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고
"살다보면 더 쉬운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죠...하지만 아마 쉬운 길은 없을 거예요. 그냥 여러 길이 있을 뿐이죠. 전 결혼한 삶을 살았을 수 있어요. 가게에서 일하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요.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귀여운 남자의 제안을 수락했을 수도 있죠. 북극권의 한계선에서 빙하를 연구하면서 살았을 수도 있고, 올림픽 수영 메달리스트가 됐을 수도 있어요. 누가 알겠어요?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중에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매트 헤이그의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노라 시드는 인생의 끝자락에서 깊은 절망을 느낍니다. 일도, 관계도, 꿈도 모두 무너졌다고 생각한 순간,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에 들어섭니다. 그곳에는 그녀가 선택하지 않았던 모든 인생의 책들이 놓여 있습니다. “만약 그때 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이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의 문이 그녀 앞에 열려 있는 것이죠.
노라는 수영선수가 된 삶, 음악가로 성공한 삶,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삶을 차례로 체험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삶에서도 완벽한 행복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마침내 깨닫습니다. 어떤 삶을 살든, 후회와 결핍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는 완벽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요.
금요일 퇴근 후 저녁부터 읽기 시작해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이 책속의 문장들은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도 결국 우리가 돌아와야 할 곳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노라의 이야기가 다정히 일깨워줍니다.
삶은 완벽하지 않지만,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빛납니다.
후회 속에서도 우리가 여전히 무언가를 배우고,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작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삶의 이유 아닐까요.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단순히 “다른 삶을 꿈꾸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의 나로 살아갈 용기”를 건네는 책이었습니다.
어쩌면 인생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수많은 후회와 선택 속에서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이해의 순간마다, 우리는 조금씩 더 살아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삶에는 어떤 패턴이....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에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의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매트 헤이그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