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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는 상담을 주로 하시죠?”


이따금 이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도 ‘상담’이라는 단어에는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사회복지사의 상담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의 중심에는 언제나 ‘경청’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상담 장면에서 사회복지사가 많은 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조용히, 차분하게, 그리고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 우리는 상대방이 자신 안의 감정과 생각을 마주하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내담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추스르며, 말로 표현하기까지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시간을 존중하며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사회복지사의 기본 자세라 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는 때로 침묵을 함께 견뎌야 한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고, 조언이나 위로를 서두르지 않으며, 상대방의 속도가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이는 기술이기 이전에 태도이며, 진정한 ‘경청’은 바로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상담 현장에서 종종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는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이다. 그러나 그 질문 속에는 이미 중요한 단서가 담겨 있다. 우리는 그 질문이 던져졌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한다. 왜냐하면 그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담자는 해답을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그 여정에 함께하는 동반자일 뿐이다. 정답을 제공하거나 방향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담자가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언어로 해답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사회복지사의 상담은 화려하지 않다. 눈에 띄는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뚜렷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맡은 이 역할은 깊고도 무겁다. 왜냐하면 경청은 단순히 듣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마디 말보다 조용한 경청이 더 큰 위로가 된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런 순간을 함께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삶의 방향을 잃고 막막함을 느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조언을 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해답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있다. 사회복지사는 그 해답을 끌어낼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존재일 뿐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삶을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회복지사는 바로 그 존중의 언어로 사람을 대하며, 조용히 그러나 진심으로 사람 곁에 머문다.


진정한 상담이란 무엇인가. 어쩌면 그것은 ‘말’이 아닌 ‘태도’로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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