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나의 일은 ‘나’를 담고 있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일은 나와 맞닿아 있는 일이다

by Eunhye Grace Lee

“당신의 일은 당신을 닮아 있습니까?”


이 질문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이란 본래 자기 자신과 분리된 것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입니다. 사회는 우리에게 일과 나를 분리하라고 가르칩니다. 감정을 업무에 끌고 오지 말라고 하고, 사적인 가치와 공적인 역할을 구분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분리한 삶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몸은 출근했지만 마음은 이미 퇴근해버렸고, 시간이 흐를수록 일은 저를 닮는 것이 아니라, 저를 지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저는 수없이 많은 감정과 마주했습니다. 외로움, 분노, 연민, 무력감, 그리고 희망. 때로는 감정이 과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전문가답지 않다’는 평가 앞에서 스스로를 다잡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강하게 느꼈습니다. 이 일은 감정을 담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며, 그 감정 속에서만 진짜 사람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마이클 샌들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일의 의미는 단순히 공정한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선에 참여하는 실천 속에서 형성된다고 했습니다. 제게 일은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제가 어떤 가치를 품고 살아가는지를 드러내는 장이었습니다. 그 안에는 제 경험과 감정, 상처와 믿음이 스며 있었습니다.


뒤르켐은 노동을 통해 인간이 사회와 연결되고 정체성을 형성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 연결이 지속되려면, 노동이 제 내면과 정직하게 닿아 있어야 했습니다. 제가 소진되었던 이유는 일이 저와 멀어서가 아니라, 일 안에서 저 자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사 누스바움은 인간은 기능적 존재가 아니라 감정적·윤리적 존재라고 했습니다. 좋은 사회가 각자의 잠재성과 감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듯, 좋은 일 또한 제 감정과 신념, 성찰과 태도를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어야 했습니다.


저는 이 일이 저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의 삶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음, 오래 듣고 천천히 반응하는 태도, ‘정답’보다 ‘존재’를 중심에 두려는 감각. 제가 제 자신에게 정직해질수록, 일도 점점 저를 닮아갔습니다. 그렇게 ‘나를 담은 일’은 오래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 일이 언제나 아름답고 고귀한 것은 아닙니다. 지치는 날도 있고, 회의감에 사로잡히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이 일이 제 결을 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제 감각을 더 섬세하게 드러내게 하고, 제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를 되묻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제 압니다. 오래도록 이어지는 일은 단지 능력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 일이 얼마나 저를 닮아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것을요. 일이 저와 연결되어 있을 때, 저는 더 진심을 다할 수 있고, 더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일하면서도 살아 있다’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지금 하는 이 일이, 나를 담고 있는가?”
그리고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때, 비로소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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