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일본에서 취업과 커리어 개발을 할 수 있었던 이유

by Eunhye Grace Lee

돌이켜보면, 나는 아주 계획적인 사람도 아니었고, 특별한 인맥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삶이 가능할까?’라는 질문 하나를 품고 낯선 땅에 발을 디뎠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외국인으로서,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자리 잡기까지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길 위에서 나만의 커리어를 한 걸음씩 다져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 실패를 받아들이고 방향을 다시 설정한 용기


한국에서의 대학원 실패는 내게 큰 상처였지만, 그 경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전환점이 되었다. 연구보다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며 일하고 싶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은 것도 그 시기였다. 일본으로 건너와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이주민들과 소통하고, 그 곁에서 일하던 사회복지사들의 모습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 ‘준비되지 않음’ 속에서 움직이기


나는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일본어가 완벽하지도 않았고, 사회복지에 대한 전문 지식도 부족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준비되지 않음’이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들었고, 배우는 자세로 현장을 대할 수 있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질문하고 배우려 했던 마음이었다.


3. ‘나만의 시선’과 정체성을 살린 커리어 디자인


외국인이라는 사실은 때로는 장벽이 되었지만, 동시에 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만들어 주는 힘이 되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외국인 고령자, 기능실습생 등을 지원하는 업무에서 나는 ‘중간자’의 입장에서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단순히 일하는 것을 넘어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이 나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되었다.


4. 작은 기록과 성찰의 힘


혼란스럽고 불안했던 시간에도 나는 글을 쓰며 내 삶을 정리했다. 블로그에 짧게라도 경험을 기록하고, 나의 가치관을 되짚는 글을 썼다. 그 기록들이 쌓여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어느새 강연과 교육의 기회로 이어졌다. 언어는 다르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꾸준함은 결국 기회를 만든다는 것을 배웠다.


5.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


무엇보다도, 혼자서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사람들, 힘들 때 곁에서 조용히 들어준 동료들, 그리고 나보다 앞서 길을 걸어온 선배들의 조언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일본이라는 타국에서 일하고 살아간다는 건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의미 있는 존재로 남는 일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경력은 스펙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향해 걸어온 흔적이다.”


일본에서의 취업과 커리어 개발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여정이자, 사회 속에서 나만의 역할을 발견해 가는 일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외국인 개호실습생 교육을 통해 알게 된 나의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