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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라는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by Eunhye Grace Lee


얼마전 일본 오사카에 있는 한 대학에서 열린 진로와 취업에 관한 설명회에 강연자로 참석한 적이 있다.


항상 비슷하지만 이런 강연에서는 취업 준비는 끝이 없고, 미래는 불확실하며,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과연 옳은지 알 수 없어 흔들린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게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게 된다.


“복지라는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복지라고 하면, 흔히 ‘착한 사람들’이 하는 일, 혹은 ‘힘들고 감정적인 노동’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경험한 복지는 결코 단순한 희생의 영역이 아니었다. 오히려 복지는 이 시대 청년들에게 가장 의미 있고 지속 가능한 커리어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본이 아무리 확대되어도,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여전히 ‘사람’이다. 복지는 그 사람을 지켜주는 일이다. 고령화, 고립, 정신건강, 돌봄의 위기 등 이 시대의 복합적인 문제들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회복하는 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복지란 그러한 연결을 다시 엮는 일이며,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전선이다.


과거에는 복지를 일종의 ‘봉사’나 ‘희생’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복지는 다르다. 복지는 감정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고도의 전문직이다. 상담, 정신건강, 윤리, 정책, 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실무능력을 요구하며, 정책기획이나 지역사회 조직, 사례관리와 같은 복잡한 영역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역량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복지 실천은 사람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돕는 한 사람이 다시 삶을 회복하고 사회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게 될 때, 이 일이 단순한 직업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복지를 선택하는 일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일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의 삶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복지를 실천하면서 가장 먼저 변화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타인의 삶을 지지하고 경청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내면도 점차 다듬어진다. 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여러 차례 실수하고 낯선 상황을 마주했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강점과 약점을 더 분명히 알게 되었고,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조금씩 답을 찾아갈 수 있었다.


복지라는 일은 타인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직업은 한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의 삶을 연결하며, 세상의 온도를 조금씩 덜 차갑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복지는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직업이다. 나처럼 외국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국제개발, 해외 NGO, 다문화 복지, 국제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 전공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복지는 단지 한국 사회 안에서만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문화와 언어, 제도가 달라도 ‘사람을 향한 마음’이라는 공통 언어로 이어질 수 있는 영역이다.


지금 복지를 선택하는 청년은, 단지 안정적인 직업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실천자가 되는 것이다. 내가 돌본 한 사람의 삶이 달라지고, 내가 기획한 제도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내가 실천한 태도가 다음 세대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복지를 선택하는 청년은, 세상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을 시작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복지는 말보다 깊게, 기술보다 따뜻하게, 한 사람의 삶을 바꾼다. 그리고 그 일은 지금, 청년인 우리가 시작할 수 있다.


그것은 이 시대가 우리에게 허락한 작지만 소중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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