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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배운 ‘기본의 가치’

by Eunhye Grace Lee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수많은 사람의 삶을 가까이에서 마주해왔습니다.
누군가는 병과 싸우고, 누군가는 외로움 속에서 하루를 버팁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깨닫게 됩니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라,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라는 사실을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이야기할 사람이 있는 것.”
이 단순한 조건이야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바탕이었습니다.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땐 나도 그것을 잘 몰랐습니다.
매일 새로운 제도와 서비스를 익히고,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까’에만 마음이 쏠려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문득,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건 제도나 물질보다 ‘사람 사이의 온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일의 방식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무언가를 해주는 사람보다,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졌습니다.


일을 하며 나의 삶도 변했습니다.
불필요한 말을 줄이고, 듣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각종 미디어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정보보다 책을 가까이 두게 되었고, 무언가를 새로 사는 일보다 이미 가진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많아졌습니다.


현장은 나에게 늘 ‘덜어내는 법’을 가르쳐줍니다.
도움을 주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다듬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말을 줄이고, 소비를 줄이고, 속도를 줄이면서 삶의 중심이 조금씩 단단해졌습니다.


복지의 본질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그건 복잡한 제도나 수치가 아니라 사람답게 살아가는 조건을 지켜주는 일입니다.
밥 한 끼, 인사 한마디, 잘 자는 밤, 그 모든 사소한 일상이 한 사람의 존엄을 지켜줍니다.


그래서 요즘은 상담을 시작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건넵니다.
“밥은 잘 드셨어요?”
“요즘 잠은 좀 주무세요?”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그 단순한 말이 가장 본질적인 돌봄의 시작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삶을 단단히 세우는 건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기본에 충실한 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일이라는 것을요.
잘 먹고, 잘 자고, 듣고, 배우고, 나누는 일.
그 단순한 행위들이 결국 삶의 질을 바꿉니다.


사회복지사의 일은 언제나 사람의 존엄과 마주하는 일입니다.
그 현장에서 매일 배웁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삶이 결국 가장 좋은 삶이라는 것을.
그건 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본질로 다시 걸어 들어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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