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6. 사회복지사로서의 일과 삶의 균형

일과 삶의 경계를 넘어서

by Eunhye Grace Lee

나는 사회복지사로 살아오면서 늘 직업과 내 개인적인 삶을 분리하기 어려웠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나누고, 그들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에서 느낀 보람은 크고 깊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모든 의미 속에서 나 자신을 잃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타인을 돕는다는 이름으로 나의 삶을 전부 이 일에 맡겨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의 책임감은 내 존재를 지탱해주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 자아를 압도하기도 했습니다. 직업이 내 삶의 전부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돌보는 일을 너무 쉽게 미뤄두곤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깨달았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타인을 돕는 일은 결국 누구에게도 진정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은 중요하지만, 그 역할이 내 존재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요.


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을 말하며 ‘공정한 기회’를 강조했습니다. 나는 그 말 속에서 작은 교훈을 찾았습니다. 내가 타인에게 기회를 열어주고자 한다면, 동시에 나 자신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 나를 돌보고, 내 삶의 균형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타인에게 오래도록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제라는 것을요.


우리에게 이 직업은 분명 소중합니다. 하지만 직업이 곧 존재가 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나 자신을 돌보며 살아갈 때, 비로소 타인을 돕는 일에도 진심이 스며듭니다. 내 삶을 지키는 일이 곧 내가 사회복지사로서 오래도록 설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그러니 잊지 마세요. 직업은 우리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닙니다. 나 자신을 지켜낼 때, 그때야말로 우리는 타인에게 가장 진실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keyword
이전 24화7-5.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