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본 땅을 밟았을 때, 모든 것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언어는 물론이고, 거리의 공기, 사람들의 표정, 간판 하나하나까지도 마치 내가 그림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그 낯섦 속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버스 노선 하나 익히는 것도 긴 여정이었고,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며 말 한마디 꺼내는 것도 어딘가 두렵고, 어설프고, 쑥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왜 여기 있지?”
“내가 이곳에 있어도 괜찮은 걸까?”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럴수록 나는 더욱 조심스러워졌고, 점점 나 자신을 작게 접어 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습관처럼 들르던 편의점에서
계산대 직원이 “오늘도 오셨네요”라고 웃으며 인사했다.
그 짧은 한 마디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아, 이 사람이 나를 기억하는구나. 나는 이곳에 단순한 이방인이 아니구나.”
그 작은 인사가 낯선 이 도시에서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익숙해진다는 건,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그렇게 작은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하철 환승이 더는 어렵지 않게 느껴지고, 편의점에서 익숙한 메뉴를 고르게 되고, 이웃의 얼굴을 알아보게 되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조금씩 이 도시는 내게 ‘집’의 모양을 갖추어 갔다.
사회복지사로서 일하게 되면서, 낯설고 조심스럽던 나는 점점 자신감을 얻어갔다.
처음엔 모든 상담이 두려웠지만, 이제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기다려질 때도 있다.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실수 속에서 배우는 용기를 품게 되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단지 외부 환경에 적응한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낯선 것들을 내 안에 담을 수 있는 여유와 유연함이 생기는 과정이었다.
조금은 다르게 생긴 도시, 조금은 다른 언어, 조금은 다른 관습 속에서 나도 모르게 달라지고, 성장하고, 단단해졌다.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그토록 낯설기만 했던 이 땅이, 어느새 나의 하루를 담는 그릇이 되었다고.
그리고 문득문득 생각한다.
‘익숙함’이란, 시간이 주는 선물이자 내가 스스로에게 허락한 신뢰였다고.
우리는 모두 낯선 곳에서 익숙해지기까지,
자기 자신에게 조금씩 길을 내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