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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내 존재의 시작, 직업의 선택

사회복지사로서의 첫걸음: 선택의 순간

by Eunhye Grace Lee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선택했을 때, 그 결정이 내 삶을 이렇게 바꿔놓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순간적인 선택이었고, 우연히 닿은 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선택은 내 존재의 깊이를 다시 묻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일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만들었고,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했습니다. 직업은 일터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매일 물어오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처음 이 길을 걸을 때 나는 그저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았습니다. 사회복지사라는 역할은 단순히 ‘일하는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과 나의 삶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자리였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곁에 서면서, 나는 점점 더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이란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내가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한 선택은 단순한 직업적 결단을 넘어서, 나의 존재 방향을 새롭게 정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했듯, 우리의 자아는 관계 속에서 구성됩니다. 내가 만난 사람들, 내가 함께했던 순간들이 내 자아를 조금씩 다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나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길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기술이나 성취가 아니라, “함께”라는 가치였습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연결되어 있을 때 더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말처럼, 인간의 존엄은 독립이 아니라 상호 의존 속에서 실현됩니다. 나 역시 그 관계 속에서 나를 발견했고,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또한 깨달았습니다. 직업은 내 삶의 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요.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은 내 삶을 풍요롭게 했지만, 동시에 나는 직업 너머의 나를 끝내 놓치지 말아야 했습니다. 내가 사회복지사이기 전에, 나는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며, 나만의 삶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다짐합니다. 직업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나의 삶을 구성하는 하나의 중요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그리고 사회복지사로서의 나뿐만 아니라, 직업 너머의 나 역시 진심으로 사랑하며 살아가겠다고.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자신이 가진 직업에 온전히 매여 있다면, 부디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당신은 직업보다 크고, 역할보다 넓은 존재라는 사실을요. 우리가 하는 일은 소중하지만, 그 너머의 삶 또한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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