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7-5.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직업 너머의 자아를 향한 여정

by Eunhye Grace Lee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그 길을 걸어오며, 오랫동안 나 자신을 ‘사회복지사’라는 역할 속에서 정의해왔습니다. 이 일이 주는 보람과 책임감은 분명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고,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자부심은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업만으로는 내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타인의 삶을 돌보고, 그 곁을 지키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의 내면은 종종 뒷전으로 밀려났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은가’라는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게 되었습니다.


조지 허버트 미드는 자아가 타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그 자아는 늘 외부의 시선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스바움이 말했듯, 인간의 자아는 타인의 인정과 사랑 속에서 자라지만, 결국 내면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만 진정한 나로 설 수 있습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사람을 도왔지만, 정작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타인의 삶에 몰두하다 보니, 내 감정과 욕구를 무시했고, 그 결과 나의 정체성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잃지 않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진심으로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롤스가 말했듯, 정의로운 사회는 각 개인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을 보장해야 합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책임지고, 내가 누구인지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타인을 진정으로 돕기 어렵습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 곧, 내가 타인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분명 소중합니다. 그러나 그 직업은 우리 존재의 일부일 뿐,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직업 너머에서도 여전히 온전한 나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직업의 이름을 넘어선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오늘도 그 여정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대 또한,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keyword
이전 23화7-4. 사회복지사로서의 역할과 인간으로서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