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살며, 통번역을 할 때 느끼는 작은 일탈
일본에서 사회복지사로 살아간다는 건, 늘 사람의 곁에 머무는 일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서류를 쓰고, 상담을 하며 하루가 흘러갑니다.
일은 분명 보람 있지만, 동시에 끝없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을 쓰는 일이기에 가끔은 지쳐버릴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우연처럼 들어온 통역이나 번역 일을 맡곤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부업처럼 시작했지만, 이 일이 제게는 묘한 ‘일탈’이 되어주었습니다.
복지 현장의 언어가 아닌, 또 다른 언어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
전혀 다른 리듬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요.
통역을 할 때면 긴장도 되지만, 그 긴장 속에 살아 있다는 감각이 깨어납니다.
단어 하나, 문장 하나를 고르며 상대의 마음을 더듬는 순간, 언어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존재의 다리’가 됩니다.
그리고 그 다리를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가 정확하게 전해질 때, 저는 작게나마 세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 노력과, 언어를 통해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그 열망은 결국 같은 곳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삶을 돕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을 이어주는 일’이니까요.
서로 다른 길처럼 보여도, 그 끝에는 늘 ‘사람’이 있습니다.
통번역 일을 하다 보면 문득 ‘살아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의 문장이 살아 움직이고, 사람의 표정이 바뀌고, 다른 문화와 생각이 한 자리에 만나 하나의 이해로 이어질 때, 그건 정말 작은 기적 같습니다.
아마 그래서 저는 여전히 언어를 사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제게 또 하나의 숨결이자, 삶의 방향을 다시 세우게 하는 조용한 쉼표입니다.
오늘도 저는 사회복지사로서의 하루를 보내지만, 가끔 통번역이라는 ‘다른 세계의 문’을 열며 다시금 제 안의 열정을 확인합니다.
그 문 너머에서 저는 여전히 배워가고, 연결되고, 무엇보다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