 지경이었다. 그렇게 싫고 지겹던 일이 지금 재미있는 상황이 어색하면서도 내가 이 일을 꽤 좋아하는 걸 느꼈다. 그렇게 나는 또 나를 알아갔다.
복귀 전 내가 느꼈던 두렵고 불안했던 감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자신감이 가득 찬 내가 있었다. 그리고 지점 이사까지 열심히 도와주고 난 그곳을 완전히 떠나버렸다. 그렇게 난 이제 휴직자가 아닌 퇴사자가 되었다. 그리고 진짜 백수가 되어 휴직 일상이 아닌 백수 일상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