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퇴사하는 진짜 이유
자발적 백수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
회사가 폐업하니 퇴사하는 건 당연하지만 나의 상사분께서 모든 거래처를 인수받게 되면서 직원들도 따라갈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그런데 그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나에게는 없었다. 나는 육아휴직자였기 때문이다. 인수받기로 결정되기 전에는 상사분이 퇴사하기로 하시면서 새로 개업할 거니 일할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셨지만 모든 거래처와 직원을 인수받기로 다시 결정된 이후 나의 자리는 없었다. 단 하나의 여지는 있던 게 기존 직원들 중 누군가 안 따라간다고 결정한다면 내 자리가 생기게 되어 나에게도 결정권이 생기게 되는 거였다. 말 그대로 나는 깍두기 같은 존재였다. 회식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듣고 혼자 복귀를 고민했던 내가 민망했다. 그래도 휴직은 후회할 일이 아니었고 어차피 내 자리는 없는 거니까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데 한 직원이 상사분을 안 따라가겠다고 결정하면서 자리가 난 것이다. 이게 그 문제의 시작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그 자리를 나에게 제일 먼저 제의할 줄로만 알았는데 전년도에 퇴사한 직원한테 먼저 입사제의가 온 것이었다. 물론 상사분이 그 직원을 유독 아끼고 좋아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직원은 퇴사한 지 일 년이 지났고 나는 휴직한 직원인데.... 회식할 때 분명히 자리가 난다면 나에게 제일 먼저 제의할 거라고 말씀하셔서 당연히 나에게 제일 먼저 제의가 올 줄로 알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직원이 입사 제안을 거절해서 나에게도 제의가 오겠구나 짐작은 했지만 그 소식을 듣고 대문자 F성향인 나는 배신감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기분이 상했다. 그리고 6개월을 쉬고 한 달간 복귀해서 업무 진행 상황을 확인하니 그동안 신입사원이 처리해 놓은 일들은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일이 엉망으로 처리되어 있어서 암담했다. 당장 신고기간이 코 앞인데 엉망으로 처리되어 있는 일을 다시 감당하고 뒤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리고 복귀 한 달 동안 느꼈던 감정도 그렇고 지금 내가 계속 일을 맡아서 가기에는 타이밍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상사분이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의 조건은 좋았다. 출퇴근시간과 집과 회사와의 거리도 괜찮았고 일도 사람들도 다 익숙하니 그래서 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내 마음은 안 따라가기로 결정지었다. 그래서 나에게 입사 제의가 왔을 때 단번에 거절할 수 있었다. 그렇게 감정적인 이유로 난 그곳을 안 가기로 마음먹었다.
잘한 결정인지 사실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취업을 해야 하고 조건이 좋았는데 감정적인 이유로 입사제의를 거절한 게 기회를 놓친 건 아닌지 아쉽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아쉬운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그 상사분을 따라 입사하게 되는 꿈을 몇 번이나 꾸기도 했다. 그렇지만 시간을 다시 돌려서 내가 다시 그 시기로 가서 결정을 한다면 나는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지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아직 취업을 하지 않은 실업상태이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 거라 생각한다. 모든 인연에서 중요한 건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이밍이 잘 안 맞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 그리고 내가 한 결정에 책임을 지기 위하여 나는 더 좋은 곳으로 더 좋은 조건으로 꼭 가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불안함은 접어두고 희망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