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내 존재의 일부일 뿐
처음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직업 그 자체에 내 정체성을 맡겨도 좋다고 믿었습니다. 직업이 내 존재를 증명해주고,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작은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곧 내 존재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내 자아는 직업이라는 틀 속에서만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업은 삶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그 전부는 아닙니다.
하이데거가 말했듯,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처한 상황 속에서 존재합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은 나의 상황 중 하나일 뿐, 내 존재 자체를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사회복지사로 일한다 해서 존재가 완성되는 것도 아니고, 그 일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나라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나는 사회복지사로서 많은 사람과 관계 맺고, 그들의 삶에 영향을 주며, 동시에 내 자신도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그 배움은 ‘내가 어떤 일을 하느냐’에서만 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 ‘어떤 방식으로 나를 이해하고 있느냐’에서 더 깊이 다가왔습니다.
부버는 인간 존재를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맡은 직업은 하나의 역할일 뿐,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태도로 존재하는지가 더 본질적인 물음이었습니다. 결국 내가 사회복지사이기 때문에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가가 나의 가치를 결정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나는 한계를 마주했습니다. 모든 사람을 도울 수는 없고, 내 능력은 언제나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계 속에서야 비로소, ‘나는 무엇으로 존재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깊이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지만,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는 한계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잊지 마세요. 직업은 우리를 위한 도구이지, 우리의 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지만, 그 이름이 곧 우리의 존재는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직업 너머의 삶에서 스스로를 정의하고, 우리만의 자아를 완성해가야 합니다.
당신이 사회복지사이든, 다른 어떤 일을 하든, 더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무엇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느냐입니다. 그 과정이 바로 당신의 자아를 빚어내는 여정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