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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일하고 있을까?

일본의 젊은 개호복지사(介護福祉士)들

by Eunhye Grace Lee
취재에 응해준 개호복지사님들

일본은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국가로, 개호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의 젊은 세대가 개호복지사로서 현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단순히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이 일을 선택하고 있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젊은 개호복지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이 이 직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을 살펴보고자 한다.

참고로 이 인터뷰는 내 직장인 오사카부사회복지사업단이 발행하는 내부 잡지 기사를 위한 취재의 일부이며 내가 직접 진행한 인터뷰 내용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 아라이 미사키(26세)

아라이 씨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후, 로켄(老人保健施設)에 취업하여 3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단순히 돌봄의 기술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를 쌓는 데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처음부터 이 일을 평생 직업으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 제게 개호 현장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의 삶’과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힘들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 야마모토 켄타(29세)

야마모토 씨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후 우연한 기회에 시설에서 일을 시작한 개호복지사이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업무지만, 어르신과의 교감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고 전한다.

“어느 날, 매일 투정을 부리시던 할아버지께서 제 손을 꼭 잡고 ‘오늘도 고마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짧은 말 한마디에 눈물이 날 뻔했습니다. 개호는 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마주하는 일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개호복지사는 자부심을 가져야 할 전문직입니다”

– 나카지마 유이(31세)

개호복지사 자격 취득 후, 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이직후 우리 사업단의 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나카지마 씨는 이 직업의 전문성과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아직도 개호를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 노동’으로 보는 시선이 있지만, 실제로는 많은 지식과 윤리의식, 그리고 숙련된 기술이 요구됩니다. 저는 이 일을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돌봄을 위해선 워라밸이 필요합니다”

– 스즈키 타쿠로(27세)

스즈키 씨는 20대 중반에 개호 현장에 뛰어들었고, 현재는 팀 리더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젊은 세대가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조건적인 희생으로는 누구도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저는 동료들과 업무를 분담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일하려 노력합니다. 돌봄은 팀워크입니다. 좋은 팀은 나를 지치지 않게 해줍니다.”

“개호는 제 인생의 토대가 될 경험입니다”

– 하야시 레이코(25세)

하야시 씨는 개호복지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상담사로 이직이나 케어매니저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개호 현장이 인생의 방향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현장 경험은 책으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공부였습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또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되었죠. 저는 이 경험을 기반으로 더 넓은 복지 영역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마무리하며

젊은 개호복지사들은 단지 ‘돌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일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나가고 있다. 그들의 일상은 때로는 힘들고 지치지만, 동시에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 속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이야말로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가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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